 |
|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가 북극 생태계를 조사하기 위해 북극 해빙에 정박해 있다. 국제신문DB |
- 남북극 가는 출발항 넘어
- 연구·교육·관광 허브 노려
- 선용품 등 신 성장동력으로
- 해양수산개발원·해양조사원 등
- 극지 관련 지원연구기관 집결
- 인프라 관리·물류기지 역할 가능
부산에 제2 극지연구소와 극지체험관·박물관이 함께 들어서면 엄청난 시너지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이 남북극으로 가는 출발항을 넘어 명실상부한 극지 연구·교육·관광 허브와 해양수도로 발돋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기후 변화에 대비하고 극지와 관련된 선용품 산업을 활성화해 일자리를 창출함으로써 미래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신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설립 필요성
우리나라는 지난해 2월 남극 제2 과학기지를 준공하면서 남극 장보고·세종과학기지 2곳, 북극 다산과학기지 1곳 등 모두 3곳의 극지 과학기지를 운영하는 국가가 됐다. 2009년 취항한 우리나라 최초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 한 척이 남북극 과학기지 3곳에 물자를 보급하면서 연구를 수행하는 데 한계에 이르렀다. 아라온호는 2013년 한 해 311일을 운항해 과부하로 피로도가 누적되고 있다. 남북극이 멀리 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같은 남극 내 장보고기지와 세종기지 사이 거리도 4500㎞로 부산~서울의 10배가 넘는다. 이 때문에 해양수산부는 2021년 취항을 목표로 제2 쇄빙연구선 건조를 추진하고 있다.
극지연구소는 지난해 설립한 장보고과학기지를 거점으로 남극점에 가까운 남극 제3 기지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해양수산부 유기준 장관은 지난 5월 29일 부산에서 열린 제20회 바다의 날 기념식에서 '2030 해양수산 미래비전'을 통해 오는 2030년까지 현재 3곳인 남북극 과학기지를 6곳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정부의 쇄빙연구선과 극지 과학기지 같은 극지 인프라 확충 방침에 맞춰 부산시는 남북극으로 가는 출발항인 부산의 지리적 이점을 살려 제2 쇄빙연구선 모항 지정을 추진하고 있다. 모항 지정을 발판으로 남북극 과학기지 3곳의 효율적인 인프라 관리와 물류보급 기지 역할을 하면서 연구 기능까지 수행하는 제2 극지연구소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극지해양미래포럼 박수현 사무국장은 1일 "대한민국이 극지 강국으로 가기 위해 제2 쇄빙연구선 건조, 북극항로 상용화 대비, 남극 제3 기지 건설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하려면 제2 극지연구소 설립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극지연구소도 북극항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조직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부산시와 극지연구소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져 제2 극지연구소를 공동으로 세울 여지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극지연구와 해양연구 연계
제2 극지연구소가 설립되면 극지연구와 해양연구의 연계성 확보로 시너지효과가 기대된다. 극지와 해양은 떼려야 뗄 수 없어서 융합 연구를 통해 서로의 지평을 넓힐 수 있다고 극지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부산 영도구 동삼동 해양클러스터에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극지정책연구센터, 지난해 1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해도를 극지연구소와 공동 제작한 국립해양조사원, 북극항로 운항 때 필수적으로 승선해야 하는 극지 항해사(Ice Navigator)를 교육·양성하는 한국해양수산연수원이 자리 잡고 있다.
남극 해도는 극지연구와 해양연구 융합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극지연구소가 아라온호에서 수집한 해저지형 자료를 제공하고, 해양조사원은 수심 해안선 유빙 암초 해저지명 같은 정보를 합쳐 축척 1 대 7500의 남극 해도를 만들었다. 이들 두 기관이 협업을 통해 남극 해도를 만들기 전까지는 외국에서 발간한 해도에 의존했다.
오는 2017년이면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이 동삼동 해양클러스터로 이전할 예정이다. 이뿐 아니라 아라온호를 건조한 한진중공업과 아라온호 선체의 이상 여부를 검사하는 한국선급(KR)도 부산에 있다. 여기에다 세계적인 해양·수산 특성화 대학인 한국해양대와 부경대도 부산에 위치한다. 이들 대학교수와 석·박사급 학생이 제2 극지연구소에 인력풀 역할을 하고, 제2 극지연구소의 부족한 실험시설을 보완할 수 있다. 이들 대학 역시 제2 극지연구소와 공동연구로 연구와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제2 극지연구소와 지역 대학의 동반성장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극지연구와 청소년 교육·관광 결합
극지연구와 청소년 대상 극지교육의 동반 상승효과도 예상된다. 극지체험관·박물관은 청소년에게 극지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극지 교육장 역할을 하게 된다. 체험관·박물관을 찾은 청소년은 제2 극지연구소의 연구원과 대화하고, 기회가 되면 연구소의 실험 현장을 보고 체험할 기회를 접할 수 있다. 이런 체험을 통해 청소년은 잘 몰랐던 극지에 관한 호기심을 가지게 되고, 극지 과학자의 꿈을 키울 수 있다. 제2 극지연구소와 극지체험관·박물관 건립은 우리나라가 극지 강국으로 도약하는 밑거름이자 미래를 위한 투자인 셈이다.
아울러 극제체험관·박물관이 체험학습 명소로 자리 잡으면 부산의 대표 관광자원으로 성장할 수 있다.
# 연구소 추진 전략
- 부산시 건립부지 제공…해안가 물색 중
부산에 제2 극지연구소를 세우기 위해 부산시는 극지연구소에 건립 부지를 제공할 계획이다. 제2 극지연구소가 설립될 경우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고려하고, 머지 않아 신성장동력으로 주목받을 극지산업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자는 취지에서다.
시는 제2 극지연구소와 극지체험관·박물관, 제2 쇄빙연구선 전용 부두, 물류창고, 극지전문대학원을 갖춘 극지타운을 조성하려면 해안가 3만3000~6만6000㎡ 규모의 부지가 필요하다고 보고, 바다를 낀 부산지역 구·군을 대상으로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 부지 확보가 선결과제로 꼽힌다.
시는 부지가 마련되는 대로 제2 극지연구소 설립을 정부와 극지연구소에 정식으로 제안하기로 했다.
시가 청사 부지를 극지연구소에 제공하고, 극지연구소는 건설비와 운영비를 확보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시와 극지해양미래포럼은 의견을 모았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국비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게 시의 판단이다. 설립 시기는 2021년 제2 쇄빙연구선이 건조되기 전이 적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이를 위해 조만간 제2 극지연구소 설립을 위한 전문가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부지를 조사해 확정하고 관계 기관과 협의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계획대로 되면 올해 안에 극지연구소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한다는 구상이다.
앞서 시는 제2 쇄빙연구선 모항으로 지정받기 위해 전용부두를 영도구 동삼혁신지구 국립해양박물관 앞에 건립하기로 하고, 제3차 항만기본계획 부산항 수정계획에 반영해 달라고 해양수산부에 요청해 놓은 상태다. 동삼혁신지구 연구조사선 부두를 겸해 사용할 계획이다.
극지해양미래포럼은 제2 극지연구소 설립의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을 벌이고 심포지엄을 열어 시민여론을 조성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