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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캔터베리대 '게이트웨이 안타티카' 14주 과정 참가 학생들이 남극 대륙에서 현장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캔터베리대 제공 |
- 145년 역사 캔터베리박물관
- 아문센 등 탐험가 유물 간직
- 국립 남극硏 전시 자문 맡고
- 방송·실시간 채팅 수업 진행
- 캔터베리대 남극학 대학원
- 석·박사 과정 전문가 길러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가 남극의 관문이 된 데는 극지와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만 작용한 게 아니다. 극지 개척의 유산을 문화자산으로 보존하고, 현재의 연구 성과를 대중과 공유하려는 노력이 도시 곳곳에 배어 있다. 이런 크라이스트처치의 문화적 특성은 대한민국 부산의 극지타운 조성 사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극지 도시로 가는 여정에 활력을 불어넣는 것은 외양만 그럴듯한 인프라가 아니라 지역민의 의식 깊숙이 자리 잡은 극지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기 때문이다.
■남극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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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캔터베리박물관. |
지난달 말 뉴질랜드 남섬 캔터베리 크라이스트처치시 롤스턴 거리. 4년 전 강진 피해의 복구가 한창인 도심의 한 자락에 145년 전 건립 당시의 모습을 온전히 유지하는 고딕 건축물이 하나 있다. 1870년 개관 이후 210만 점이 넘는 지역의 자연·역사 자료를 전시해온 '캔터베리박물관'. 시민들은 "도시의 대표 시설인데, 무너지지 않아 천만다행"이라며, 무료 관람에도 불구하고 모금함에 돈을 넣고 박물관에 입장했다. 3층 남극 탐험 전시실에 들어서자 극지 개척에 나선 탐험가의 유물이 가득했다. 대표 전시물은 인류 최초로 남극점에 노르웨이 국기를 꽂는 데 쓰인 대나무를 깎은 '로알드 아문센의 주머니칼'. 아문센은 개썰매를 타고 남극점으로 출발한 지 55일만인 1911년 12월 14일 목표를 달성했다.
전시관 한편에는 영국 탐험가 로버트 팰컨 스콧의 기념상이 뉘어져 있다. 스콧은 크라이스트처치 리털턴 항구에서 출발해 1912년 1월 18일 아문센보다 35일 늦게 남극점에 도달했지만, 돌아오는 길에 동료 4명과 함께 조난돼 목숨을 잃었다. 스콧의 동상은 조각가인 부인이 만든 것으로, 캔터베리 관광안내소 맞은편에 설치돼 있던 것이 지진 피해로 부서져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스콧에 대해 전문가들은 "남극 탐험 자료와 장비 대부분을 죽는 순간까지 간직하고 있었다"며 "아문센에게 뒤진 2인자지만 후대에 위대한 탐험가로 칭송받는 이유"라고 평가했다. (사)극지해양미래포럼 이동화 운영위원은 "우리나라 최초 남극관측탐험대의 자료와 장비도 전시관 건립을 통해 살려내야 할 귀중한 자산"이라고 조언했다. 이 위원은 1985년 남극 탐사에 참여했으며, 당시 그가 작성한 남극 일지와 깃발 사진 등 소장품 1000여 점이 국립해양박물관 수장고에 보관돼 있다.
기계 장비를 활용한 극지 개척의 흔적도 있다. 그중 하나가 1958년 영국 탐험가 비비안 훅스가 사용한 '스노캣 트랙터(sno-cat tractor)'라 불리는 남극 탐험용 설상차다. 훅스는 남극점으로부터 3㎞ 떨어진 지점에서 뉴질랜드 탐험가 에드먼드 힐러리와 만나 4000여 ㎞에 이르는 남극 대륙 종단에 성공했다. 현지 안내인은 "남극 개척은 다른 나라에 비해 늦었지만, 남극 도시에 대한 시민의 자부심은 세계 최고"라고 말했다.
■연구 기관과 연계한 극지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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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터베리박물관 내 로알드 아문센의 청동 두상. 이승륜 기자 |
이런 배경에는 뉴질랜드 국립 남극연구소인 '안타티카 뉴질랜드'의 조력이 있다. 연구소는 크라이스트처치시와 남극 홍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지난 30년간 박물관 내 남극 전시 자문을 맡아 왔다. 연구소는 매년 남극 체험 리얼리티 방송을 TV로 방영하고, 2년마다 남극으로 교사를 초대해 실시간 채팅 수업도 진행한다. 연구소 업무를 총괄하는 애드 버틀러 박사는 "수업시간 외 학부모의 연구소 홈페이지 수업자료 내려받기 건수가 최고치를 경신할 정도로 홍보 효과가 높았다"며 "궁극적으로 다음 세대를 위한 남극 보존의 가치를 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극 교육 도시의 위상은 박물관으로부터 남쪽으로 5.6㎞ 떨어져 있는 아이람의 캔터베리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1999년 학교 부설로 설립된 남극학 연구 전문 기관 '게이트웨이 안타티카(gateway antarctica)'가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남극학 석사(2년)·박사(3, 4년) 과정을 통해 학생을 남극 관련 정책·환경·생태계 전문가로 양성한다.
특히 석사 전 학부생을 상대로 14주 동안 진행되는 캔터베리대만의 교육 과정이 눈여겨볼 만하다. 수업은 선발 학생 16명을 대상으로 여러 학문 분야에 걸친 강의와 워크숍, 학술 토론으로 이뤄진다. 30여 명의 국제 남극 분야 전문가가 교수진으로 참여하며, 학생들은 이틀간 고지대를 체험한 뒤 스콧베이스(뉴질랜드의 남극 관측 기지) 인근 남극 대륙에서 10일간 거주하며 현장 프로젝트와 환경 감시가 결합한 연구를 수행한다. 교육 기간 학생들은 남극·남빙양 관련 독자 연구를 수행해야 한다. 연구 주제는 자연과학·사회과학·역사 분석·남극 문학·예술 등 어떠한 분야도 상관없다.
캔터베리대 브라이언 스토리(남극학) 학장은 "남극 전문가를 키워 극지 관련 인적 인프라를 늘려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지난 15년간 300여 명을 이수·졸업시켰다"며 "덕분에 많은 이들이 남극에 관심을 두게 됐다"고 설명했다. 캔터베리대에 유학 중인 한국인 이경호(27·정치외교학) 씨는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농경제학을 전공하다가 남극의 무궁무진한 가치 창출 가능성에 매력을 느꼈다"며 "평소 관심있던 환경 문제를 외교·정책 분야와 접목해 남극학으로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 남극학 과정 스토리 학장
- "학문간 다양한 교류로 남극 연구 저변 확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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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캔터베리대 브라이언 스토리 '게이트웨이 안타티카' 총괄 학장 |
"다양한 학문이 만나 형성되는 남극학의 특성을 살려야 합니다." 뉴질랜드 캔터베리대의 게이트웨이 안타티카 과정을 이끄는 브라이언 스토리 학장은 남극학 연구에서 중요한 것은 학문 간 교류라고 강조했다. 거대한 남극 대륙을 남극학이라는 틀에 모두 담아내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스토리 교수는 "다양한 이슈와 전공을 담자는 취지로 남극학 과정이 설립됐다"며 "전공이 무엇이든 우리 과정에 입문해 석·박사 수업을 들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부에서 정치외교학을 졸업한 학생이 남극 정치학을 세부 전공하는 식이다. 이를 위해 게이트웨이 안타티카 과정에 직속된 교수진은 5명뿐이지만, 타 학과 교수 30명가량이 연계성을 가지고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그는 "남극 연구 인프라는 건물과 시설만 갖춘다고 하루아침에 생기는 게 아니다"며 "시간이 걸려도 남극 정보를 대중에 개방해 남극 연구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산에 남극 체험 및 교육시설을 유치해 극지에 관한 대중의 관심을 확대하자는 국제신문의 구상은 훌륭하다"며 "캔터베리대 내 연구진을 지원하거나 온라인 과정 등을 통한 교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 안타티카 연구소 내 컴냅 사무국
- 한국도 유치에 적극 관심 가져야
캔터베리대 게이트웨이 안타티카 연구소에는 '컴냅(COMNAP)' 사무국이 상주해 눈여겨볼 만하다. 컴냅은 '국립 남극 프로그램 운영자 위원회(the council of managers of national antarctic programs)'의 약칭으로, 1988년 각국 남극 탐사단 지원을 위해 설립된 나라 간 협의체다. 극지연구소 간 국제회의를 주관할 뿐 아니라 남극 내 사고가 발생하면 이를 전달하는 것도 컴냅의 역할이다.
전문가들은 6년마다 사무국 상주국 교체를 검토하는 컴냅의 특수성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국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 29개국 회원국 회의를 통해 사무국 이전이 결정되면 유치 신청국을 대상으로 입지를 평가해 이전 도시를 확정한다. 올해 6년 더 뉴질랜드에 상주하기로 결정됐으며, 한국이 사무국 유치 의사를 밝힌 적은 없다. 미셸 로건 피네모레 사무국장은 "컴냅이 위치한 나라는 전 세계 남극 관련 연구 허브 역할을 할 기회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크라이스트처치=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캔터베리대 게이트웨이 안타티카 14주 과정 일정 |
기간 |
내용 |
8월 1일 |
지원 마감 |
8월 31일 |
후보자 선출 |
9월 중순 |
학비 납부 기한 |
10월 초순 |
지원자 등록 시작 |
11월 중순 |
과정 시작 |
12~1월 |
남극 현장 조사 |
1월 말 |
강의 종료 |
2월 중순 |
최종 보고서 제출 |
4월 1일 |
결과 공개 |
※자료 : 캔터베리대학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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