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을 극지 허브로Ⅲ <1-2> 남극을 가다- 장보고기지 전·현직 대장 대담

"국토 최남단의 하얀사막 잠재력 찾아…존중과 배려로 극한 극복"

  • 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  |   입력 : 2015-11-19 19:53:59
  •  |   본지 8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2차 월동대 강천윤 대장(오른쪽)과 3차 월동대 한승우 대장이 기지 주변을 둘러보며 대화하고 있다. 
- 눈폭풍 몰아치는 영하 30도 혹한
- 각 분야 전문가 16명 뭉쳐 극복
- "대원 무사귀환이 첫 번째 목표
- 솔선수범으로 '원팀'유대감 물씬"

우리 국토의 최남단은? 대다수가 마라도라고 대답한다. 남극을 취재 중인 기자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라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부산에서 1만2439㎞ 떨어진 이곳에는 월동연구대 대원 16명이 지난해 2월 기지 준공과 함께 상주하고 있다. 세상의 끝에서 미래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극지의 잠재력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월동대원들은 겨울이면 블리자드(눈폭풍)와 카타바틱(활강풍)에 날아가거나 얼어 죽을까 봐 외출이 곤란한 영하 30도 안팎의 추위와 1년 365일 중 95일가량 해가 뜨지 않는 극야를 견뎌낸다. 극야 기간 오로라를 보는 게 낙이다.

■월동대는 외인구단

   
장보고 과학기지 연구원들이 안전대원과 현지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월동대를 진두지휘하는 이가 월동대장. 월동대원의 안전과 기지 시설의 유지·관리를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장보고기지 2차 강천윤(53)·3차 한승우(49) 월동대장이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지난 10일부터 남극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인수인계식은 지난 15일 열렸다. 본지는 19일 전임·신임 두 대장과의 대담을 마련했다.

강 전임 대장은 남극 생활을 설레임으로 표현했다. "월동대는 외인구단이라고 할 수 있죠. 극지연구소 연구원과 직원뿐 아니라 요리사 의사 기상청 소방방재청 해양경비안전서 중장비 기계설비 전기 발전 등 다양한 분야 외부 전문가들이 모여 작은 사회를 이룬다는 점에서 남극에 올 때부터 설레였어요. 1년간 뒹굴다 보니 가족처럼 느껴져요."

강 전임 대장은 "극야 기간 영하 32도의 추위에 얼어붙은 배관을 녹이느라 대원들이 강풍에 날아가지 않도록 서로의 몸을 로프로 연결한 채 나와 추위에 떨었지만, 지나고 나니 다 함께 문제를 해결했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개인적 어려움이라면 날씨가 너무 건조해서 수시로 코피를 쏟았다는 것. "남극의 겨울은 아주 춥고 건조해 '추운 사막' 기후라고 할 수 있죠." 

강 전임 대장은 이번이 남극 세종기지 두 번을 포함해 세 번째 월동이다. 2003년 12월 세종기지 17차 월동대 부대장 시절 전임 16차 대원들을 데려다주고 기지로 복귀하던 도중 기상악화로 보트가 뒤집혀 실종됐다. 다행히 강 대장 일행은 구조됐지만, 구조에 나선 전재규 대원이 순직하는 아픔을 겪었다.

■무사귀환이 첫 번째 목표

신임 한 대장은 무사귀환을 첫 번째 목표로 꼽았다. "1년간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원 모두 무사히 귀국하는 게 월동대장의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해요." 한 대장은 남극 탐험사에 관심을 두던 차에 2006년 극지연구소에 합류할 기회가 생기면서 10년간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극지인의 길을 걷게 됐다. 국제신문이 주도해서 만든 (사)극지해양미래포럼의 운영위원이다.

한 대장은 남극 탐험사에서 길이 남을 어니스트 섀클턴의 '위기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섀클턴은 1914년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남극을 탐사하던 중 유빙에 갇혔다, 하지만 강한 인내(Endurance)와 배려의 리더십으로 634일 만에 27명 대원을 모두 무사귀환시킨 대단한 인물"이라며 "섀클턴처럼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월동대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강 전임 대장은 솔선수범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위험한 크랙·해빙조사 때 누구를 맨앞에 내세워야 할까. 어렵고 위험한 일을 대장이 앞장서면 대원 모두 '한 팀'(One team)이라는 유대감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월동대장이 되면 가족이 좋아할까.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1년간 만날 수 없는 탓에 월동대장직을 가족들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두 대장의 공통된 바람이 있다. "제2 쇄빙연구선 건조를 포함해 극지 인프라를 확충해 장보고기지에 오고 싶어 하는 과학자들이 편하게 연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월동대와 하계대

월동대는 겨울만 나는 게 아니라 1년 내내 머물며 하계대가 들어오기 전에 기지 연구시설을 정비함으로써 하계대의 안정적 연구활동을 돕는 역할을 한다. 하계대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11월부터 2월까지 남극의 여름에 들어와 연구한다.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이 기사는 극지 진출 30주년을 기념해 부산시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건설사 부도에 관급공사 잇단 중단…공기 늘며 혈세 낭비
  2. 2영화 ‘부전시장’과 ‘산복도로’…어떻게 담았을까, 부산의 애환
  3. 3“자식들의 언어 ‘짜증나’를 ‘사랑해’로 정확히 통역한 드라마”
  4. 4초유의 ‘NC 사직구장’…원정 롯데 1루 더그아웃
  5. 5또 유찰…수지 안맞는 신공항 접근로(종합)
  6. 6“출마 여건 만만찮은 상황, 이번 대선서 역할 고민중”
  7. 7“이번주 중 도전여부 결심” ‘어대명’ 속…득표력 관건
  8. 8복지관서 ‘나이스 샷’…스크린파크골프장 부산 3곳 만든다(종합)
  9. 9연인 400차례 스토킹 끝에 살해…1심, 징역 25년 선고
  10. 10지방의회 국외출장 점검했더니…부산 15곳 규정위반 정황
  1. 1“출마 여건 만만찮은 상황, 이번 대선서 역할 고민중”
  2. 2“이번주 중 도전여부 결심” ‘어대명’ 속…득표력 관건
  3. 3안철수 이어 9일 김문수, 10일 한동훈…국힘서 출사표 낼 후보만 10명 넘을 듯(종합)
  4. 4韓대행, 이완규·함상훈 헌법재판관 지명 ‘월권’ 논란(종합)
  5. 5이재명 9일 대표 사퇴…초당적 캠프 구상 ‘대권 행보’(종합)
  6. 6민주 “내란세력 헌재 장악 시도” 국힘 “재판관 공백 막기 위한 결단”(종합)
  7. 7국힘 “개헌 수용을” 민주 “내란 종식부터” 대선 프레임 전쟁(종합)
  8. 8민주 좌천동 이사, 국힘 민원 친화형…시당사도 대선모드
  9. 9韓, 대통령몫 재판관 지명에… 우의장 "인사청문회 요청 접수 거부"
  10. 10장미대선 ‘56일 레이스’…잠룡들 줄줄이 등판 예고(종합)
  1. 1또 유찰…수지 안맞는 신공항 접근로(종합)
  2. 2거센 역풍에 손 든 한화에어로, 유증 2조3000억으로 축소(종합)
  3. 3부산 수출기업 10곳 중 4곳 “트럼프發 관세전쟁 대책 마련 못해”
  4. 4항만물류 AX 가속도…해진공, AI효과 검증 나선다
  5. 5주가지수- 2025년 4월 8일
  6. 6아파트 거래 모처럼 증가…부산 부동산 시장 풀리나
  7. 7“산은은 부산, 농협은 호남” 대선 앞 프레임 전환
  8. 8한진CY 부지 '르엘 센텀' 6월 말 분양
  9. 9대형 주류사만 실적 고공행진…지역업계 ‘연합체’ 추진
  10. 10부산 이전 공공기관 지방은행 거래 감소 “예치 비율 올려야”
  1. 1건설사 부도에 관급공사 잇단 중단…공기 늘며 혈세 낭비
  2. 2복지관서 ‘나이스 샷’…스크린파크골프장 부산 3곳 만든다(종합)
  3. 3연인 400차례 스토킹 끝에 살해…1심, 징역 25년 선고
  4. 4지방의회 국외출장 점검했더니…부산 15곳 규정위반 정황
  5. 5명지주민 숙원 ‘국민체육센터’ 올 8월 첫 삽
  6. 6‘장미대선’에 6월 모평 하루 늦춘다
  7. 7해설사 함께 걷는 갈맷길이라 더 아름다워라
  8. 8부산형 ‘유아 교육·돌봄 혁신사업’ 내실화한다
  9. 9‘학폭’ 모든 대입 전형에 반영…재수생은 불이익 적어 논란
  10. 10탄소중립, MZ세대 선원 양성…해양강국 도약 제언
  1. 1초유의 ‘NC 사직구장’…원정 롯데 1루 더그아웃
  2. 2160㎞ 공에도 강한 이정후
  3. 3어뢰배트 등장에도 MLB ‘투수의 시대’
  4. 4U-17 축구대표팀, 아프간에 6-0 대승…8강 파란불
  5. 5셰플러 2연패냐, 매킬로이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냐
  6. 6속 터지는 롯데 야구…더 속 터지는 음식주문
  7. 7파크골프 인기…용호동에 대형 실내시설
  8. 8이정후 클래스…MLB 2루타 1위
  9. 9실속 없는 롯데 방망이, 마이 치봐야 뭐하겠노
  10. 10손흥민 토트넘서 450경기…구단 “위대한 7명에 합류”
2025 해양수산 전략리포트
하역장비 자동화 위주 진행…데이터 종합 플랫폼 시급
불황을 모르는 기업
‘턱관절 치료 가전’ 정식 출시도 전에 美서 주목

Error loading images. One or more images were not found.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