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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차 월동대 강천윤 대장(오른쪽)과 3차 월동대 한승우 대장이 기지 주변을 둘러보며 대화하고 있다. |
- 눈폭풍 몰아치는 영하 30도 혹한
- 각 분야 전문가 16명 뭉쳐 극복
- "대원 무사귀환이 첫 번째 목표
- 솔선수범으로 '원팀'유대감 물씬"
우리 국토의 최남단은? 대다수가 마라도라고 대답한다. 남극을 취재 중인 기자는 남극 장보고과학기지라고 힘주어 말하고 싶다. 부산에서 1만2439㎞ 떨어진 이곳에는 월동연구대 대원 16명이 지난해 2월 기지 준공과 함께 상주하고 있다. 세상의 끝에서 미래 대한민국을 먹여 살릴 극지의 잠재력을 발견하기 위해서다.
월동대원들은 겨울이면 블리자드(눈폭풍)와 카타바틱(활강풍)에 날아가거나 얼어 죽을까 봐 외출이 곤란한 영하 30도 안팎의 추위와 1년 365일 중 95일가량 해가 뜨지 않는 극야를 견뎌낸다. 극야 기간 오로라를 보는 게 낙이다.
■월동대는 외인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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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보고 과학기지 연구원들이 안전대원과 현지 적응 훈련을 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월동대를 진두지휘하는 이가 월동대장. 월동대원의 안전과 기지 시설의 유지·관리를 책임지는 막중한 자리다. 장보고기지 2차 강천윤(53)·3차 한승우(49) 월동대장이 업무 인수인계를 위해 지난 10일부터 남극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인수인계식은 지난 15일 열렸다. 본지는 19일 전임·신임 두 대장과의 대담을 마련했다.
강 전임 대장은 남극 생활을 설레임으로 표현했다. "월동대는 외인구단이라고 할 수 있죠. 극지연구소 연구원과 직원뿐 아니라 요리사 의사 기상청 소방방재청 해양경비안전서 중장비 기계설비 전기 발전 등 다양한 분야 외부 전문가들이 모여 작은 사회를 이룬다는 점에서 남극에 올 때부터 설레였어요. 1년간 뒹굴다 보니 가족처럼 느껴져요."
강 전임 대장은 "극야 기간 영하 32도의 추위에 얼어붙은 배관을 녹이느라 대원들이 강풍에 날아가지 않도록 서로의 몸을 로프로 연결한 채 나와 추위에 떨었지만, 지나고 나니 다 함께 문제를 해결했다는 보람을 느낀다"고 소회를 밝혔다. 개인적 어려움이라면 날씨가 너무 건조해서 수시로 코피를 쏟았다는 것. "남극의 겨울은 아주 춥고 건조해 '추운 사막' 기후라고 할 수 있죠."
강 전임 대장은 이번이 남극 세종기지 두 번을 포함해 세 번째 월동이다. 2003년 12월 세종기지 17차 월동대 부대장 시절 전임 16차 대원들을 데려다주고 기지로 복귀하던 도중 기상악화로 보트가 뒤집혀 실종됐다. 다행히 강 대장 일행은 구조됐지만, 구조에 나선 전재규 대원이 순직하는 아픔을 겪었다.
■무사귀환이 첫 번째 목표
신임 한 대장은 무사귀환을 첫 번째 목표로 꼽았다. "1년간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대원 모두 무사히 귀국하는 게 월동대장의 가장 큰 임무라고 생각해요." 한 대장은 남극 탐험사에 관심을 두던 차에 2006년 극지연구소에 합류할 기회가 생기면서 10년간 다니던 대기업을 그만두고 극지인의 길을 걷게 됐다. 국제신문이 주도해서 만든 (사)극지해양미래포럼의 운영위원이다.
한 대장은 남극 탐험사에서 길이 남을 어니스트 섀클턴의 '위기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섀클턴은 1914년 인듀어런스호를 타고 남극을 탐사하던 중 유빙에 갇혔다, 하지만 강한 인내(Endurance)와 배려의 리더십으로 634일 만에 27명 대원을 모두 무사귀환시킨 대단한 인물"이라며 "섀클턴처럼 인간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월동대를 이끌겠다"고 말했다.
강 전임 대장은 솔선수범을 중요하게 여긴다. 그는 "위험한 크랙·해빙조사 때 누구를 맨앞에 내세워야 할까. 어렵고 위험한 일을 대장이 앞장서면 대원 모두 '한 팀'(One team)이라는 유대감을 가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월동대장이 되면 가족이 좋아할까. 두 사람은 이구동성으로 "1년간 만날 수 없는 탓에 월동대장직을 가족들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두 대장의 공통된 바람이 있다. "제2 쇄빙연구선 건조를 포함해 극지 인프라를 확충해 장보고기지에 오고 싶어 하는 과학자들이 편하게 연구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월동대와 하계대
월동대는 겨울만 나는 게 아니라 1년 내내 머물며 하계대가 들어오기 전에 기지 연구시설을 정비함으로써 하계대의 안정적 연구활동을 돕는 역할을 한다. 하계대는 상대적으로 따뜻한 11월부터 2월까지 남극의 여름에 들어와 연구한다.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이 기사는 극지 진출 30주년을 기념해 부산시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