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서 매일 낮 12시30분이면 기상청 파견 대원이 기상관측용 대형 풍선을 하늘로 띄워 올린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 감기 바이러스도 죽는 혹한
- 첨단 시설 장보고기지는 '훈훈'
- 온실서 식물 기르고 체력단련
- 와이파이 통화로 그리움 달래
본지 취재진이 지난 13일부터 20일까지 일주일간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에 머무르면서 관찰하고 대원들과 대화하며 확인한 남극 생활에 관한 궁금증을 정리해봤다.
■감기 안 걸려
혹독한 추위로 악명 높은 남극에서는 역설적으로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 너무 추워서 감기 바이러스가 생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속옷 차림으로 외출해도 감기에 걸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물론 오래 있으면 동상이나 저체온증에 걸릴 수 있다. 단, 감기에 걸려 감기바이러스를 보유한 외부인이 남극에 들어오면 기지에 감기가 퍼질 수도 있다.
■반소매 차림에 아이스크림
우리나라와 반대로 여름인 남극의 바깥 기온은 영하 10도 안팎으로 여전히 춥다. 하지만 장보고기지 안은 딴 세상이다. 난방이 잘 돼 대원 대부분이 반소매 티셔츠 차림으로 다닌다. 한국에서 냉동 컨테이너로 공수해온 아이스크림을 먹는 대원도 눈에 띈다. 지난해 준공해 최첨단 시설을 갖춘 장보고기지는 5중 유리창의 단열효과에다 전력을 만들 때 생기는 열을 모아서 재사용하는 열병합발전 방식으로 난방이 이루어진다.
■식물공장
 |
| 장보고기지 월동대원들이 채소를 재배하는 온실. |
남극에서 가장 귀한 식자재는 신선한 채소와 과일이다. 항공기와 쇄빙연구선 아라온호를 타고 하계대원이 들어오는 11~2월에는 신선식품 공급이 가능하지만, 그 이외 기간에는 냉동식품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식사 때마다 나오는 과일은 대부분 통조림이나 냉동과일을 녹인 형태다.
주말 저녁에는 삼겹살 구이에 쌈을 싸 먹을 수 있는 신선한 채소가 제공된다. 비밀은 기지 내 식물공장(Green house)으로 불리는 온실. 대여섯 평의 수경재배시설을 갖춘 온실에서 배추, 상추, 쑥갓, 고추, 케일 등 채소를 키워 월동대원 16명이 충분히 먹을 수 있다고 한다.
■음주 규정
삼겹살 구이와 채소 쌈을 먹는 주말 저녁이면 반주로 술이 함께 나온다. 기지에서 술을 마음껏 마실 수는 없다. 극지연구소가 지난해 11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극지 현장 활동 음주허용 기준 및 주류관리 지침'을 제정했기 때문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음주는 남북극 과학기지 하계대원과 아라온호 승선자는 주 1회 식당에서 밤 11시까지 소주 반병 또는 맥주 2캔까지 마실 수 있다. 1년간 가족과 떨어져 외로움을 달래야 하는 월동대에게는 주 2회 음주가 허용된다.
■남극서 카톡
남극 장보고기지는 한국과 1만2000㎞ 이상 멀리 떨어져 있지만, 국내 전화요금으로 통화가 가능하다. KT에서 위성통신안테나를 설치해 인천에 있는 극지연구소와 연결되는 장보고기지 전용선((032)770-8585 통신실)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와이파이(WiFi)가 터져 인터넷과 카카오톡, 보이스톡을 무료로 할 수 있다. KT 휴대전화는 통화도 가능하다. 이 때문에 남극은 우리나라 국토의 최남단이라고 부를 만하다. 대원들은 한국에 있는 가족, 친구와 24시간 부담 없이 연락을 주고받을 수 있다. 오래전 이야기지만, 1988년 우리나라 최초의 남극 세종과학기지가 세워졌을 무렵에는 대원들은 한 달에 한 번 몇 분간 국제전화로 가족과 통화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배탁
 |
| 배드민턴과 탁구를 혼합한 '배탁' 경기를 즐기는 모습. 극지연구소 제공 |
배드민턴과 탁구를 합친 장보고기지만의 독특한 운동 종목. 배드민턴 네트를 설치하고 탁구 채로 배드민턴공인 셔틀콕을 네트 위로 넘기는 경기다. 테이블을 치우면 식당 같은 좁은 공간에서도 즐길 수 있는 게 장점이다. 2차 월동대 황성욱 대원이 해가 뜨지 않는 극야 기간 체력을 단련하고자 제안하면서 도입됐다.
■풍선 날리는 대원…
월동대는 대장과 총무 등 극지연구소 직원 2명과 의사, 요리사, 기상청·국민안전처 파견직원, 중장비·발전·전기기사를 비롯한 각 분야 전문가 등 16명으로 이루어졌다. 외인구단인 셈이다.
이들 대원에게는 각자의 고유 임무가 있다. 기상청에서 파견된 직원은 매일 낮 12시30분께 사람 키만 한 기상관측용 대형 풍선을 하늘 높이 띄운다. 헬륨가스로 채워진 라디오존데, 오존존데로 불리는 대형 풍선에는 기온 습도 기압 풍향 풍속 오존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가 부착돼 지상으로 데이터를 전송한다.
이와 함께 조리, 의료, 발전, 전기, 안전, 기계설비, 중장비, 연구 담당 대원들은 각자가 맡은 역할을 묵묵히 수행한다. 극지 강국을 향한 도전은 혹한, 극야와 싸우는 이들 월동대의 어깨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극 장보고과학기지=오상준 기자 letitbe@kookje.co.kr
※이 기사는 극지 진출 30주년을 기념해 부산시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