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부산을 극지 허브로Ⅲ <1-4> 해표를 통해 본 자연환경

통통한 몸·지느러미 팔…남극형 맞춤 몸매랍니다

  •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   입력 : 2015-12-02 19:40:57
  •  |   본지 9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어미와 새끼 해표가 다정하게 마주보며 서로의 숨결을 느끼고 있다.
- 영하 35도 장보고 기지 인근엔
- 추위에 가장 강한 웨델 해표 서식
- 두꺼운 지방층·지느러미로 변한 팔
- 극한 환경서 생존 위해 진화한 모습
- 송곳니로 숨구멍 뚫어 천적 피해

남극 장보고과학기지 해빙(海氷) 지대를 지나는데, 얼음 위로 지름 50㎝ 남짓한 구멍이 여럿 보였다. 해표 숨구멍이다. 남극대구 등 어류를 사냥하는 포유류 해표는 물속에서 오랜 시간 버틸 수 있지만, 숨은 물 밖에서 쉬어야 한다. 얼마나 지났을까. 해표 한 마리가 숨구멍을 통해 모습을 드러냈다. 순진해 보이는 큰 눈을 물 밖으로 내민 채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이방인을 발견하고 잠시 멀뚱멀뚱 쳐다보지만, 이내 경계심을 버리고 얼음 위로 올라왔다. 어미 뒤를 따라 새끼 해표가 모습을 드러냈다.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해빙지대의 얼음 숨구멍으로 해표가 머리를 내밀고 있다.
남극의 여름이 시작되는 11월이면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새끼 해표를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아직 젖을 물고 있는 새끼부터 젖을 떼고 막 수영을 배우기 시작하는 녀석까지 바닷가 곳곳에는 해표들이 모여 있다. 어미 해표는 새끼가 젖을 뗄 때까지는 수영을 가르치지 않는다. 남극 바닷속의 차가운 물에서 버티려면 통통하게 젖살이 올라야 하기 때문이다. 얼음 위로 올라온 어미와 새끼는 큰 눈을 껌벅이다가 스르르 잠에 빠져 들었다. 서로의 숨결을 느끼려는 듯 얼굴을 비비며 마주한 표정이 세상 부러울 것 없이 행복해 보였다. 기자는 이들의 평화와 행복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물속 세상에 대한 미련이 남았을까. 해표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느 기각류와 마찬가지로 지느러미로 변한 팔은 물속 활동에는 도움을 주지만 육상에서는 몸을 지탱할 힘이 없다. 숨구멍까지 엉금엉금 기어 왔지만, 여름철에도 영하 20도까지 곤두박질치는 장보고과학기지가 위치한 남극 빅토리아랜드 테라노바만 연안의 추위에 숨구멍은 가장자리가 얼어 버렸다. 얼음 구멍을 넓히기 위해 어미 해표가 날카로운 송곳니를 얼음에 박은 채 머리를 좌우로 돌리기 시작했다. 꽁꽁 얼어붙은 얼음이 가루가 되어 날리고 구멍은 조금씩 넓어졌다. 거침없는 해표의 동작이 마치 대형 보링 머신이 뿜어내는 강력한 파워를 보는 듯했다.

   
어미 해표가 얼어붙은 숨구멍을 이빨로 갈아 넓히고 있다.
한동안 작업이 끝나자 몸이 들어갈 정도의 공간이 확보됐다. 어미가 먼저 물속으로 들어가 새끼를 부른다. 아직 수영이 익숙하지 않은 새끼가 주저하지만 어미의 재촉에 미끄러지듯 얼음 구멍 속으로 빠져들어갔다. 어미 곁에 바짝 붙은 새끼는 어미의 몸짓 하나하나를 배우며 혹한의 남극에서 혼자 살아갈 준비를 한다.

지금부터 3000만 년 전 곤드와나 대륙이라는 거대 대륙에서 분리된 땅덩어리가 지구 남쪽 끝까지 떠 내려와 만들어졌다는 남극 대륙. 아마 대륙에 갇혀 있던 많은 동식물은 연평균 영하 23도와 초속 22.2m에 이르는 강풍, 평균 두께 2300m까지 쌓이기 시작한 눈에 파묻혀 멸종을 맞았을 것이다. 원시 남극 대륙에 존재하던 동식물들이 멸종을 맞은 증거는 1969년 남극 종단 산맥에서 발견된 송아지 크기만 한 공룡인 리스트로사우루스 화석과 남극 곳곳에서 발견되는 나무 화석에서 찾을 수 있다.

   
어미해표가 자신을 따라 들어온 새끼해표를 반기고 있다. 박수현 기자

불행 중 다행으로 해안가로 내려온 일부 동물은 극한 환경에서 살아남는 방법을 터득했다. 이들은 적응이라는 유전자 속에 학습을 본능으로 삼아 오랜 세월을 버텨왔을 것이다. 펭귄과 더불어 남극을 대표하는 해표는 원시 포유류에서 분화된 후 헤엄치기에 알맞도록 팔 대신 지느러미를 가지게 되고, 혹한의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조밀한 털로 덮인 피부 아래에는 두꺼운 지방층을 가지게 됐다. 또한 물속에 머물 때는 코로 물이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콧구멍이 닫히는 구조로 진화해 갔다.

해표류는 세계적으로 18종이 분포한다. 이중 남극권에서 발견되는 해표류에는 웨델(Weddell) 크랩이터(Crab eater) 표범(Leopard) 코끼리(Elephant) 로스(Ross) 해표가 있다. 남위 62도에 위치한 남극 세종과학기지 인근 해역에서는 웨델 크랩이터 표범 코끼리 해표를 관찰할 수 있지만 겨울이면 영하 35도까지 곤두박질치는 장보고과학기지(남위 74도) 해역에는 웨델해표가 주종을 이룬다. 아마 웨델해표가 추위를 견디는 내성이 가장 강한 것으로 보인다. 이뿐 아니라 웨델해표는 송곳니로 해빙에 구멍을 뚫을 수 있다. 장보고과학기지 인근 바다는 해빙으로 온통 덮여 있기에 숨구멍을 스스로 뚫지 못하는 남극의 절대 포식자 표범해표나 범고래가 들어오지 못한다. 그래서 웨델해표는 천적을 피해 더 추운 남쪽으로 내려오게 되었을 것이다. 웨델해표는 몸길이 2.5~3m에 체중은 400㎏가량이다. 웨델이란 이름은 남극을 탐험한 영국 탐험가 제임스 웨델(JAmes Weddell 1787~1834)에서 따왔다.


남극 장보고과학기지=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이 기사는 극지 진출 30주년을 기념해 부산시 지원을 받아 취재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3. 3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4. 4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5. 5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6. 6“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7. 7“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8. 8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9. 9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10. 10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1. 1“영도 절영초 통폐합 추진 중단하라”
  2. 2“능인, 경영능력에 의문” 부산국힘 내주 지원안 머리 맞댄다
  3. 3국힘 부정선거론 다시 띄우기…민주 “선동에 열중” 비난
  4. 4李 비판 유시민에 김민석 “대응 불필요”
  5. 5송파 247만 장 검증, 신분확인·촬영요구로 시작부터 차질(종합)
  6. 6대한항공 말흐리기…실체없는 통합LCC 부산 허브
  7. 7국민의힘 곽규택 의원 등 동구 주요 당직자, 북항 돔구장 정부 공모 참여 환영
  8. 8[뉴스 분석] 종교인·언론사주가 국회 권위 훼손…도덕성 논란까지
  9. 9李 대통령 지지율 2%p 오른 46%…조희대 탄핵 반대 45%
  10. 10부울경 광역의회 협력강화 선언 “미래산업 함께 육성”
  1. 1신세계, 센텀 롯데百 인수…쇼핑·문화·관광 복합타운 만든다(종합)
  2. 2신세계 야외주차장도 복합개발 속도…센텀 유통지형 요동
  3. 3행사 한창인데 벡스코 정전…전력관리체계 도마(종합)
  4. 4부산시, 쿠팡 등 3곳 1630억 투자 유치
  5. 5삼성전자 분기 영업익 107조 역대 최대…반도체로만 106조(종합)
  6. 6미분양·빈집 누적…부산 안서도 주택 위기 제각각
  7. 7롯데, 영도대교 복원 인연 축제로 잇는다
  8. 8AI드론으로 참치 찾는 선박 부산 출항
  9. 9가계대출 금리 5% 턱밑…고정형 주담대 사상 첫 5% 뚫어
  10. 10‘덕후 천국’ 부산에 떴다…롯데百 전국 첫 IP 전문관
  1. 1문 前 대통령 거제 생가 복원키로
  2. 2팔만대장경 다시 판각…해인사 50년 대장정
  3. 3고리원전에 가짜 베어링 납품 업체들, 1년째 수사 표류
  4. 4“국제신문 살리는 게 지역 민주주의 지키는 일”
  5. 5김해 시내버스 개편…장유 등 23대 증차
  6. 6본사 비대위·퇴직자, 지광 고소…실질경영자에 ‘체불 책임’ 추궁
  7. 7“대화 거부한 건 대주주…당당하면 왜 국회서 소명 안 했나”
  8. 8오늘의 날씨- 2026년 10월 30일
  9. 9기말고사에 EBS 유사 문항, 처음 아니었다
  10. 10검증 체계 없는 유가보조금…줄줄 샌다
  1. 1괜찮을까…모레노호, ‘96라인’·손흥민 모두 품었다
  2. 2마침내…밀워키, 월드시리즈 첫 우승(종합)
  3. 3“AG 환희 잊고…리그 첫 경기부터 승수쌓기 총력”
  4. 4여자프로농구 절반이 女감독
  5. 5롯데 수석코치 허문회, 2군 감독 박승민
  6. 6모레노, 은퇴소동 ‘96라인’ 달랜다…대표팀 내홍 풀까
  7. 7부산시대 2년차 읏맨 “홈팬 응원에 성적으로 보답”
  8. 8밀워키, 창단 58년 만에 WS 우승…5차전서 4-1로 탬파베이 제압
  9. 9경남 생활체육 대축전 30일 개막…3일간 31개 종목 열전
  10. 10롯데, 공격서 수비로 중심 이동…주전 새판짜기 예고
우리은행
커피도시 부산 '카페 열전'
영도 골목 끝, 로스팅에 진심인 공간
부산·경남 해상풍력 과제
해상풍력 육성, 정부·동남권 공조가 ‘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