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불황 지속에 소비심리 꽁꽁
- 유럽·일본 등 선진국 상황 비슷

기준금리 인하를 포함한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민간소비 촉진'이라는 취지와 달리 저축률 상승과 부동자금 증가 등 역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한국은행과 한국예금보험공사(예보)에 따르면 예보 예금보험에 가입된 전체 293개 금융회사의 수신(예금) 잔액은 지난해 말 1752조4000억 원에서 올해 3월 말 1789조5000억 원으로 2.1%(37조1000억 원) 증가했다. 이 증가율은 역대 1분기 기준으로 2012년(4.9%)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저축은행의 수신 잔액도 지난 6월 말 기준 40조616억 원으로 1년 전(33조7281억 원)보다 18.5%(6조3335억 원) 늘었다. 이 잔액이 40조 원을 넘어선 것은 2013년 1월(41조5309억 원)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한은이 실물경제 활성화 등을 위해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6월까지 기준금리를 연 1.25%로 내렸으나 금융권에서 잠을 자고 있는 돈은 오히려 증가된 셈이다. 대기성 자금으로 분류되는 '단기 부동자금'도 지난 4월 말 943조8539억 원에서 5월 말 958조9937억 원으로 15조1398억 원 증가하며 역대 처음으로 950조 원을 돌파했다.

한은의 통화완화 정책에도 '돈맥경화' 현상이 심해진 것은 우리 경제의 저성장 장기화 국면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된다. 지속되는 경기 불황으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 소비 심리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글로벌 경기침체를 겪는 선진국에서도 이런 현상은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소비 증대를 위해 2년 전부터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한 유럽연합(EU)과 일본의 올해 저축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1995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한국의 기준금리 역시 세금과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할 경우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로 분류된다.

이처럼 시중에 자금이 풀려도 소비가 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통화정책의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소비·투자 최소화 심리를 상쇄하기 위한 다각적인 정책 검토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한은 이주열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하한 수준에 가까이 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통화정책의 대응 여력이 소진된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