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시장 경쟁력 강화 위해선
- 자회사 분리 구조개편 필요
- 자율성 주고 리스크 분산 '장점'
- 美·日·英 선진국 앞다퉈 전환
- '부산에 지주사' 못 박지 않으면
- 자회사 사기업화로 이탈 가속
- 금융기능 오히려 위축될 우려
한국거래소(KRX)의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놓고 찬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거래소가 구조개편의 '필요성'을 줄기차게 강조하는 것과 달리 추진 과정에서 발생할 부작용 우려와 실효성 논란은 여전하다. 무엇보다 지주회사 소재지에 대한 지역 사회의 우려가 크다. 이번 20대 국회에서 재발의된 자본시장법(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지주회사 소재지를 '파생시장 등 자본시장에 특화된 지역에 둔다'고 돼 있다. 지역 경제계와 시민단체 등은 지주회사 전환 뒤 본사 이전과 관련한 잡음을 사전에 차단하고 '자회사 사기업화'에 따른 수도권 집중 현상을 막기 위해서는 소재지를 '부산광역시'로 못 박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 |  |
| 거래소가 입점해 있는 부산 문현금융단지내 63층 BIFC 전경.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시 '부산 본사' 명기와 관련해 논란이 되고 있다. 국제신문 DB |
■"글로벌 경쟁력 강화 가능"
거래소가 현재의 '통합거래소' 체제를 '지주회사 및 자회사' 형태로 전환하려는 가장 큰 배경은 글로벌 경쟁력 강화다. 2005년 통합거래소가 부산에서 출범한 이후 오랜 독점과 코스닥시장의 정체성 상실 등으로 자본시장의 성장 추세가 둔화된 만큼, 각 시장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하면 시장 간 경쟁이 촉진돼 금융투자업계 활성화 및 아시아 금융허브로의 도약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 체제는 조직의 형태로만 볼 때 선진 시장에서 이미 보편화된 시스템이다. KRX에 따르면 ▷싱가포르(SGX·1999년) ▷영국 런던(LSE·2000년) ▷홍콩(HKEx·2000년) ▷미국 뉴욕(NYSE·2006년) ▷호주(ASX·2006년) ▷일본 도쿄(JPX·2007년) 등 해외 주요 거래소들은 2000년 이후 대부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6월 자본시장연구원 주최로 열린 토론회에서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KRX 서종남 코스닥시장 본부장보는 "시장별 비즈니스 역량 강화와 경영 효율화 등을 고려할 때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는 것이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KRX는 구조개편이 이뤄질 경우 글로벌 인수합병(M&A)과 지분교환, 해외 거래소와의 교차상장 등 사업 다각화를 위한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을 지금보다 쉽게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HKEx는 지주회사 전환 및 IPO를 2000년에 완료한 뒤 이를 바탕으로 2012년 런던 금속거래소(LME)를 인수하는 등 적극적인 M&A를 전개 중이다. SGX는 JPX 등과의 지분교환이나 아시아 통화선물 상장 등을 추진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한국거래소의 위상이 높아지면 KRX 본사가 있는 부산의 금융중심지 기능도 동시에 강화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조개편 이후 지주회사가 의사결정을 아우르고 각 자회사가 개별 사업에 집중하게 되면 명확한 역할 분담과 자율성 확보가 가능해져 경영이 효율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지주회사의 전체 자산이 여러 자회사로 분리돼 운용 다각화도 꾀할 수 있다. 리스크 분산 효과가 통합거래소 체제보다 더 커질 수 있다는 의미다.
■'부산 이탈' 가속화 우려도
하지만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우선 2005년 통합거래소 출범 당시 정부가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려면 지주회사 체제보다 단일 거래소(통합거래소) 형태로 가야 한다"고 해놓고선 이제와서 '자회사 분리'를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거래소 이동기 노조위원장은 "당시에도 지주회사 전환 계획이 논의됐으나 비효율성이 우려돼 단일 거래소 방식을 채택한 것"이라며 "이를 다시 분리하는 구조개편은 설득력이 없다. 해외 주요 거래소와 한국거래소의 지주회사 채택 배경도 다르다"고 강조했다.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가시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다. 엄경식 전 서울시립대 교수(현 미국 UC버클리 연구원)는 "분리된 자회사들이 십수년, 길게는 수십년 간 생존력을 키울 수 있을지 불투명한데다 현재의 시장본부와 신생 자회사와의 차별성이 없어 이해 상충에 따른 역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구조개편에 따른 법적·제도적 비용도 만만찮다. 지주회사 전환이 지금의 통합거래소보다 시장 간 의사결정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각 자회사에 '낙하산' 인사가 많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무엇보다 부산의 금융중심지 기능이 오히려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재의 통합거래소가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다는 것은 '코스닥 분리'의 경우처럼 각 시장본부가 사기업화돼 '독립'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구조개편이 이뤄지면 현재의 각 시장본부는 법인 형태로 변경되고, '시장본부장(부이사장)' 직함 역시 '사장'으로 바뀐다. 동의대 김성태(경영학과) 교수는 "지금도 거래소의 핵심 기능(코스피 및 코스닥시장)이 수도권 위주로 돌아가고 있다. 각 시장본부의 자회사 분리는 '부산 이탈의 가속화'를 넘어 '공식화'를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지역 경제계 및 정치권은 지주회사 본사를 '부산'으로 명확히 표기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통합거래소 출범 당시 합의된 'KRX의 부산 일원화'가 사실상 12년이 지나도록 지켜지지 않는 상황에서 본사 조항마저 빠진다면 '거래소 조직의 사기업화에 따른 수도권 집중 현상' 등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해영 의원(부산 연제구)은 "수도권에서는 '부산' 명기 문제를 부수적인 일로 볼 수도 있으나 지역에서는 금융중심지 발전 등과 연관된 중차대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 KRX 지주회사 전환 추진 일지
2015년 3월 금융위, '코스닥시장 분리' 포함 자본시장 기능 강화 TF 구성
3~5월 부산 경제계 및 정치권 강한 반발
6월 지주회사 전환 계획 공식 발표
7월 금융위 'KRX 구조개편 방안' 확정
9월 이진복 의원 '자본시장법 개정안' 대표발의(부산 문구 포함)
2016년 5월 19대 국회 종료, 개정안 자동 폐기
7월 이진복 의원 '개정안' 재발의('부산'→'파생시장 등' 문구 수정)
9월 20대 국회 처리 여부 놓고 논의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