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해양·파생특화 인력 양성
- 금융위 제안으로 공식화
- 정부 타당성 조사 고득점
- 관련부처 실무협의 진행
- 대선공약을 지역특혜 폄하
- 기재부 공모 전환 등 제동
- 부산시 전략차질·기능축소 우려
- 카이스트도 분원설립 촉구
2009년 말부터 추진된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금융전문대학원의 부산분원 설립 계획이 정부의 지원 의지 부족 등으로 표류되면서 해양·파생특화형 금융중심지로 도약하려는 부산의 '글로벌 금융 전략'도 차질을 빚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계획을 '교육기관 설립' 수준의 단순 사업으로 보지 않고 있다. 국내 유일의 금융전문대학원을 보유한 카이스트의 교육 인프라와 국내외 위상 등을 고려할 때 해당 대학원의 분원이 지역에 들어서면 부산 금융중심지 발전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가 그만큼 클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카이스트 역시 교육영역 확대와 학교 발전 등을 위해서는 분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대선공약으로 탄력
18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이 사업은 2009년 12월 금융위 산하 금융중심지추진위원회가 '금융전문대학원 설립' 방안을 심의·확정하면서 첫 발을 내디뎠다. 당시 금융위는 같은 해 1월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부산이 해양·파생특화형 금융중심지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국제금융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봤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사업의 공식 명칭은 '부산 금융전문대학원 설립'이었다.
하지만 2010년 9월 당시 금융위 권혁세 부위원장이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을 분원 형태로 부산에 설립하자고 공식 제안하면서 사업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부산시와 당시 김정훈 국회 정무위원장(새누리당·부산 남구갑)은 2012년 6월 분원 유치를 위한 첫 번째 실무협의를 가졌고, 그해 10월에는 김 정무위원장과 카이스트 서남표 총장 간 논의의 자리가 처음으로 마련됐다.
그 이후 해당 사업은 2012년 11월 새누리당 대선공약에 포함되면서 작업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카이스트도 같은 해 12월 이사회를 열어 부산분원 설립 계획을 이사진에 보고했고, 2013년 1월에는 김 정무위원장과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만나 사업의 밑그림을 그렸다. 같은 해 3월 카이스트가 부산분원 설립 방안을 공식 확정한 데 이어 한 달 뒤인 4월에는 금융위가 대통령 업무보고와 국회 정무위 업무보고 자료를 통해 'KAIST 부산금융전문대학원 설립 추진' 계획을 공식화했다.
기획재정부 역시 2013년 11월 사업의 타당성을 조사하기 위한 기관으로 한국금융연구원을 선정했다. 2014년 7월까지 진행된 타당성 조사 결과 카이스트 분원 설립 방안은 부산에 금융전문대학원을 설립하는 여러 시나리오 중 '새로운 금융전문대학원 설립'(총점 30 중 9점)이나 '일반 경영전문대학원 운영대학의 부산 분교 설립안'(19점)보다 월등히 높은 점수(23점)를 받았다. 이 같은 조사 결과를 토대로 금융위·미래부·교육부·기재부 등 관련 부처는 2014년 8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실무 협의를 진행했다.
■카이스트도 필요성 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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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동대문구 카이스트 서울캠퍼스에 있는 학교 이정표.
카이스트 제공 |
당시만 해도 걸림돌이 없었던 해당 사업은 지난해 7월 기재부가 돌연 "카이스트 대신 공모 방식으로 일반 대학을 선정한 뒤 해당 대학이 부산에 금융전문대학원을 세우도록 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좌초 위기가 불거졌다. 이를 놓고 부산시와 지역 금융권은 "카이스트의 교육 인프라를 부산으로 흡수하겠다는 계획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 "공모를 통해 금융 관련 대학원이 부산에 들어선다 해도 기능과 규모는 대폭 축소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마저도 기재부는 지금까지 공모를 진행하지 않고 있으며, 시가 '일반 대학 선정'이라는 시나리오까지 감안해 지난 5월 신청한 국비(향후 6년간 연 10억 원)를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부산을 금융중심지로 지정한 정부가 정작 '해양·파생특화형 글로벌 금융도시를 구축하겠다'는 스스로의 원칙을 어긴 채 지원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가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은 해당 사업을 '부산의 특혜 사업'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카이스트 금융전문대학원의 분원을 부산에 설립하면 다른 지역의 반발 등 특혜성 시비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 기재부의 입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이 사업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인 데다 대통령 업무보고 당시에도 추진 계획이 확정된 바 있어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시 관계자는 "금융중심지 발전의 일환으로 추진돼온 이 사업을 정부가 단순한 지역 사업으로 보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인 것 같다"고 성토했다.
실제로 이 사업이 비교적 작은 예산 규모에도 중요성을 갖는 것은 단순히 교육기관 하나를 지역에 설립하는 차원을 넘어 카이스트의 교육 인프라 등을 부산으로 흡수하는 목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카이스트 시스템과 연계된 해양·파생 관련 금융전문대학원이 지역에 들어서면 부산의 금융중심지 위상과 기능은 물론, 중장기적으로 인재 양성과 연관 산업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지역 금융권 관계자는 "선박과 파생금융 등에 특화된 금융전문대학원은 우리나라에 전혀 없다. 부산국제금융연수원 등 지역에 금융 관련 교육기관이 전무한 것은 아니지만, 금융 관련 전문 대학원이 부산에 들어서면 금융중심지 발전의 실질적 열매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카이스트 관계자도 "분원 설립 방안과 관련해서는 우리도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있다. 학교 발전을 고려할 때 추진돼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금융전문대학원 부산분원 설립 추진 일지] 이미지 크게 보기 click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