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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해운 진단] "아직 늦지 않았다…한진해운 국유화로 양대선사 유지해야"

오거돈 동명대 총장

  •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  |   입력 : 2016-09-25 20:02:53
  •  |   본지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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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영진 무능·정부 정책 실종
- 미증유 글로벌 물류대란 야기
- 새 국적선사 성장 거의 불가능
- 물류·해운 자주권 풍전등화

- 회생 불발땐 동남권 경제 치명타
- '선 구제 후 수습'이 유일한 해법
- 유럽·日 사례 타산지석 삼아야
- 대통령 직속 총괄기구 설립 필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풍전등화'에 놓인 대한민국 해운·물류산업의 붕괴와 국가 경제의 총체적 위기를 막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당장 정부가 한진해운에 대해 '선 구제 후 수습' 원칙 아래 특단의 조처를 취해야 합니다. 세계가 한국 정부의 해운·물류산업 정책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정부와 국회, 부산시가 함께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대통령의 통 큰 결단도 필요합니다."

해양수산부 장관과 한국해양대 총장을 역임한 바 있는 동명대학교 오거돈 총장. 해운·항만·물류 분야 원로인 그가 법정관리 중인 한진해운 처리에 대한 정부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피끓는 목소리를 토해냈다. 그의 목소리와 표정에는 지난 13일 나온 부산지역 13개 대학교 총장 공동성명 등 지역의 여론이 중앙정부에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과 국가 및 부산 경제의 암울한 미래에 대한 걱정이 진하게 묻어 있었다. 인터뷰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사태 발생 3주가 지나서야 겨우 부산항을 방문한 지난 23일 동명대 총장실에서 진행됐다.
   
오거돈 동명대학교 총장이 지난 23일 인터뷰에서 한진해운 사태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가 seosy@kookje.co.kr
■동북아 물류기지 강점, 포기할텐가

오 총장은 우선 "이번 한진해운 사태는 경영진의 무능, 해운물류 산업에 대한 정부의 무지와 정책 실패, 미흡한 위기대응 능력이 맞물려 발생한 참사"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로 인해 미증유의 글로벌 물류대란이 발생했고, 해운산업 뿐 아니라 국가 경제 산업 금융 및 무역시스템, 안보에 이르기까지 국가 경제의 총체적 위기를 초래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의 해운·물류산업에 대한 정책 실종이라는 부분에 방점이 찍혔다.

그는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는 한·중·일 동북아 3국에 대해 세계는 '한국-물류기지', '중국-생산기지', '일본-기술기지'로 각자의 강점을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한진 사태에 대한 정부의 대처를 보면서 한국의 강점을 포기하는 것으로 인식할 수 있어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한진해운이 사라지면 50여년 동안 수많은 어려움 속에 구축한 국가 물류시스템의 기반이 약화되고, 세계 10대 무역 대국으로 성장한 우리나라의 미래 성장잠재력을 둔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오 총장은 "우리나라는 한·중·일·러의 중간에 위치해 있을 뿐 아니라 미국과 동북아를 최단거리로 연결하는 최첨단 항만인 부산항을 갖고 있어 환적화물과 원양화물을 동시에 끌어들이는 동북아 물류 거점 국가로 성장했다"며 "이는 장차 유라시아횡단열차 등과 접목해 육·해·공 물류가 융합되는 물류 강국으로 도약할 희망을 갖게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라는 '쌍두마차'가 부산항을 중심으로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해줬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했다"며 "그러나 한진해운이 사라지면 우리 해운·물류의 버팀목은 급격히 스러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아울러 오 총장은 "해운산업은 자본집약적인 산업으로, 한진해운이 파산할 경우, 현재 글로벌 해운산업의 구조 및 경쟁체계에서 다시 한진해운과 같은 국적선사를 성장시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 국가 물류시스템 경쟁력 회복이 요원해진다"고 전망했다.

■머뭇거리면 호미로 막을 일 크레인으로도 못 막아

   
한진해운 법정관리 사태로 해운·항만·물류 업계에 비상이 걸린 가운데 지난 23일 오후 한진해운 부산신항 터미널에 하역작업이 끝난 선석에 빈 트레일러가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서정빈 기자 photobin@kookje.co.kr
그는 한진해운 사태로 인해 향후 부산항의 위상 추락과 부산 지역 경제의 위축은 물론이고 동남권, 나아가 국가 전체의 경제에 먹구름이 끼였다고 우려했다.

오 총장은 "한진해운을 가장 껄끄럽게 여기고 있던 2M(머스크, MSC) 등 세계 해운업계의 '공룡'들이 한진의 알짜노선인 부산항~북미 항로에 컨테이너선 수십 척을 발 빠르게 투입해 물량 접수에 나섰고, 해외 해운동맹인 CKYHE는 한진을 퇴출시켰다"며 "이는 국가 수출입의 해외선사 의존도를 높여 경제 전반의 족쇄가 될 것이고, 해운 자주권도 위축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특히 "상하이 닝보 등 중국 항만들과 치열한 물량 유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부산항으로서도 환적 화물 감소와 경쟁력 상실로 이어지고, 환적 화물을 싣고 오는 선박 수가 급감하면 항만 관련 산업이 직격탄을 맞아 부산 경제에 치명상을 입힐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이는 곧 동남권 경제에도 직격탄이 될 것으로 예견됐다. 오총장은 "해운산업의 위기는 조선산업의 위기와 맞물려 국가 해양비즈니스 클러스터의 기반을 약화시키면서 동남권의 경제·산업 생태계와 고용구조를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된다"며 "부산 및 동남권은 조선, 선박수리, 선박기자재, 해운, 항만 및 물류산업의 약 70%가 집중되어 있다"고 밝혔다. 조선산업 위기로 동남권에서 이미 약 1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고 관련 산업인 선박기자재 및 관련 기계·조립산업, 선박수리업, 선박관리 및 선용품업, 항만물류서비스 공급업 등 관련 산업에서도 추가적인 일자리 수만 개의 상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다.

그는 사태 발생 3주가 지나서야 대주주와 산업은행이 1600억 원 규모의 긴급 자금 지원을 결정한 것과 관련 "화물 하역작업을 위한 것일 뿐, 근본적 대책은 되지 못한다. 언발에 오줌누는 격"이라며 "머뭇거리다가 결국 '호미로 막을 수 있는 일을 크레인으로도 못 막는 꼴'이 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해양수도 부산 다시 일어나야 한다

그는 인터뷰 중간 중간 '한진해운 사태는 동남권 경제의 기반을 무너뜨릴 수 있는 중대한 사건'이라는 점을 수차례 거듭해서 강조했다. 오 총장은 "서울이 우리나라 정치, 경제, 행정의 수도라면 부산은 우리나라의 해양수도로서 해양비즈니스 산업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데 조선산업과 해운산업이 모두 무너지면 부산은 더 이상 해양수도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담당할 수 없다"고 통탄했다. 그러면서 그는 "하지만 해양수도 부산은 다시 일어나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 국회, 부산시가 한진해운 사태를 조속히 해결하고 국적선사를 유지·운영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한다. 금융지원을 통해 한진해운을 회생시키거나 아니면 국가 또는 제3의 기업이 인수하는 방안 등 다양한 해법이 고려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 일본, 중국 등이 파산 위기에 빠졌던 자국 정기선사의 지원을 위해 정치적 위험까지 감수하며 금융지원, 지분인수 등 다양한 정책을 추진했던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는 "아직 늦지 않았다. 더 늦으면 지원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며 "대주주가 밉다고 국가기간산업의 주축인 세계적 해운기업까지 무너뜨리는 '교각살우(矯角殺牛)'의 실수를 범하지 말고 한시바삐 '선 구제, 후 수습'의 자세로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적 결단과 물류정책기구 필요

오 총장은 또 "현 시점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큰 결단도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번 해운산업 위기를 계기로 정부에 대통령 직속 국가물류정책 총괄 정책협의기구를 설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총리실 산하에 해양정책본부를 두고 있으며 그 의장은 총리가 맡고, 관련 부처 대신(장관)들이 참석해 주요 현안과 정책을 다룰 정도로 해운물류 분야를 중요시하고 있다는 점도 참조하기 바란다"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해양수도 부산을 중심으로 한 해양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 국회, 부산시와 학계 및 산업계 대표로 구성된 부산시 물류정책위원회 설립도 제안했다. 오 총장은 "산·학·연·정 전문가가 모여 지혜를 모으고 경험을 모아 국가 물류정책 그리고 해양수도 부산의 물류정책을 혁신할 필요가 있다. 이것이 해양수도 부산이 다시 일어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오 총장은 "조선 해양 해사 부문 인재 육성의 책임을 맡은 교육자로서, 젊은이들에게 여전히 '바다에 길이 있다'는 희망을 잃지 말라는 당부를 하고싶다"며 "부산의 해양비즈니스 산업 및 부산항의 성장을 위해서 고부가가치 중심의 미래 지향적 인재육성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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