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림부 1시간 만에 "백신부족, 물량 수급 힘들다" 엇박자

조류인플루엔자(AI)가 역대 최악의 피해를 낸 데 이어 구제역마저 '대란'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정부의 위기 대처 능력이 심각한 허점을 드러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상황 파악을 제대로 못 해 엉뚱한 지시를 하는 등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지적까지 제기된다.

황 권한대행이 구제역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자초한 것은 지난 9일 오전 관계장관회의에서 "백신 접종이 이번 주에 완료되도록 철저하고 신속하게 실시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하면서다. 그러나 불과 1시간 뒤 농림축산식품부가 "현재 정부가 보유한 백신 물량으로는 일제 접종이 어려워 긴급 수입을 추진한다"고 발표했다. 결과적으로 황 권한대행은 불가능한 지시를 한 셈이다. 국무총리실은 뒤늦게 해명에 나섰지만 설득력이 부족했다. 더욱이 황 권한대행이 주재한 회의에 김재수 농식품부 장관도 참석했던 점을 고려하면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다.

황 권한대행은 다음 날인 10일 구제역·AI 일일점검회의에서 "인력 부족이 우려되는 경우 군 투입을 해야 할 상황으로 판단된다. 면밀히 검토해 신속히 판단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그는 또 "소에서 발생한 구제역이 돼지로 확산되지 않도록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또한 불과 하루 전날 내린 엉뚱한 지시에 이은 뒷북 대처라는 지적을 피하기가 어렵게 됐다. 이 때문에 정부 부처 안팎에서는 구제역이 조기에 잡히지 않고 계속 확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에서 구제역이 창궐한 이후 16년간 살처분 비용 등으로 3조3127억 원의 혈세가 투입됐으나, 당국의 구제역 대처는 조금도 나아진 게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본적인 근절책 마련을 위한 고민도 없이 허술한 백신 접종에만 매달린 결과 축사 소독 등 차단 방역에 소홀했다는 것이다. 백신 논란도 계속 불거지고 있다. 방역 당국은 부실 접종 의혹 등 농민의 '도덕성 부재'를 문제 삼고 있지만 축산 농민들은 백신을 제대로 놨다며 백신의 효능이나 당국의 부실한 교육 등을 지적하고 있다.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