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른 지역 사업과 형평성이 이유
- 태생부터 한계…역할 축소 우려
- 해외항만과 경쟁서 도태 불보듯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해운법 개정안에 따라 설립될 해운거래소는 정부의 재정 지원 조항이 없어 실속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애초 부산을 아시아권의 해운·금융 허브로 성장시키는 데 발판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해운거래소의 역할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

	상하이 해운거래소 전경. 국제신문DB

해운거래소 설립을 바탕으로 부산항이 컨테이너 물동량에만 매달리지 않고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에 더 높은 비중을 두겠다는 전략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해운법 개정안을 발의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장인 김영춘(더불어민주당·부산진갑) 의원은 "해운법 개정안 통과는 100% 만족스럽지는 못하지만 해운거래소 설립의 첫 단추"라며 "앞으로 재정지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해운거래소에 대한 정부의 재정 지원 조항을 추가하는 것이 앞으로 실현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해운법 개정안의 내용은 애초부터 한계를 안고 있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실제 법안심사 전에 실시하는 소관부처 의견조회에서 법적 근거는 인정됐지만, 기획재정부가 재정지원 조항을 삭제한 이유를 들어보면 이 같은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난다.

기재부 측은 해운거래소 설립이 부산사업이고, 만일 이런 지역사업에 재정지원 사례가 알려지면 타 부처 기관들이 이를 벤치마킹해 너도나도 예산지원을 요청할 수 있어 조항을 뺐다는 것이다. 결국 김 위원장 말처럼 해운거래소 첫 단추만 끼운 것에 만족할 수밖에 없을 수도 있다.

외국 선진 항만에는 이미 해운거래소가 설립돼 운임지수를 발표하고 있다. 영국의 발틱해운거래소(1900년)와 일본해운집회소(1921년)는 주식회사 형태로 출발했고, 중국은 상하이 항이 급성장하면서 1996년 교통부와 상하이 시가 공동으로 상하이해운거래소를 설립했다. 런던의 발틱해운거래소의 벌크운임지수(BDI)와 상하이해운거래소의 컨테이너운임지수(CCFI)는 전 세계 해운시장의 운임 척도가 될 만큼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해운도시로서의 명성을 뒷받침해주고 있다.

부산시도 해운거래소 설립을 위한 전 단계 기관인 해운거래정보센터(MEIC)를 2011년 개소해 시장 규모와 운임 변동이 가장 큰 벌크선 시황리포트를 매일 만들어 지금까지 481회 발행했다. 컨테이너선과 탱커선 시황리포트는 주간으로 내고 있다. 시장이 큰 중국과 영미권을 위해 2014년부터 영어와 중국어판도 만들고 있다. 지금은 벌크선과 컨테이너선의 운임지수를 개발 완료했다.

남종식 해운거래정보센터 팀장은 "영국의 BDI지수는 유럽 편중에 시차까지 있어 현실성이 떨어지고 상하이의 CCFI지수는 상하이 항의 입출항 화물에 대한 운임지수여서 바로 적용하기에는 적절하지 않다"며 "MEIC지수는 아시아 시장 전체를 대상으로 항로, 선박 크기, 선박 종류까지 고려하기 때문에 우리 업체들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한국형'"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해운거래소 설립 전 단계가 순조롭게 진행됐지만, 정작 정부 재정 지원이 빠진 반쪽짜리 거래소가 출범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