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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국제시장 청년 창업가들 <1> 흑백사진 그리다

낡은 카메라에 담은 추억 한 장, 관광객·젊은 층 사이 인기몰이

  •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
  •  |   입력 : 2017-03-14 19:08:33
  •  |   본지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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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사 사진기자 아버지 따라
- 출사 다니며 카메라·사진 관심
- 관광명소 국제시장에 스튜디오
- 흑백사진 남기려 하루 30팀 몰려
- "초상화 하겠다" 외국인도 찾아와

- 부산 특색 살린 문화공간 조성
- 관광상품 제작 등 사업 확장 계획

국제시장은 2층짜리 건물을 중심으로 한 골목으로 이뤄진 상권이다. 각 건물은 숫자를 붙여 '공구'라는 명칭으로 부르는데, 1~6공구까지 있다. 건물 사이사이 골목이 지금의 국제시장을 만들어냈다면, 국제시장 각 공구 2층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어진 지 오래다. 하지만 최근 청년 창업가들이 잊혀진 공간에 둥지를 틀면서 새로운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다. 청년 창업 공간 중 '근대 흑백사진관 그리다'(이하 흑백사진 그리다)는 이름 그대로 흑백사진으로 관광객들에게 추억거리를 선사하고 있다.
국제시장 6공구의 청년 창업공간에 들어선 '흑백사진 그리다'의 이충엽 대표가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전민철 기자
■아빠 따라 찍은 사진

흑백사진 그리다 이충엽(31) 대표는 신문사 사진기자 생활을 했던 아버지를 따라 사진을 찍으러 다녔다. 아버지가 수집했던 오래된 카메라는 이 대표의 장난감이었던 셈이다. 인문학을 전공하며 '공간'에 관심을 가졌던 것도 창업에 영향을 미쳤다.

국제시장 6공구 2층 창업공간은 그래서 독특하다. 영화 '밀정'에서 배우 공유가 찍었던, 그 카메라가 그대로 재현됐다.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낡은 카메라 앞의 허름한 목재 의자에 앉아야 한다. 이 대표는 "하나 둘 셋"하고 외치며 플래쉬를 터뜨린다. 사진기 옆에 선 이 대표의 뒤에는 쑥쓰러운 듯 주먹을 말아 쥔 채 앉아 활짝 웃는 두 명의 남성 흑백 사진이 걸려 있다.

창업 공간 안에는 메인 카메라 이외에도 10여 종의 다양한 낡은 카메라가 전시돼 있다. 1910년대, 1차 세계대전에서 종군기자가 썼던 카메라도 있다. 전문가인 아버지가 잘 관리해 전시된 카메라는 모두 지금도 작동하며, 이 대표는 가끔씩 여행을 갈 때 낡은 카메라로 사진을 찍기도 한다. 마룻바닥이나 창틀은 목재 형태로 옛 공간의 흔적을 그대로 남겨뒀다.

■관광객, 추억을 담다

'흑백사진 그리다'에서 촬영한 사진들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이후 '흑백사진 그리다'는 매일 20~30팀의 사진 촬영을 하는 등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국제시장 자체가 전국적인 관광 명소로 떠오르며 흑백사진 공간 역시 덩달아 이름을 알리고 있다. 이 대표는 "필름 사진을 인화하며 생기는 설레임과 기다림의 시간이 매력적이다"며 "디지털 카메라를 일반적으로 쓰는 요즘, 사진이 잘 찍혔을까를 궁금해하는 설레임이 관광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손님들도 다양해졌다. 사업 초기에는 20대 초반의 여성이 주요 고객이었다면, 현재 중년 여성과 남성까지 고객층이 확대됐다. 가령 20대 초반의 여성이 입소문을 듣고 사진을 찍은 뒤 만족, 부모님까지 모시고 오는 사례가 생기는 것이다.

만삭 여성에게도 흑백사진은 특별하다. 생애 첫 아기를 가졌다는 기쁨을 특별한 사진으로 간직하는 사례다. 최근 만삭 여성 사이에도 흑백사진에 관한 소문이 퍼지며 국제시장을 찾고 있다.

반려견과의 사진 역시 남길 만한 추억이다. 이 대표는 "반려견 카페 활동을 하는 한 손님이 흑백사진을 인터넷에 올리면서 최근에는 반려견을 데리고 오는 손님이 부쩍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시된 사진 가운데 중년 여성이나 외국인의 독사진도 눈에 띈다. 한 미국인 중년 남성은 자신의 초상화 사진에 흑백사진을 넣고 싶다며 국제시장에 찾아왔다. 이 대표는 이 남성의 사진을 찍은 뒤 인화해 우편물로 보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옛 교복 등의 옷을 제공해 체험 형태로 사진을 찍는 방안을 구상 중이다. "흑백 영화로 흥행몰이를 했던 영화 '동주'에 나왔던 교복 등을 제공해 고객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호점은 "사진관 아닙니다"

이 대표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옛 공간의 매력에 빠진 이 대표는 흑백사진 그리다 사업에 힘입어 앞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2호점은 사진관이 아니며, 특정 지역의 특색을 그대로 살린 카페 등의 문화 공간이나 지역 상징성을 살린 소품을 만드는 형태로 진행될 전망이다.

부산에서 활동한 옛 위인의 얼굴을 그린 초상화를 넣거나, 부산 곳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그대로 살린 관광지를 배경으로 한 관광 상품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또는 부산 각 지역의 특징이 그대로 나타난 문화복합형 카페도 이 대표의 사업 구상안에 들어가 있다.

13일 개소한 광복동 크리에이터 샵에는 이 대표가 그동한 흑백사진 그리다에서 찍었던 작품들의 전시회가 오는 4월 열린다. 이 대표는 전시회에 사진 속 주인공들을 초대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산복도로 일대의 부산 역사를 오롯이 가진 장소와 조선시대 부산의 역사를 간직한 동래 등 부산이 가진 매력은 다양하다"며 "공간에 흑백사진을 입힌 것처럼, 다음 장소에는 다른 콘텐츠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예정이다"고 밝혔다.

민건태 기자 fastmkt@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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