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행 연구 사업 범위 대폭 늘려
- KMI·민간영역까지 업무 중복
- 타 연구기관과 형평성 어긋나
정부가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극지연구소에 극지 관련 업무를 사실상 독점하도록 하는 특혜성 법안을 국회 상임위에서 통과시켜 논란이 일고 있다.
이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등 다른 국책 연구소와 민간연구기관들이 경쟁과 협업체계를 갖춰온 극지연구기반이 왜곡될 것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국회와 관련 연구기관에 따르면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는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 한국극지연구소’를 설립하는 내용의 ‘극지활동진흥법’ 제정안을 지난 14일 처리했다. 이 법안은 조만간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법안은 극지연구소 명칭을 ‘한국 극지연구소’로 바꾸고 ▷국가의 극지활동진흥기본계획 및 극지활동정책 수립의 지원 ▷전문인력 양성 ▷국제공동연구 수행 ▷극지연구 통합정보시스템 운영 등의 사업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대해 관련 연구기관과 업계는 정부가 극지연구소에 관련사업을 몰아줄 수 있는 근거가 생기는 것으로, 다른 연구기관과 단체의 연구·교육기능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당장 부산에 있는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의 주요 업무들과 겹친다는 지적이다. 이 법안에 명시된 ‘극지 연구전문인력 양성사업’은 KMI가 해수부로부터 위탁받아 수행하고 있는 남·북극 전문인력 양성 프로그램과 중복된다. ‘통합정보시스템 운영’사업도 KMI가 운영 중인 ‘극지e야기’와 내용이 흡사하다.
이 법안이 KMI의 극지관련 인문 ·사회분야 연구는 물론 타 기관과 민간에서 수행 중인 업무들을 극지연구소에 ‘몰아주기’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극지연구소가 이들 사업과 연련된 부대사업 등 민간영역 업무까지 독점할 수 있는 여지를 주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 법안 자체가 국내법 체계에 맞지 않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해양과학기술원 부설 연구기관인 극지연구소의 설립근거를 법률로 정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극지연구소 정관에 기재할 내용을 법률로 정했다는 것이다. 이 법안이 시행될 경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해양과학기술원 부설), 건축도시공간연구소(국토연구원 〃) 등 다른 부설 연구기관들과의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법안에 극지연구소 업무가 명시됐다고 정부가 독점적으로 일감을 몰아주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 법안은 인천 출신인 자유한국당 안상수 의원이 발의했다. 극지연구소는 당초 부산 이전 예정이었지만 이명박 정부 때 인천에 남는 것으로 결정됐다.
정옥재 기자 littleprinc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