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종기지 30년 기념 남극방문
- 기지 내 역사 박물관 감수 맡아
“‘남북호’가 부산항을 출항한 1978년 12월 7일이 우리나라 남극연구가 시작된 날입니다. 이 중요한 사실이 역사박물관 극지연구사에 누락돼 안타깝습니다.”
남극세종기지 월동연구대장을 네 차례나 역임한 장순근(극지연구소 명예연구위원·사진) 박사는 남극연구의 살아있는 역사다. 세종기지 30주년 기념행사를 위해 최근 남극을 방문하고 돌아온 장 박사를 만났다. 장 박사는 지난 1월 6일부터 2주가량 머물면서 세종기지에 최근 건립된 남극연구 역사박물관 감수를 진행하고 돌아왔다.
“2009년 1월 중순에 떠나온 뒤 거의 10년 만이었습니다. 남극 방문은 기상 상황에 크게 영향을 받는데 이번엔 신기하게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예정된 날짜에 들어갔습니다.”
10년 만에 가본 세종기지는 많이 변해있었다. 세종기지도, 남극의 지형도 많이 바뀌어 있었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여성 대원들이 많이 늘었다는 것이다.
“연구원뿐 아니라, 의사, 응급구조사까지 여성이 모두 14명(전체의 18%)이나 되더군요. 우리나라는 남극 기지를 둔 아시아 4개국 가운데 가장 처음으로 여성 월동대장을 배출하기도 했다”고 그는 뿌듯해했다. 또 “연구 내용도 훨씬 다채로워지고, 수준이 높아지는 게 눈에 보였습니다. 다만 지질쪽 분야 연구는 좀 적어 보여 아쉬웠다”고 했다.
남극의 해안 침식은 눈에 띌 정도였다. 해안이 깎이면 매립을 해야 하는데 골재 공급이 문제가 될 것 같아 보였다. 해수면 상승도 피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남극 반도 일대는 온난화가 가장 심하게 진행돼 지금도 만조에는 부두표면에서 불과 50~60㎝ 아래까지 해수면이 올라온다. 파도가 높으면 부두도 깎이고 파일뿐 아니라 기지 서쪽 세종곶 일대 낮은 곳은 물에 잠길 수 있다. 연구소 해수 인입 시설이나 측지동도 피해가 갈 수 있는 만큼 해수면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준비를 해놔야 한다고 그는 지적했다.
역사박물관에 전시된 사료들을 둘러보며 아쉬웠던 점은 우리나라 남극연구에서 중요한 사건들이 누락됐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남극연구의 효시는 남빙양에 서식하는 크릴 연구 및 어획을 위한 1978년 12월 남북호의 출항이다. 당시 정부가 출어경비의 반을 부담하고 당시 국립수산진흥원의 연구관들이 승선해서 크릴을 채집해서 연구하고 그 내용을 보고서로 발간했다. 크릴연구를 계기로 1985년 3월 남극해양생물보존협약(CCAMLR)에 가입하게 됐다.
우리나라의 최초의 남극대륙탐험은 한국해양소년단연맹이 1985년 11~12월에 걸쳐 수행한 ‘한국남극관측탐험(단장 윤석순)’인데 이 부분도 빠져 있었다. 이 두 가지 역사적 사실이 세종기지 역사박물관에도 꼭 기록되길 바란다고 그는 말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올해 12월이면 대한민국 남극연구가 40주년을 맞는다. 해양수산부가 이를 기념할지 지켜볼 것”이라고 말했다.
정유선 기자 freesun@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