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 청탁 무죄 판단에 유리
- 총수 구속 롯데는 유·불리 모호
- 변호인단 보강하고 만반 준비
박근혜 전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와 강요죄 등을 유죄로 인정한 법원의 1심 판결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과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두 총수는 뇌물공여 등 혐의로 각각 대법원 상고심과 2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재판부가 기업의 ‘대가성 청탁’보다 박 전 대통령의 ‘지위를 이용한 강요’에 더 무게를 둔 만큼 결코 불리한 판결은 아니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삼성전자는 6일 재판부가 박 전 대통령 등의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금 모금과 관련해 “사회적 지위로 기업들에게 불안감을 일으켰다”고 판결한 만큼 내부적으로 일단 안도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애초 재계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1심 선고공판 결과가 이 부회장 상고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했다. 재판부가 ‘대가를 바란 삼성의 뇌물공여’와 ‘박 전 대통령의 강요’ 중 어떤 판단을 하느냐에 따라 대법원에서 이 부회장의 유뮤죄가 갈릴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결국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삼성 측에서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관련 청탁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행위를 박 전 대통령 강요에 의한 것으로 결론 내렸다.
이에 따라 삼성은 이전보다 다소 유리한 입장에서 상고심을 준비할 수 있게 됐다. 이 부회장도 ‘경영 승계를 위해 부정하게 돈을 줬다’는 비판에서 어느 정도 자유롭게 됐다. 이를 토대로 국내 경영 활동을 조만간 재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롯데는 상황이 긴박해졌다. 재판부가 이 부회장에게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과 달리 “박 전 대통령과 신 회장 사이에 ‘묵시적인 부정 청탁’이 있었다”고 인정했기 때문이다. 다만 롯데는 이날 재판부가 “롯데그룹에서 박 전 대통령 측에 명시적으로 ‘도와달라’고 청탁한 점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결한 데 주목하는 분위기다. 현재 구속 수감 중인 신 회장은 지난달 말 이광범 엘케이비앤파트너스 대표변호사 등을 추가로 영입하며 ‘변호인단 보강’에 나섰다. ‘총수 무죄’를 위한 롯데의 반격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되는 대목이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