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에 무게중심을 뒀던 정부의 경제정책 원칙이 혁신성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현재 고용, 투자, 내수 등 경제지표가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있고 최근 수출 증가세도 둔화 되는 등 위기감이 작용한 데 따른 것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3일 제5차 혁신성장 관계장관회의에서 ‘혁신성장 전략투자 방향’을 확정한데 이어 14일엔 내년도 예산을 일자리 창출·삶의 질 개선·혁신 성장 등 세 가지 방향으로 잡고 확장적 방향으로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 밝혔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핵심 경제정책이었던 분배 중심의 소득주도 성장은 소득분배 악화와 경제 활성화 저하 등 한계를 드러냈다. 또 최저임금 급등으로 소상공인과 노동자 간 갈등이 심화되었고 주 52시간 시행으로 근로자들의 실질적인 월급이 깎이는 등 부작용이 속출했다.

여기에 장하성 정책실장 주도의 최저임금 인상정책을 놓고 김 부총리가 속도 조절론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문 정부 경제팀의 불협화음을 보였으며 김 부총리의 삼성전자 방문을 두고는 ‘구걸’ 논란에 휩싸이는 등 국민들에게 정책혼선을 부각시키도 했다.

15일 기재부 관계자는 “그간 소득주도 성장에 치우쳤던 것에 대한 균형 맞추기 차원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양극화 해소와 혁신에 우리 경제의 사활을 걸어야 하고 속도감 있는 추진으로 빠른 시간 내에 성과를 내겠다”고 말했다. 앞서 김 부총리는 기재부 직원 워크숍에서 소득주도 성장과 혁신성장을 연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문제는 재정이다. 정부는 플랫폼 경제 활성화와 8대 선도사업·사회간접자본(SOC) 등에 수 십조 원의 재정을 쏟아붓겠다고 밝혔다. 혁신성장은 사실 민간과 기업이 투자를 해야 또 사업을 키워야 가능한 부분이다. 김 부총리가 최근 대기업 방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유이다. 또 내년 460조 원대 ‘슈퍼예산’ 편성과 내년까지 이어지는 세수호황을 통해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을 뒷받침할 것이라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김태훈 경성대 교수는 “최근 고용 악화 및 저소득층 소득 감소가 소득주도 성장을 최우선으로 여긴 현 정부에서는 뼈아픈 대목”이라며 “이 때문에 초반 중소기업 행보에서 대기업 행보로 선회하며 실리 찾기에 나섰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득주도성장이나 혁신성장 모두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 뒷받침되어야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지원 기자 leejw@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