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산업인 제조업을 앞세워 우리 경제를 호령해 온 부산이 ‘대한민국 제2의 경제도시’ 타이틀을 인천에 내줬다. 지난해 부산의 지역내총생산(GRDP)은 관련 통계가 시작된 2003년 이후 처음으로 인천보다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 가능성으로 인식돼 온 ‘인천의 부산 추월’이 구체적인 수치로 공식화된 셈이다. 수도권 집중화 등으로 기업·인력의 유출 현상이 가속화된 데다 주력 산업마저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는 데 속도를 내지 못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통계청이 21일 발표한 ‘2017년 지역소득(잠정)’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부산의 명목 GRDP는 83조2987억 원으로 2016년(81조2635억 원)보다 2.5%(2조352억 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인천의 GRDP는 같은 기간 80조8592억 원에서 84조594억 원으로 4.0%(3조2002억 원) 늘었다.
부산의 GRDP가 인천보다 낮게 나온 것은 처음이다. GRDP는 특정 지역에서 경제 활동별 부가가치가 얼마나 발생됐는가를 총체적으로 나타내는 지표다. 지역의 범위를 국가 전체로 확장하면 국내총생산(GDP)이 된다.
전국의 GRDP(17개 시·도 GRDP 합계)에서 부산의 GRDP가 차지하는 비중도 2016년 4.9%에서 지난해 4.8%로 축소됐다. 반면 같은 기간 인천의 비중은 4.9%로 같았다. 부산의 GRDP 비중이 인천보다 낮은 수준을 기록한 것도 처음이다. 전국의 GRDP는 1641조9572억 원에서 1731조5448억 원으로 5.5%(89조5876억 원) 늘었다. 부산의 증가율(2.5%)이 전국의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 셈이다.
부산은 인천과의 GRDP 격차를 2003년 6조9619억 원에서 2008년 9조1930억 원까지 벌리며 제2 경제도시의 위상을 지켰다. 그 이후에도 매년 5조~6조 원대의 격차가 유지됐으나 2015년(2조5632억 원)부터 급격하게 좁혀지기 시작했다. 2016년에는 4043억 원까지 줄어들었고 급기야 지난해 처음으로 역전됐다.
지난해 실질경제성장률도 부산은 2.0%에 머문 반면 인천은 4.0%를 기록하며 전국 7대 도시(서울 부산 대구 인천 광주 대전 울산)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부산상공회의소 이갑준 상근부회장은 “역대 정부가 지역균형발전을 도외시하고 수도권 위주의 정책을 고수해온 수도권 일극 정책이 불러온 참사”라며 “10여 년째 끌고 있는 신공항 문제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국가경제의 백년대계를 위해 수도권에 집중된 자원을 지역에 나눠야 하며, 그 시작은 동남권 관문공항 건설과 제2차 공공기관 지방이전 사업이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석주 조민희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