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경제성장률 2.4~2.8% 전망
- 실물경제지표 작년보다 악화에
- 믿었던 반도체 수출도 부진 우려
- 정부 ‘경제활력 제고’ 외쳤지만
- 임금 부담되면 대기업 투자 꺼려
- 경제성장동력 약화 요인될 수도
- 탄력근로제 연장 등 보완 가능성
지난해 우리 경제는 ‘침체’와 ‘혼돈’ 그 자체였다. 문재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은 양극화 심화와 내수 부진 등 부작용을 더 많이 양산했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마저 미중 무역분쟁의 희생양이 됐다. 고용 시장과 기업의 투자 심리는 1년 내내 얼어붙었고 코스피는 2년 전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안타깝게도 올해 우리 경제의 미래 역시 밝지 않다. 정부가 최저임금 속도 조절 등 ‘친(親)노동정책’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나섰지만, 경제주체 간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 제대로 된 효과를 낼지도 불투명하다. 그렇다고 위기를 보고만 있을 수는 없다.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정부 기업 가계 등 모든 주체가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국제신문은 신년 기획으로 올해 우리 경제에 대한 전망과 위기 극복 방안 등을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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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에서 내려다본 부산항 신항. 항구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 국제신문DB |
■반도체 위기에 수출 부진 전망
본지 취재팀이 31일 우리 정부를 포함한 국내외 12개 기관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알아 본 결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를 제외한 11개 기관이 올해 전망치를 지난해보다 낮거나 같게 제시했다. OECD는 지난해와 올해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각각 2.7%와 2.8%로 제시했다. 나머지 11곳의 올해 전망치 상단은 2.7%, 하단은 2.4%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2%대 저성장’ 늪에서 헤어나지 못한다는 의미다.
실물경제 지표도 비관적이다. 정부 부처 2곳(기획재정부 한국은행)과 민간 연구기관 2곳(현대경제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을 중심으로 경제 관련 5대 지표(소비 투자 수출 고용 물가)의 올해 전망치 평균값을 알아본 결과 ▷민간소비 증가율(지난해 2.73%→올해 2.55%) ▷건설투자 증가율(-2.75%→-2.98%) ▷소비자물가 상승률(1.58%→1.65%) 등 핵심 지표가 지난해보다 악화될 것으로 관측됐다.
무엇보다 수출 둔화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해 4.73%(전망치)였던 한국의 수출 증가율은 올해 3.23%로 낮아질 전망이다. 한국경제연구원 김윤경 기업연구실장은 “올해 수출은 핵심 교역국인 신흥국의 성장률 둔화와 반도체 단가 하락 등 교역 조건 악화로 지난해보다 부진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반도체를 앞세워 우리 경제를 이끄는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지난달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발표)는 54조940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13%나 급감할 것으로 관측됐다. 고용 시장은 다소 개선될 전망이다. 이들 4곳이 각각 전망한 연간 취업자 수 증가 폭의 평균치는 지난해와 올해 각각 9만5250명과 13만9000명으로 제시됐다.
■최저임금 개편 올해 최대 변수
올해 우리 경제의 가장 큰 변수는 문재인 정부 2기 경제팀의 정책 방향 수정이다. 정부의 계획대로면 1986년 최저임금법이 제정된 후 33년간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최저임금 결정 체계는 이달 안에 정부안이 마련되고 다음 달 법이 개정된다. ‘주휴시간 포함, 약정휴일 제외’ 법령(국제신문 지난달 25일 자 3면 보도)은 1일부터 시행에 들어간다.
문제는 기업과 소상공인의 임금 부담을 줄이기 위한 정부의 ‘최저임금 속도 조절’이 오히려 산업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주휴시간이 최저임금 산정 기준 시간에 포함되면서 기업이 부담해야 할 인건비는 대기업을 중심으로 늘어나는 게 불가피해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는 이번 법령 시행으로 현대·기아자동차 등 완성차 업계가 연간 7000억 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하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렇게 되면 기업이 투자를 꺼리거나 자체적으로 임금 체계 개편에 나서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2기 경제팀이 올해 최우선 과제로 꼽은 ‘경제 활력 제고’가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최저임금 문제를 놓고 경영계와 노동계의 이해 관계가 첨예하게 얽힌 것도 올해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이달 안에 나올 최저임금 관련 정부안에 사실상 2기 경제팀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탄력근로 6개월 연장 유력
‘주 52시간 근로제’도 보완된다. 정부는 탄력 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 방안을 마련한 뒤, 이 역시 다음 달까지 입법을 완료할 계획이다. 현재 탄력 근로제 단위 기간은 최장 3개월로 규정돼 있다. 정부는 이 기간을 6개월로 늘리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이는 한국경영자총협회(6개월~1년)와 대한상공회의소(6개월) 등 경영계가 요구한 것과 비교적 일치한다. 이렇게 되면 조선업계와 연구개발(R&D) 관련 기업은 생산 활동 등에 있어서 숨통이 트일 수 있다. 그간 조선업계는 “해양플랜트 설치 공사나 선박 해양 시운전 등의 업무는 3개월 탄력 근로제로 해결되지 않는다”며 6개월 연장을 요구해 왔다.
R&D 기업도 특정 기간에 근무가 집중되는 업무 성격상 3개월보다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탄력 근로제 단위기간 연장과 관련해서도 노동계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최저임금 갈등처럼 상당한 진통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