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에게 창업 기회를 주고 전통시장도 살린다는 명분으로 조성된 청년몰에서 ‘진짜 주인’인 청년이 자꾸만 떠난다. 부실한 사전 준비와 사후 관리, 지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정책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부와 지자체는 기존 청년몰을 제대로 육성하는 대신 새로운 청년몰을 우후죽순 늘리는 데만 열을 올려 비판 여론이 인다.
부산 부산진구 서면시장 청년몰 ‘온나(ONNA)’ 상인회는 현재 운영 중인 18개 점포 중 절반 이상이 재계약하지 않기로 했다고 30일 밝혔다. ‘청년몰 조성 및 청년 상인 육성’ 사업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진행한다. 온나 역시 중기부 공모에 당선돼 조성됐다. 식당 빵집 사진관 등 애초 20개 점포가 입점해 지난해 5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20개 점포 중 2개는 매출 부진으로 일찌감치 철수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계약 만료로 지원이 끊긴 부산 중구 국제시장 ‘609 청년몰’에서도 19개 점포 중 7개가 떠났다. 2017년 국제시장에 조성된 ‘1공구 청년몰’ 내 점포도 방문객이 없어 줄줄이 문을 닫은 채 방치돼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정부와 지자체는 계속해 새 청년몰을 양산하는 데만 집중해 ‘보여주기식’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대대적 홍보와 함께 이미 만들어 놓은 청년몰에는 관심을 두지 않는다. 사업 수행기관인 소상공인진흥시장공단과 담당 구청은 사전 시장조사 등을 통해 성공 가능성을 파악하지도 않은 채 청년몰을 개장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단 관계자는 “매출 조사를 하긴 하지만, 민간 사업장은 공개를 꺼린다. 조사 신뢰도가 높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전통시장과 상생한다는 이유로 방문객이 없어 폐쇄 절차를 밟는 시장 내 건물 2층이나 외진 공간에 청년몰을 짓는 점도 침체 원인으로 분석된다.
그런데도 중기부와 공단은 올해 청년몰 조성 사업지로 부산 동구 남문시장을 또 선정했다. 이곳에는 서면시장 청년몰 예산의 배인 30억 원(국비 15억, 시비 12억, 상인 부담 3억 원)이 투입된다. 지금까지 부산지역 청년몰에 들인 국·시비 등 예산도 만만찮다. 서면시장 온나에는 15억 원, 국제시장 2개 청년몰에는 20억 원이 들어갔다. 막대한 예산을 들였는데도 청년이 짐을 싸서 떠나지만, 똑같은 형태의 청년몰이 계속 들어서는 셈이다.
부산경실련 도한영 사무처장은 “청년 창업 정책은 단기 성과에 급급해선 안 된다”며 “입지 조건을 개선하는 건 물론 지속 가능한 창업을 지원하는 등 청년몰 침체를 해결할 근본적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윤정 기자 hwangyj@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