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 수목원(수직공원)을 품은 부산 롯데타워의 착공 시기가 연기됐다.
부산시는 롯데그룹이 중구 광복동에서 진행되는 롯데타워 공사와 관련해 최근 공사 기간을 23개월 연장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계획시설사업 실시계획 변경안’을 제출했다고 10일 밝혔다. 롯데그룹 측은 애초 5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할 예정이었지만 시와 협의 끝에 23개월로 조정했다. 롯데그룹은 실시설계 변경까지 20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했고 시는 이후 행정처리 기간까지 합해 23개월이 필요하다고 계산했다. 롯데타워는 애초 이달 공사를 시작해 2022년 12월 완공될 예정이었다.
롯데그룹은 1996년 도시설계(현 지구단위계획)를 수립해 중구 중앙동 일원 옛 부산시청사 부지와 매립지에 높이 510m, 107층인 마천루 호텔과 백화점 마트 영화관을 갖춘 ‘롯데타운’을 건설할 계획을 세웠다. 백화점을 포함한 시설 대부분이 들어섰지만 롯데타워는 공사가 중단됐다. 롯데그룹은 사업성을 이유로 초고층 건물에 주거시설을 넣어달라고 요구하며 공사를 미뤘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이 사회적 책임과 시민 정서를 고려하지 않는다는 비판 여론이 거셌다. 시와 롯데그룹은 지난해부터 협의를 계속한 끝에 지난 1월 롯데타워를 높이 380m로 줄이고 내부에 전망대와 세계 최초의 공중 수목원 등을 만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주거시설은 제외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이달부터 롯데타워 공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려고 했다. 하지만 기존 설계가 107층 초고층 빌딩을 짓는 형식으로 짜여 이를 다시 조정하는 과정이 복잡해지면서 착공 시기도 불투명해졌다. 롯데타워 부지에 이미 지하 기초 공사가 일부 진행됐는데 이 부분도 새롭게 변경되는 설계안에 따라 수정이 필요했다. 설계가 복잡해 새로운 설계사를 찾는 데도 애를 먹었다. 롯데그룹은 현재 국내 설계사가 사업을 주관하고 외국 기업이 보조하는 형식의 컨소시엄과 계약을 진행 중이다.
공기를 다시 연장해야 하는 상황에서 롯데그룹이 그 기간을 5년 더 연장하려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일각에서는 롯데그룹이 공사를 질질 끌면서 주거시설 도입을 계속 시도하려던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시 관계자는 “예전처럼 연장 기간을 길게 잡고 공사를 안 할 가능성도 있는 만큼 딱 설계에 필요한 23개월만 연장할 예정이다. 나중에 다시 기간을 연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은 2009년과 2013년에도 공사 기간 연장을 요청했고 당시 5년과 6년씩 공사 기간이 늘었다.
롯데그룹은 이런 우려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주거시설을 넣을 생각은 없다. 연장 기간을 5년으로 정했던 것은 설계를 변경하는 기간과 공사 기간을 모두 더한 결과”라며 “내년 하반기에는 건축허가를 받고 이미 공사가 진행된 지하 부분의 보정 작업 등을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록 기자 kiyur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