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남쪽 이동 불가능”과 대비
- 쥐 등이 바이러스 옮겼을 수도
경기 연천군과 강원 철원군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폐사체에서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가 잇달아 검출돼 정부 방역에 비상이 걸렸다. 감염된 멧돼지는 모두 비무장지대(DMZ) 남쪽 민간인 출입 통제선(민통선) 안에서 발견됐다. 전국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야생 멧돼지의 특성을 고려할 때 ASF 바이러스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은 13일 연천군 왕징면(1마리, ASF 확진일 기준 지난 12일)과 철원군 원남면(지난 12일 1마리, 13일 2마리) 등 두 개 지역 민통선 내에서 발견된 총 4마리의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모두 검출됐다고 밝혔다.
지난 3일 DMZ 안에서 ASF에 감염된 멧돼지 폐사체(1마리)가 발견된 적은 있지만 DMZ 남방 한계선 남쪽에서 나온 것은 처음이다. 이로써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멧돼지 개체는 13일 오후 현재 총 5마리로 집계됐다.
DMZ 남쪽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됨에 따라 방역 당국의 대처가 어려워진 것은 물론 ASF 확산 우려도 이전보다 커질 전망이다. 야생 멧돼지가 자유롭게 돌아다니면 그만큼 바이러스 확산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쥐나 새 등이 감염 멧돼지 폐사체의 ASF 바이러스를 옮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최근 정부 설명도 도마에 올랐다. 국방부와 환경부는 DMZ 내 멧돼지 폐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지난 3일 “우리 측 남방 한계선 철책에는 과학화 경계 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DMZ 내 멧돼지 등이 남쪽으로 이동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못 박았다. 하지만 불과 10여 일 만에 DMZ 남쪽 민통선 안에서 감염 멧돼지가 발견된 것이다.
ASF 확산 우려가 커지자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긴급 대책을 내놨다. 정부는 철원과 연천 지역 중 ASF 감염 멧돼지 폐사체가 발견된 곳을 ‘감염 위험 지역’으로 지정하고, 해당 지역을 중심으로 ▷5㎢ 이내는 ‘감염 지역’ ▷30㎢ 이내는 ‘위험 지역’ ▷300㎢ 이내는 ‘집중 사냥 지역’으로 설정했다. 감염 위험 지역 전체 테두리에는 멧돼지 이동을 차단하는 철책을 설치한다. 특히 집중 사냥 지역에서는 총기를 사용해 멧돼지를 포획할 수 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