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균형발전을 최우선 정책 기조로 내세운 문재인 정부가 지난해에 이어 또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해 논란이 예상된다. 이번에는 해외 공장의 국내 복귀와 소재·부품·장비(이하 소부장) 산업 활성화를 위해 수도권 공장 및 산업단지 관련 ‘빗장 풀기’에 나서기 때문이다. 비수도권 경제 및 고용 상황이 상대적으로 더 악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수도권 경제 살리기를 명목으로 ‘지속 가능한 균형발전’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리쇼어링(reshoring·해외에 진출한 국내기업의 복귀) 지원 확대의 일환으로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공장 총량제’ 완화와 ‘소부장 특화단지’ 조성을 위한 ‘수도권 산업단지 공급 물량 확대’를 검토 또는 추진 중이다.
공장 총량제는 가장 강력한 수도권 규제로 인식된다. 서울 인천 경기에 3년 단위로 일정 면적을 정해두고, 해당 범위 안에서만 연면적 500㎡ 이상으로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 규제를 완화하면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공장을 국내로 유턴(복귀)시킬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수도권 산단에 공급 물량을 늘리는 계획은 이미 공식화됐다. 성윤모 산업부 장관은 지난 13일 제4차 소부장 경쟁력강화위원회에서 “올해 1, 2개의 소부장 특화단지를 시범 조성한다”고 밝힌 뒤 수도권 산단 공급 계획을 제시했다. 정부의 방안이 시행되면 비수도권 산단과의 불균형 문제는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성 장관은 수도권 등을 대상으로 ‘토지이용 규제 특례’ 적용도 추진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요청을 받아들여 ‘수도권 산단 공급 물량 확대’를 결정했던 정부가 1년 만에 또 수도권 규제 완화를 추진하는 것은 기업 투자의 걸림돌을 해소해 경기 침체를 극복하겠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한국 기업의 유턴뿐 아니라 해외 첨단 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국가 균형발전 정책이 지금보다 후퇴해 수도권과 비수도권 간 경제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수도권 규제를 완화하는 대신 비수도권 경제를 살리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상공회의소 관계자는 “부산을 비롯한 비수도권 경제가 수년간 경기 침체와 일자리 부족으로 활력을 잃어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국가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기재부 관계자는 수도권 공장 총량제 완화와 관련해 “현 시점에서 구체적인 계획이 검토되거나 확정된 것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