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기업 투자를 확대한다는 명목으로 끝내 수도권 규제 완화를 단행했다. 우선 해외 진출 기업이 수도권으로 이전(리쇼어링·Reshoring)하면 세제·입지 지원을 강화한다. 또 지금까지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운영돼 온 ‘중소기업 특별지원 지역’에 수도권도 포함시켰다. 집권 4년차를 맞은 문재인 정부가 출범 초기 최우선 정책 기조로 정한 ‘국가 균형발전’ 원칙을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정부는 1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회의에서 수도권 규제 완화가 대거 포함된 ‘2020년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우선 정부는 리쇼어링을 최대한 늘려 투자를 확대할 목적으로 국내로 복귀하는 기업에 대해 ‘수도권 공장총량제’ 범위 내에서 부지를 우선 배정한다. 유턴 기업이 국내로 돌아올 때 수도권의 문을 가장 먼저 열어준다는 의미다. 이후 범부처 밀착 지원을 통해 입지 애로를 추가로 해소해주기로 했다.
수도권 공장총량제는 서울 인천 경기에 3년 단위로 일정 면적을 정해두고 해당 범위 안에서만 연면적 500㎡ 이상으로 공장의 신·증설을 허용하는 제도다. 올해 현재 허용 면적은 50% 정도 소진됐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기획재정부 방기선 차관보는 “(정부가 운영하는) 투자 유치단을 통해 유턴 기업의 입지 문제를 해소하면 정책이 더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며 수도권 규제와 관련한 추가 완화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했다.
정부는 ‘중소기업 특별지원 지역’의 적용 범위에도 수도권을 포함시켰다. 이 제도는 비수도권에 있는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지방소득세를 감면해주고 정책 자금이나 연구·개발(R&D) 비용 등을 신청할 때에도 우대를 해주는 것이다. 경영 여건이 상대적으로 열악한 비수도권 소재 기업을 돕고자 도입됐다.
지금까지 이 제도는 비수도권의 산업단지 소재 기업을 대상으로만 시행됐다. 하지만 정부는 수도권 기업의 경영 애로를 해소한다는 이유로 이같이 결정했다.
정부는 또 첨단 산업 중심의 R&D 센터를 유치하기 위한 전략도 마련했다. 해외에 있는 R&D 센터를 국내로 옮기면 정부가 추진하는 R&D 사업에 가점을 부여하는 등의 방식이다. 수도권의 R&D 인프라가 더 탄탄하다는 점을 고려할 때 비수도권과의 ‘불균형’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지역의 한 업종별 협동조합 관계자는 “지역 조합의 입장에서 수도권 기업과의 경쟁이 더 힘들어질 것 같다는 불안함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석주 배지열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