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마트모빌리티 기술 선점 등
- 지역 산업생태계 발전 기회 놓쳐
“만약 삼성자동차가 부산에 계속 남았더라면…”
역사에 가정은 없다. 하지만 이건희 삼성 회장이 별세하면서 26일 종일 부산 원로 상공인과 경제 전문가들은 ‘삼성자동차’란 화두를 떠올렸다.
“삼성차 유치 운동 때 이 회장을 만났는데 차에 관한 의지가 매우 강했어요. ‘기업은 차를 해야 한다. 기술개발이 무한한 종합산업이다’는 뜻을 또렷하게 밝혔던 게 기억납니다.”(박인호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 상임의장)
삼성차의 부산 태동은 199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삼성그룹은 1992년 승용차 사업 추진 전담팀 발족 후 기존 국내 완성차 업체 반대 속에서 1994년 12월 삼성차 부산 설립 인가를 받고 1995년 3월 삼성차를 정식으로 출범시켰다. 이 무렵 박 의장이 창립한 경제살리기시민연대와 ‘부산을 가꾸는 모임’ 등 시민사회단체와 부산상공회의소 등은 삼성차 유치 시민운동을 주도했다.
1996년 강서구 신호공단에 삼성차 공장 완공 후 1998년 1월 SM(삼성모터스) 브랜드를 단 1호차가 출시됐다. 2010년까지 연간 150만 대를 생산해 세계적 완성차 기업으로 커가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삼성차는 1997년 IMF 외환위기와 재벌 간 ‘빅딜’ 등을 거치면서 부도 처리됐고 2000년 프랑스 르노그룹에 인수됐다.
삼성차가 부산에서 20년 넘게 자리 잡았다면 부산은 세계적인 자동차 산업 클러스터가 됐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부산상공회의소 심재운 조사연구본부장은 “전자제품 배터리나 반도체 기술력을 자동차에 적용해 미래 스마트모빌리티 기술개발에서는 세계에서 가장 우위를 점했을 것”이라며 “울산 현대차와 경쟁·협력체제가 구축돼 동남권 전체가 발전할 동력이 확보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 산업 전문가인 대림대 김필수(자동차학과) 교수도 “몇 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삼성을 끌어안지 못한 것이 부산 입장에서 두고두고 아쉬운 점”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세계 금융위기 때 파산 등 위기를 겪던 한국GM과 쌍용차, 르노삼성차 등을 삼성에 합병시켜 국내 차량산업이 삼성과 현대 투 트랙으로 재편됐다면, 세계 완성차 시장에서 한국차의 경쟁력은 엄청났을 것”이라며 “삼성차의 본거지는 부산이 됐을 것이고 미래차 관련 부품 산업도 함께 발전하는 등 지역 산업 생태계는 지금과 완전히 달라졌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 ‘르노삼성차’는 과거 ‘삼성차’와 연관성이 없다. 프랑스 르노그룹과 삼성과의 상표 계약은 지난 8월 이후 끝났다. 르노삼성차 관계자는 “2년 유예기간을 거쳐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떼어내 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이란 브랜드가 국내에서 가져왔던 좋은 이미지가 있어 향후 어떻게 할지를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김화영 기자 hongda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