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자체 정책적 해결 의지 실종
- 시장 공석으로 사실상 올스톱
- 넋 놓다간 골든타임 놓칠 수도
#장면1-르노삼성자동차가 이달 초 비상 경영에 들어간다고 발표하자 지역 자동차부품업계는 한숨부터 쉬었다. 르노삼성차의 부진은 몇 년 전부터 예견됐지만, 막상 희망퇴직까지 받는다는 소식에 단가 인하 압박 등 눈앞에 닥칠 문제들이 걱정됐기 때문이다. 자동차부품업계는 르노삼성차의 거래 비중을 줄이고 싶어도 현재 설비가 르노 쪽에 맞춰져 있어 재투자 비용 확보 등이 만만치 않아 고민이다. 자동차부품업계 관계자는 “2년 전 르노삼성차 노사가 갈등을 빚을 때 부산시장이 나서 입장문도 발표하고 관심을 기울였으나 지금은 기업의 문제라고 선을 긋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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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노삼성차(왼쪽), 한진중공업 |
#장면2-지난달 부산상공회의소는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따른 통합 LCC(저비용 항공사) 본사를 부산에 유치하기 위한 전략을 논의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를 모아 라운드 테이블을 마련했다. 두 항공사의 LCC 중 하나인 에어부산이 통합 대상이고, 만약 통합 LCC를 수도권에 둔다면 부산을 기반으로 한 항공사가 없어질 수 있어서다. 하지만 부산시 관계자는 통합 LCC 본사 유치에 힘을 쏟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한 관계자는 “시가 가덕신공항을 건설하겠다면서 지역 항공사 문제에는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아 통합 LCC 본사 유치에 힘이 실리지 않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부산을 대표하는 기업들이 휘청이고 있다. 부산의 매출 1위 기업 르노삼성자동차는 강도 높은 비상 경영에 들어갔고, 매출 3위 한진중공업은 주인이 바뀌어 조선소를 유지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매출 22위 에어부산은 정부의 LCC 통합 정책에 따라 간판을 내릴지 모른다는 위기감에 사로잡혀 있다. 하지만 부산의 경제 정책을 이끄는 부산시는 문제 해결에 앞장서기는커녕 방관하고 있다. 지역 상공계에서는 “부산시가 실종됐다”는 자조적인 말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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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어부산 |
시가 각종 경제 현안에 소극적인 이유는 책임질 수장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오거돈 부산시장이 성추행 문제로 사퇴했고, 박성훈 경제부시장과 변성완 행정부시장도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며 그만뒀다. 시 김윤일 일자리경제실장이 경제부시장 직무 대행을 맡았지만, 최소한의 공백을 막겠다는 것이지 본인이 주도해서 목소리를 낼 처지는 아니다. 부산상의 역시 3월이면 회장이 바뀌는 어수선한 상황이라 사실상 현안을 챙길 경제 주체가 없다. 하지만 시가 ‘수장 공백’을 이유로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이들 기업은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 르노삼성차의 희망퇴직을 비롯한 구조조정으로 실직자가 양산되고, 협력업체도 줄줄이 타격을 입어 인력을 줄이고 공장이 멈출 가능성이 높다. 에어부산 역시 정부와 대한항공, 산업은행이 물밑에서 이미 통합 LCC의 밑그림을 그려놓았을 가능성이 높아 지역에서 손쓰기도 전에 주도권을 뺏길 수 있다. 한진중공업은 새 인수자가 조선소를 3년간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장담하기 어렵다.
상공계 한 관계자는 “지역에서 어떤 목소리를 내느냐에 따라 정부나 대기업이 부담을 갖고 부산의 입장을 고려할 텐데 지금은 이를 주도할 주체가 없어 손실이 더 커지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르노삼성차
- 매출액(2019년) 4조6777억 원
- 부산 매출순위 1위
- 전국 매출순위 94위
◇한진중공업
- 매출액(2019년) 1조6095억 원
- 부산 매출순위 3위
- 전국 매출순위 234위
◇에어부산
- 매출액(2019년) 6331억 원
- 부산 매출순위 22위
- 전국 매출순위 573위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