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3년 황동환 대표 제조 시작
- 2015년 현재의 ‘트레비어’ 오픈
- 2공장 증설… 연간 160만ℓ 생산
- 탭하우스 11가지 맥주 선택 가능
- 호피 라거 등 3년 연속 주류대상
울산 울주군 언양읍에 있는 트레비어(Trevier)는 고품질 수제 생맥주(Craft Beer)를 제조 판매하는 곳이다. 양조장과 펍을 겸한 이곳이 요즘 지역의 대표적인 핫 플레이스로 떠올랐다. 단순한 나들이를 벗어나 뭔가 특별한 볼거리나 즐길거리를 찾는 사람에게 이곳은 언양은 물론 울산에 가면 반드시 들러봐야 할 명소가 됐다.
특히 코로나19로 거리두기와 모임 인원 제한을 받아 갈 만한 곳이 마땅치 않은 요즘 이곳은 그 대안으로 적합하다. 맥주 제조 과정을 견학할 수 있고, 공장 옆에 있는 클래식한 분위기의 펍에서 갓 제조한 생맥주를 독일식 족발이나 소시지 등의 안주를 곁들여 맛볼 수 있다. 또 이런 먹거리를 여름철이면 펍 바깥의 정원에서 흐르는 물에 발을 담근 채 맥주의 원료인 홉(Hop)이 자라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즐길 수 있다. 굳이 독일이나 벨기에에 가지 않아도 이곳에서라면 맥주 본고장의 느낌을 만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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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레비어 황찬우 과장이 케그용 생맥주를 생산하는 1공장의 거대한 숙성조 용량과 발효 과정을 소개하고 있다. 방종근 기자 |
■영남권 최대 규모 수제맥주 생산
양산~경주 35번 국도변(언양읍 반구대로 1305-2)에 있는 트레비어는 총 6600㎡ 부지에 2층 높이 외벽이 붉은색 벽돌로 된 웅장한 건물 3개 동(4000㎡)이 연립 형태로 이어졌다. 입구에는 손님이나 견학 온 사람이 맥주를 마실 수 있는 펍이 있다.
‘탭 하우스’로 불리는 펍의 분위기를 굳이 표현하자면 레스토랑식 호프집과 비슷하다. 코로나19 이전 기준으로 하면 50~60명을 한 번에 수용할 수 있는 규모로, 꽤 넓은 데도 안락함이 느껴지는 묘한 이중적 매력이 있다. 이곳에서는 당일 생산된 신선한 생맥주를 셀프 탭에서 자신이 원하는 양만큼 내려 마실 수 있다. 셀프 탭을 통해 라거와 에일, 스타우트 계열의 모두 11가지 각기 다른 맛을 가진 생맥주를 선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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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공장 500㎖ 캔맥주 생산시설. |
트레비어의 시그니처 맥주로 은은한 꽃과 솔 향이 매력적인 ‘호피 라거’, 독일 북부식 라거 맥주인 ‘둔켈’, 독일 남부 스타일의 밀맥주인 ‘바이젠’은 트레비어를 찾는 사람들의 ‘최애’ 아이템이다. 또 울산이란 지역색을 강조하는 이름 ‘처용 인디아 페일 라거’는 에일처럼 향긋하면서도 라거의 청량함과 깔끔함이 매력적이다. 특히 국산 쌀을 독일 맥아와 섞어 발효한 이색적인 배합으로 새로운 맛을 창출한 ‘우리쌀 라거’는 맥주 애호가의 구미를 자극한다. 이 두 맥주는 각각 2019년과 지난해 대한민국 주류대상을 받았다. ‘호피 라거’와 또 다른 밀맥주인 ‘세종’은 2018년 주류대상을 받았다.
펍 바로 옆에는 2공장이, 제일 안쪽에는 1공장이 있다. 이들 공장에서는 맥아를 분쇄하고, 맥즙을 얻는 당화 및 여과, 가열과 냉각, 발효, 숙성, 그리고 용기에 담기까지 전 과정이 이뤄진다.
두 공장의 연간 생산 가능량은 160만 ℓ, 수제맥주 기준으로는 영남권 최대 규모다. 1공장에는 개당 6000ℓ 용량의 거대한 맥주 숙성조 14개가 앞뒤로 도열하듯 설치됐다. 이곳에서는 트레비어의 전국 17개 프랜차이즈에 공급할 20ℓ들이 케그용 생맥주를 만든다. 지난해 9월부터 가동을 시작한 2공장은 연산 100만ℓ 시설 용량을 갖추고 있는데 울산지역 15개 마트에 공급하는 500㎖ 캔맥주를 생산한다.
■짧지만, 짧지 않은 트레비어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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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제 생맥주를 맛볼 수 있는 펍 ‘탭 하우스’ 내부. |
트레비어는 지금으로부터 6년 전인 2015년 4월 지금의 자리에 문을 열었다. 하지만 모태 격인 울산 남구 삼산동 ‘트레비’는 2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현재 법인(비어포트브로이)을 맡은 황동환(58) 대표가 2002년 울산 남구 삼산동에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오픈했는데 이듬해 소규모 양조 면허를 취득하게 됐다. 당시로선 울산 최초였고 전국적으로도 여덟 번째일 정도로 이른 것이었다. 이에 힘입어 황 대표는 그 해 ‘트레비 브로이 하우스’로 상호를 바꾸고 본격적인 수제 생맥주 제조업에 뛰어들었다.
희소성과 독창성, 우수한 품질 덕분에 상당한 인기를 얻어 사업은 성공했지만 외형적 한계에 봉착했다.
당시 주세법상 소규모 주류 제조업인 수제맥주는 외부 유통이나 판매가 금지돼 있었다. 매장 안에서만 판매가 허용된 독소 조항 때문에 더는 판매량을 늘릴 수 없었다. 황 대표는 “이런 이해 못 할 규정 때문에 2005년 112개이던 전국 수제맥주 양조장이 어려움을 견디지 못하고 2012년에는 49개로 줄었다”며 자신도 1세대 수제맥주의 명맥을 유지하기 위해 무수한 노력을 쏟았다고 지난날을 회상했다.
이렇게 안타까움만 더해가던 차에 상황을 뒤엎는 뜻밖의 일이 발생했다. 그즈음 영국 등 일부 외신에서 ‘한국 맥주는 북한 대동강맥주보다 맛이 없다’는 보도가 나간 이후 수제맥주에 대한 인식이 확산했고 2014년 정부가 규제의 ‘전봇대’였던 주세법을 지금처럼 개정했다.
이에 황 대표는 기다렸다는 듯 바로 다음 해 독일과 캐나다에서 수제맥주 제조설비를 들여와 언양에 ‘트레비어’를 오픈했다. 이어 발 빠른 영업력으로 불과 1년 만에 전국 유통에 착수했다. 그리고 부단하게 신제품을 연구 개발하고 설비 확장과 투자에 매진한 끝에 지금의 트레비어를 완성했다.
방종근 기자 jgba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