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회, 밀집지 이전 법제화 추진
원전 안전과 관련한 정부 정책의 후퇴 정황은 정부가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를 부산·울산 등 원전 소재지로 옮기지 않고, 서울에 잔류시키기로 결정한 데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7일 정부 부처와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부산 중영도)에 따르면 행정안전부는 원안위가 신청한 ‘청사수급계획’을 지난 1월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계획에는 ‘원안위 청사를 서울 광화문에 있는 다른 건물로 옮긴다’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원안위는 광화문 KT빌딩 내에 있다. 하지만 오는 6월까지 다른 곳으로 이전해야 하는 상황이다. 건물의 리모델링 공사 때문이다. 결국 행안부가 청사수급계획을 승인하면서 원안위를 부산 등지로 옮기는 방안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행안부는 ‘서울 광화문에 있는 다른 건물’의 구체적인 장소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원안위 이전 방안은 2014년부터 부산에서 추진돼 왔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같은 대규모 재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원전 안전의 컨트롤 타워인 원안위가 원전 밀집 지역인 부울경에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2016년에는 관련 법안까지 발의됐지만 힘을 받지 못한 채 20대 국회에서 자동 폐기됐다. 황보 의원 역시 지난해 11월 “원안위를 세종시로 옮기려는 움직임이 정부 내에서 감지되고 있다”며 부산 울산 경남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원안위를 원전으로부터 반지름 30㎞ 내 지역에 입지하도록 규정’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현재 이 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황보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4일 과방위 소위원회에서 여야는 원안위를 원전 밀집 지역으로 이전시킬 필요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원안위의 ‘서울 잔류’ 의사가 확고한 데다 행안부의 승인까지 이뤄져 법안의 국회 통과는 쉽지 않게 됐다. 황보 의원은 “부산 울산 경남은 총 16기의 원전이 있는 세계 최대 규모의 원전 밀집 지역이고 원전 반경 30㎞ 내에는 부울경 주민 382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며 “법안이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