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 후쿠시마 반면교사 삼아
- 모든 원전에 수소제거장치 두고
- 비상디젤발전기 침수 방지 대비
- 전문가 75% “안전하다” 평가
- 다양한 안전장치 후속 조치에도
- 삼중수소 누출·전기 중단 사고
- 운전원 실수 등 인적오류 다수
- 文 정권 탈원전 정책도 뒷걸음질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국제원자력사고등급(INES) 기준으로 ‘최고 레벨(7등급)’에 해당하는 대재앙이었다. 이 사고와 관련해 일본 정부가 집계한 경제적 피해 추정액은 최대 48조 엔에 달했다. 대재앙의 후폭풍은 경제적 피해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원전 운영 국가에 큰 충격을 줬다. 원전에서는 단 한 번의 사고로도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한다는 교훈을 전 세계에 남겼다.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참사 10년을 계기로 원전 안전을 위한 기술 역량과 정책 추진 동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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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지난해 9월 후쿠시마 제1원전을 방문해 폐로 작업이 진행 중인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
■핵연료 관리 강화 등 대책 추진
7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 따르면 우리 정부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 ‘후쿠시마 사태가 국내 원전에 주는 시사점’을 크게 ▷외부 사건(지진 등 자연재해) 대비 설계기준 강화 ▷비상 전원계통 성능 개선 ▷격납시설 성능 강화 및 수소 제어계통 개선 ▷사용후핵연료 관리 및 노심 감시계통 강화 ▷비상 대응능력 강화 등으로 정했다. 이에 따라 원전 건설설계 기준을 지진 리히터 규모 6.5(당시 가동 원전에 적용됐던 기준)에서 6.9로 상향 조정했고, 원자로 용기의 용접 부위에 대한 검사 주기도 10년에서 5년으로 단축했다.
특히 정부가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한 후쿠시마 후속 대책은 ▷고리원전 1호기 해안 방벽 증축(7.5m→10m) ▷국내 모든 원전에 수소제거장치(PAR) 구축 ▷원전 비상디젤 발전기에 침수 방지를 위한 방수형 배수 펌프 설치 등이다. PAR은 원전 사고가 일어났을 때 수소 폭발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장치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수소 폭발로 시작됐다. 2015년 291억 원을 투입해 국내 모든 원전에 설치했다.
당시 정부의 후속 대책은 ‘신속하고 적절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2011년 11월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국내 원자력 및 에너지 전문가 160명 중 75.6%는 ‘현재 우리나라 원전이 안전하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사고 대비 자원·기술 총동원해야”
문제는 지난 10년간 원전 사고가 끊임없이 발생했다는 점이다. KINS 자료를 보면 2011년 1월 1일부터 현재까지 국내 원전에서 발생한 ‘사고·고장’은 총 120건이다. 이를 원인별로 보면 계측 결함(제어기 등)이 29건(24.2%)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기계 결함(28건·23.3%) ▷전기 결함(20건·16.7%) ▷외부 영향(20건·16.7%) ▷인적 오류(17건·14.1%) ▷기타(6건·5.0%) 순이었다. KINS는 ‘정비 활동 중 운전원 등의 실수로 발생한 경우’를 인적 오류로 정의했다. 원전 운영 시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고(인적 오류)가 14%를 차지한 셈이다. 결코 적지 않은 비중이다. 후쿠시마 사태의 후폭풍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안석영 부산대 원전해체핵심기술연구센터장(기계공학과 교수)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자연재해와 인간의 불완전성이 만들어낸 재난”이라며 “잠재적 원전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자원과 기술을 총동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계를 인용하지 않더라도 그간 동남권을 비롯한 원전 소재 지역에서는 인근 주민과 국민의 불안감을 높였던 사고가 다수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고로는 2012년 2월 9일 고리 1호기에서 발생한 전기공급 중단 사고가 꼽힌다. 이 사고는 고리원전 해체, 나아가 탈원전 공론화에 불을 지핀 결정적 계기가 됐다. 최근에는 국내 원전에 설치된 PAR에 결함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월성원전 1호기에서는 삼중수소가 누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9월에는 단 두 차례의 태풍으로 고리원전 등의 소외전원이 상실돼 가동이 멈추는 사고가 나기도 했다.
박종운 동국대 에너지전기공학과 교수는 “국내 원전에서 발생한 각종 사고는 정부 대책에 문제와 한계가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라고 지적했다.
■감사원 “탈원전 정책 문제없다”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이 뒷걸음질 치는 것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 평가와 관련한 감사원의 감사 결과 발표(지난해 11월) 이후 탈원전 로드맵에는 사실상 제동이 걸렸다. 한국수력원자력 역시 2023년 영구 정지가 예정된 고리 2호기를 시작으로 2030년까지 폐로되는 모든 노후 원전에 대해 수명 연장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감사원이 지난 5일 “정부의 탈원전 정책 수립 과정에 절차적 문제는 없다”고 결론 내렸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를 고려할 때 탈원전 추진 동력이 다시 생길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에너지 전환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나가겠다”고 말했다.
탈원전 후퇴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한국전력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원전 발전량은 16만184GWh(기가와트시)로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연간 기준 최고치를 기록했다. 강언주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문재인 정부의 탈핵 선언은 말 그대로 ‘선언’에 불과했다”며 “관련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는 등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