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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3-하> 은산해운항공③

물질 만능의 시대… 지역과 부(富) 나누며 ‘경세제민’(세상을 다스려 사람을 구제한다) 정신 지키다

  •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
  •  |   입력 : 2021-03-09 19:39:00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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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재생 대표 20대 때 사업 결심
- 도리 지키려 19년 근무 뒤 창업
- 인연 허투루 생각않고 지켜나가
- 근본에 사람 둔 ‘선비정신’ 빛내

- 오너로서 위험한 도전할 때에도
- 두려워하지 않고 운명처럼 느껴
- 뚝심·끈기로 나아가며 책임 감당
- 미래가치 품은 오늘날 은산 일궈
   
201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경남 함양 남계서원의 추계 제향에 초헌관으로 참여한 양재생 대표. 초헌관은 첫 술잔을 올리는 지위로 통상 고을 원님(군수)이 맡는다.
■인연을 지키는 양심과 예의

은산그룹 양재생 대표는 고등학교 졸업 후 부산에 있는 운송회사에 취업했다. 바로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건 그 시절 경제 형편에 따라 적지 않은 이가 걸었던 길이고 뒷날 방송통신대를 거쳐 동아대에서 경영학 석·박사 학위도 취득했다. 그러니 굳이 거론할 일이 아님에도 전제한 것은 취업 2년 만에 사업을 결심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진학을 못 한 형편이었으니 밑천이 있을 리 없는데 사업을? 그럼에도 그는 성공할 자신이 있었다니 무슨 배짱인지, 원….

결국 그는 19년을 근무한 뒤에야 퇴사해 창업한다. 그런데 사업 결심이 미뤄진 건 창업자금 때문이 아니었단다. 인척의 연(緣)이 있는 회사이기도 했지만 자신의 목표를 위해 몸담은 곳을 가벼이 떠나는 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라는 양심 때문이었다. 당시 사회분위기도 그랬다고 했다. 사회적 분위기, 더듬어 생각하면 내륙이나 서울에서도 아주 없지는 않았던 듯싶지만 무려 19년이라니, 부산 바다사나이들의 ‘의리’가 유별났던가 생각되기도 한다.

공식적인 은산의 이력은 배석한 홍보담당자를 통하기로 했음에도 인터뷰는 자주 끊기고 길어졌다. 전화 때문이다. 수시로 울리는 스마트폰 벨소리. 양 대표는 발신자를 가리지 않고 어김없이 받았다. 남다른 점은 단 한 통화도 건성으로 응대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대부분 반갑게 벌떡 일어서며(마치 찾아온 지인을 맞이하듯), 환한 웃음으로(꾸밈없는 낯빛의), 연신 허리를 깍듯이 굽히며(마치 대면한 듯)…. 몸에 밴 영업정신으로 여겼는데 2시간여를 지켜보니 아무래도 몸속 깊이 체화된 사람에 대한 예의 같았다. ‘사람을 버리지 않는다’ ‘사람이 재산이다’던 그의 신조, 그저 수사(修辭)가 아닌 것이다.

■긍정을 이끌어 내는 부(富)

   
2018년 스웨덴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총회에서 ‘2020 세계탁구선수권대회’ 부산 유치 확정 후 기뻐하는 양재생 당시 부산탁구협회 회장.
양재생은 경남 함양 출신이다. 함양은 신라시대의 문재(文才) 고운 최치원이 태수(군수)로 재직하며 조성한 대원림이 ‘상림’이란 이름으로 지금까지 보존돼있는 유서 깊은 고장이다. 조선 사림의 거두 일두 정여창 선생의 고향으로 그의 학문과 덕행을 기리는 남계서원도 있다. ‘좌 안동, 우 함양’은 조선시대 동서를 대표하는 ‘선비고장’의 표현이다. 지난해 몇 번 가본 함양은 여직도 그 기풍이 면면했으니 그의 소년시절에는 더욱 엄했을 것이다.

조선의 ‘선비’는 양면성이 짙고 현대에 들어서는 그 부정적인 면이 더욱 도드라진다. 그렇지만 ‘선비정신’은 오늘에도 여전히 유효하고 물신의 사조가 깊어질수록 더욱 회고하게 된다. 그 정신의 근본에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양재생의 인간 철학은 어려서부터 익히고 체화된 ‘선비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라 할 수 있겠다. 혹여 선비와 돈은 배타적이 아니냐는 의문이 들 수 있다. 맞다. 그들은 수천 년 동안 ‘사농공상(士農工商)’을 신조처럼 여겼으니. 그러나 이미 조선말에 등장한 실학파는 부국양병의 근원이 경제였음을 깨우쳤고 부의 공공성에 대한 개념도 어렴풋이나마 정립했다.

‘세상을 다스려 사람을 구제한다’는 ‘경세제민(經世濟民)’의 뜻이 담긴 ‘경제’가 ‘물신(物神)’으로 타락하며 드리운 암울한 기운은 오늘날 사회갈등의 근원 중 하나다. 흔히들 부의 독점적 축적을 비난하지만 더욱 실제는 그 사용의 문제일 것이다. 부로 부를 키우는 것은 근본 목적이며 상식이니 그 대물림조차 막연히 비난할 바는 아니다. 다만 그 사용이 방종하고 대물림이 상식을 벗어나기에 초점이 변질된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지역의 균등한 발전은 그 지역기업의 성장이 토대이고 기업의 성장은 미래 가치에 달려있다. 또한 미래는 자본과 기술만으로 약속되지 않고 내일을 품을 인재와 지역사회의 긍정을 이끌어낼 수 있는 기업정신이 좌우한다. 양 대표에 대한 지역사회의 평판에는 편차가 없었다. 자신을 위한 부의 사용에는 엄격 검소하고 사회적 사용에는 너그럽기 때문일 것이다. 슬쩍 물어보니 아직 한 번도 외국산 자동차는 이용한 적이 없단다. 국제시장사회에서 권장할 바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는 모름지기 선비이니….

■뚝심과 끈기의 결실들

   
은산해운항공의 행운목은 드물게 14년째 꽃을 피우고 있다. 사업 번창의 행운으로 여겨진다.
노력하는 만큼 거둘 수 있으면 세상에 원망은 덜할 텐데 많은 경우 결과의 배신에 좌절하고 분노한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은 그 위로이며 체념의 수사다. 그렇기에 더욱 운이 좋은 듯싶은 사람은 질투의 대상이 된다. 정말 그런 이는 운이 좋기만 한 것일까.

인생이나 사업이나 모든 순간은 선택이다. 그럴 때 찬성은 수동적이고 반대는 책임을 면할 수 있기에 적극적이다. 오너의 결단은 그래서 외롭지만 양재생은 위험한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오늘의 은산을 일구었다. 실패하지 않은 그의 결정, 앞날에 대한 남다른 혜안이라도 있는지 물었더니 ‘똥배짱’이라 대답하고 너털웃음을 짓는다. ‘배짱’ 그건 뚝심의 다른 표현이다.

“꿈이 컸다. 그래서인지 새로운 도전, 위험한 일, 남들이 반대하는 것에 더욱 흥미를 느낀다. 동물적 감각이라기보다는 운명이라 느낀다.” 그의 말을 들으니 천생 ‘우두머리’라는 생각이 든다. “결정하면 뒤돌아보지 않는다.” 책임을 감당하는 자의 자세기도 하지만 몸에 밴 선비의 기개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니 양재생의 성과는 운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는 끈기의 결실이고, “인생은 마라톤, 완주해야 실패작이 아니다”는 그의 각오처럼 멈추지도 않을 것이다.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 ‘헬조선’ 따위에 속지 마라. 자본의 위세에 무릎 꿇어 만든 세상이거나 착시다. 자본은 본디 사악해 약한 자의 모든 것을 빼앗아 ‘금수저’의 벽을 쌓는다. 인재의 역량으로 아직 은(銀)의 세상인 지역을 ‘금(金)’의 세상으로 만들어야 그 벽이 무너진다!

아, 양재생에게도 좌절은 있다. 그는 유남규 탁구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부산 출신 선수들의 권유로 2011년 2월 당시 공석이던 부산탁구협회장에 취임했다. 사적 인연에 의한 수락이었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남기고 싶었다. 그 첫 번째 성과가 2013년 ‘제21회부산아시아탁구대회’ 유치였다. 1964년 서울, 2005년 제주에 이어 국내에서 세 번째 유치한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르고 나자 상당한 사비 지출이 있었음에도 유남규 현정화 등 기라성 같은 대한민국 탁구 주역들을 배출한 도시라는 자부심에 부산을 ‘탁구 성지’로 만들고 싶은 의지가 생겼다.

2018년 5월, 스웨덴 할름스타드에서 열린 국제탁구연맹(ITTF) 총회에서 부산은 국내 최초로 ‘2020세계탁구선수권대회’를 유치했다. 양재생 부산탁구협회 회장의 국제적 인맥과 물심양면의 노력이 이룬 결실이기도 했다. 그러나 대회를 목전에 두고 터진 코로나 팬데믹으로 세 차례의 연기 끝에 2020년 12월 21일 최종 취소됐다. 도쿄올림픽 개최가 불투명한 마당에 불가항력의 일이었으니 조직의 수장으로서 마음이 몹시 아팠다. 밤낮없이 준비한 탁구인들과 국가대표 선수들의 수년간 노력이 결실을 맺지 못해 안타까웠다. 전임 회장의 잔여 임기 포함 두 차례 연임으로 10년간의 회장직을 그만두고 그는 이제 탁구를 즐기는 동호인으로 남겠다고 했다. 멀리서 응원하면서.

김정현 객원논설위원·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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