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 140t발생, 저장탱크 포화
- 내년 여름이면 한계상황 다다라
- 日 “정화 거쳐 인체무해” 여론전
- 원전 인근 지하수·수산물은 오염
- 방류 땐 제주·서해 한 달 내 도달
- 관련 국제법 없어 정부도 골머리
- 방사능 위험 알리는 이슈화 통해
- 中 등 인접국 다함께 압박나서야
2011년 3월 11일 발생한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후폭풍은 10년이 지난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그 배경에는 일본 정부가 시도하려는 ‘방사능 오염수 방류’ 문제가 있다. 방사능에 오염된 수산물도 일본 해역에서 잇따라 검출돼 먹거리 안전에 대한 한국 내 우려가 크다. 문제는 우리 정부의 대응책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오염수 방류 때 피해를 입게 되는 주변국과 공조해 일본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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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 내에 있는 오염수 저장 탱크. 도쿄전력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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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시마 오염수 매일 140t 생성
10일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 자원에너지청에 따르면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매일 140t 안팎의 오염수가 발생한다. 앞서 후쿠시마 제1원전은 동일본 대지진 당시 15m 규모의 초대형 쓰나미로 6기의 원자로 중 1~4호기가 침수됐다. 이후 전원이 차단돼 원자로 냉각 기능이 상실되면서 핵연료가 녹아내리는 ‘노심 용융(멜트 다운)’이 발생했다. 당시 녹아내린 핵연료는 지금도 원자로 내에 있다.
일본 정부는 이런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제1원전 1~4호기에 매일 냉각수를 주입한다. 문제는 이 냉각수가 오염수로 변한다는 점이다. 오염수 안에는 대표적 방사성 물질인 ‘삼중수소(트리튬)’ 등이 있다. 현재 일본은 다핵종 제거 설비인 ‘알프스(ALPS)’를 이용해 오염수를 정화한 뒤 제1원전 부지 내에 있는 대형 탱크에 저장한다. 탱크 수는 1000여 개다.
일본이 오염수 방류를 추진하는 것은 탱크의 저장 용량이 포화 상태에 임박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18일 기준 탱크에 담긴 오염수의 양은 124만7000t으로 집계됐다. 이는 일본 정부가 추산한 오염수 저장 탱크 총용량(137만t)의 91.0%를 차지한다. 현재의 오염수 생성(하루 140t) 속도를 고려할 때 탱크의 저장 용량이 100%에 도달하는 시점은 내년 여름, 또는 그보다 조금 지난 시점이 될 것으로 일본 정부는 전망한다.
■‘세슘 우럭’ 등 수산물 안전 빨간불
오염수 방류가 실제로 이뤄지면 우리나라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강언주 탈핵부산시민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후쿠시마 오염수가 우리나라 앞바다로 오는 것은 명확하다”며 “방류 자체가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을 일본 정부가 인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한국해양과학기술원과 함께 지난해 10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방류 시 세슘(Cs137) 등 핵종 물질은 불과 한 달 안에 제주도와 서해에 도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후쿠시마 대학에서 진행한 연구에서는 방류된 오염수가 220일 안에 제주도, 400일 안에 서해에 도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두 연구 결과가 다소 차이를 보이지만, 오염수가 한반도 해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일본은 ALPS로 오염수를 정화하기 때문에 오염수에 담긴 방사능 물질 농도는 연간 1mSv(밀리시버트)를 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1mSv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연간 방사능 피폭 기준치다. 방류되는 오염수가 바닷물과 희석되면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는다며 여론전도 펼친다. 하지만 지금까지 진행된 조사 결과를 보면 일본 정부 설명에 물음표가 달린다. 도쿄대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 지하수를 채취해 분석한 결과 자연에 존재하는 수준 이상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일본에서 통상적으로 검출되는 수준은 리터당 0.1~0.9Bq(베크렐) 정도인데 제1원전 지하수에서는 20Bq이 나왔다.
수산물 공포도 여전하다. 지난달 23일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에서는 세슘이 ㎏당 480베크렐(Bq) 규모로 검출됐다. 이는 일본 정부가 정한 식품허용 한도인 ‘㎏당 100㏃’보다 5배 가까이 많은 수치다.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기준치 이상의 ‘방사능 검출 생선’이 잡힌 것은 2019년 2월(홍어) 이후 처음이다. 그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해역 수산물은 안전하다”고 강변해 왔다.
■“주변국과 함께 ‘일본 압박’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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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후쿠시마현 앞바다에서 잡힌 우럭. 다량의 세슘이 검출됐다. NHK 화면 캡처 |
문제는 정부의 대응책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외교부의 브리핑 자료를 보면, 현재 UN 해양법협약 등 국제법에는 ‘방사능 오염수’만을 특정해 해양 방류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안이나 규칙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적으로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일본에서 방류된 방사능 오염수의 농도가 기준치 이하인지, 우리나라 해안에 영향을 얼마나 주는지 등을 조사하는 정도다.
정치권에서는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이 대표 발의한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의 안전한 처리 및 국제적 동의 절차 확립 촉구를 위한 결의안’이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결의안에는 ▷인접 국가와 협력 ▷투명한 정보 공개 등을 일본 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강제력은 없다.
경성대 건설환경도시공학부 김해창 교수는 “오염수 방류 문제를 국제적으로 이슈화해 일본을 압박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 등 해양을 끼고 있는 나라와 오염수 대처 연대를 강화하고,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