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에서 벌여온 배터리 분쟁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시한을 앞두고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LG측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제기한 지 713일만이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019년4월 ITC에서 전기차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분쟁을 시작했다. LG측 직원 100여 명이 2017~2019년에 걸쳐 SK로 이직한 것이 분쟁의 씨앗이 됐다. LG측은 짧은 시간에 대규모 인력이 넘어가면서 핵심 기술이 의도적으로 노출됐고, 기술 탈취를 통해 SK측이 폭스바겐 배터리를 수주했다고 주장했다. LG는 이를 이유로 2019년 4월 미국 ITC와 델라웨어주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SK측은 “정상적으로 경력사원을 채용했고 LG출신들이 자발적으로 옮겨왔다”며 영업비밀 침해 주장을 일관되게 부인했다. 이후 양사는 국내외에서 경찰 고소와 민사소송을 잇따라 제기하면서 극렬하게 대립했다.
이들의 다툼은 LG측이 먼저 유리한 고지에 올랐다. 지난해 2월 ITC가 영업비밀 침해사건에 LG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SK가 조기에 패소하는 예비결정을 내린 것이다. 이후 3차례 연기 끝에 올해 2월 내려진 최종 결정에서도 LG측이 완승했다. ITC는 비밀침해 혐의를 인정하면서 SK에 미국 내 수입금지 10년 조치를 결정했고, 당장 SK는 조지아주 공장 건설을 비로새 미국 내 사업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에 봉착했다.
ITC결정에 미국 행정부가 60일 이내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어 SK측은 미국 사업을 철수하겠다며 거부권 행사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에 LG측은 대규모 미국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등 방어전을 펼쳤다. 이처럼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자 미 정부가 물밑에서 양사의 합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고, 우리 정부도 정세균 국무총리가 공개적으로 합의를 요구했다.
양측이 미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시한을 하루 앞두고 전격 합의하면서 국내외에 제기됐던 관련 소송은 모두 취하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SK의 조지아주 공장 건설 등 관련된 사업도 차질없이 이어질 전망이다. 합의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마지막 협상에서 LG가 3조 원, SK가 1조 원을 주장했던 만큼 2조원 내외에서 합의가 이루어졌을 것으로 업계는 추정한다.
그러나 양사가 쏟아부은 거액의 소송 비용과 로비 비용은 부담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들인 비용을 합하면 최소 수천억 원에서 최고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