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DI “공기업 자본규제 적용해야”
울산의 대표적 공기업인 한국석유공사가 1979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부채가 자산보다 많은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졌다.
20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석유공사의 총부채는 2019년 말 18조1310억 원에서 지난해 말 18조6449억 원으로 5139억 원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자산은 18조6618억 원에서 17조5040억 원으로 1조1578억 원 감소했다. 석유공사의 총부채가 자산보다 많아진 것(완전자본잠식)은 창사 이후 처음이다. 특히 석유공사의 연간 이자 부담액은 4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의 재무 구조 악화는 이명박 정부 시절 차입을 통해 무리하게 추진했던 해외자원 개발 사업이 실패한 탓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해외 석유개발 기업과의 인수·합병(M&A) 등을 위해 외부 차입을 늘리면서 2008년 이후 부채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유가 하락의 직격탄을 맞은 것도 재무 구조 악화에 영향을 미쳤다.
석유공사의 부채 문제는 단기간에 개선되기 힘들 전망이다. 이 회사의 ‘2020~2024년 중장기 재무관리 계획’을 보면 석유공사의 부채는 2024년에도 20조 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됐다. 일각에서는 석유공사의 자력 회생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결국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보고서에서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맞아 복지·서비스 등에 대한 지출 부담이 급증하는 만큼 석유공사뿐만 아니라 다른 공기업들도 재무구조 악화가 예상된다”며 “은행에 비견되는 정도의 자본규제를 공기업에 적용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자본규제는 총자산 대비 자기자본 비율을 특정 수치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의무화하는 제도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