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권서 관련 계좌 개설한 뒤
- 성년이 되면 해지하도록 설계
평소 알고 지내는 세무사에게서 소개를 받았다는 80대 중반의 노인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큰아들은 낭비벽이 심하고 며느리는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초등학생인 손자가 하나 있는데 손자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본인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자기가 죽기 전에 손자가 살아갈 수 있도록 현금 5억 원을 증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손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 안전하게 재산을 관리해줄 방법을 검토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재산을 관리해줄 사람은 있느냐고 물어보니 손자의 고모가 아주 정직하고 정확할 뿐만 아니라 조카에 애정이 많다고 응답했다. 어떻게 현금을 관리할 수 있느냐고 묻기에 먼저 신탁계약서를 작성한 후 금융권에 가서 신탁계좌를 개설하는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산을 관리해줄 고모와 상의한 후 연락하겠다고 하면서 떠났다. 며칠 지나서 그 고모가 전화했다. “신탁계좌 개설을 금융기관에 문의하니 개설할 수 없다고 하는데 어떻게 법무사는 가능하다고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면서 의문을 제기했다.
아직까지 가족신탁업무 등을 처리하는 금융권이 별로 없어 금융권 직원들도 잘 모를 수밖에 없다고 자세히 안내했다. 믿고 맡기면 노인이 원하는 대로 금전신탁계약서를 작성한 후 신탁계좌를 개설해 증여받을 돈을 안전하게 관리하다가 조카가 성년이 되면 넘겨줄 수 있다고 자문했다. 하지만 끝내 믿음을 주지 못한 채 상담을 마쳤다.
증여를 민법으로 검토하면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5억 원을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납부하고 손자 명의로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이 때 손자가 초등학생이기 때문에 통장을 관리할 능력이 없고 그렇다고 할아버지가 손자의 통장을 넘겨받아 관리하면 되는데,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본인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계속 관리하기 어렵고 고모에게 통장을 통째로 맡기기에도 마땅치 않다
금전신탁을 활용하면 노인의 고민을 완전하게 해결할 수 있다.
신탁설계는 이루어지지 않았지만 상담 내용을 토대로 금전신탁을 설계해본다.
일단 할아버지가 사무처리능력이 있을 때 손자에게 5억 원을 증여하고 증여세를 납부한다. 금전신탁계약을 작성하고 금융권에 가서 신탁계좌를 개설하는 절차 등을 밟으면 된다. 위탁자 손자, 수탁자 고모, 수익자 손자, 신탁계좌 개설 명의인을 고모로 정한다. 손자가 성년이 될 때까지는 신탁수익금을 고모가 관리, 수령해 조카에게 지급하도록 하고 조카가 성년이 되면 신탁을 해지하는 내용으로 신탁을 설정하면 된다.
| |  |
| 이종우 |
금전신탁설계가 간단하진 않지만 노인의 고민거리를 신탁이 아니고서는 해결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금융권 직원들마저도 아직 신탁을 잘 몰라 아쉽다.
이종우 법무사법인 리앤박 대표법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