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지부동 행태 비판 목소리 커져
- 공직사회도 적극 행정 위배 지적
- 부산시, 장관 임명 뒤 면담 추진
부산항 북항 1단계 재개발 사업 감사와 관련해 해양수산부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부산의 여론이 갈수록 악화되고 정부 정책 불신으로 이어질 조짐까지 나타나는 데도 해수부는 장관 교체기라는 점을 들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 우리나라 해양정책을 총괄하는 해수부의 이 같은 행보에 “국가 부처가 맞느냐”는 극단적인 비판마저 제기된다.
28일 해수부는 북항 재개발 사태가 불거진지 2주가 지났음에도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지금까지 나온 해명자료 2건도 핵심 간부나 담당 부서가 아니라 홍보담당관실 명의로 배포됐다. 통상적으로 중요 사안이 생기면 담당 부서가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대안을 제시하려는 다른 부처 모습과 많은 차이가 있다.
일부에서는 파장이 더 커질 것을 우려한 윗선에서 의도적으로 대응 자제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나온다. 북항 재개발 사업이 단순한 항만 개조가 아니라 앞으로 부산의 성장 동력을 이끌어 나갈 대역사라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해수부의 이런 침묵에 대해 내부에서조차 이해하기가 힘들다는 반응이다.
이 때문에 해수부가 시일이 지나면 반발이 가라앉을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문제가 되는 일은 일단 피하고 보자는 복지부동 행정의 대표적 사례라는 비판도 이어진다.
현재 해수부는 이 사태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에 대한 요구에 명확한 대답을 하지 않고 있다.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이유는 장관 교체기다. 해수부는 문성혁 장관은 임기 마무리가 초읽기에 들어간 데다 박준영 차관도 장관 내정자 신분이라 현재로서는 최고위 간부가 북항 재개발 사업을 책임 있게 챙기기 힘든 것이 사실이라는 점을 내세운다. 이어 다음 달 청문회가 열리면 장관 내정자가 이 사안과 관련해 의원들의 질의에 충실하게 답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시민단체 등은 북항 재개발 사업에 대한 감사가 해수부 내의 통상 업무를 떠나 지역과 중앙정부 간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차기 장관이 임기를 시작해야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은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는 행정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 청문회를 기다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박 차관이 공식적인 견해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인호·안병길·황보승희 의원 등 부산의 여야 정치권 인사들도 해수부의 행태를 비판하면서 북항 재개발 사업에 적극 협조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공직사회에서는 해수부 감사가 ‘공직자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한다’는 정부의 ‘적극 행정’ 정책에 위배되는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부처 고위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현 정부는 규제를 되도록 완화하는 선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으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며 “순조롭게 진행되던 사업에 느닷없이 감사라는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역효과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을 내놨다.
한편 부산시는 이날 “시민 편익 시설인 트램 및 공공콘텐츠 사업이 애초 계획대로 원활하게 추진돼야 한다는 것이 시의 한결같은 입장이자 변함없는 의지”라고 밝혔다. 이어 박형준 부산시장이 해수부 장관 내정자와 전화 통화를 통해 의견을 교환했으며 시는 북항 재개발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청문회 이후 차기 해수부 장관이 임명되면 시장과의 면담을 추진하고 북항 재개발 1단계 사업이 계획대로 이뤄질 수 있도록 시의 입장을 전달하겠다고 언급했다.
염창현 임은정 기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