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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자산 하루 거래대금 20조…거래소 ‘먹튀’·‘벌집계좌’ 주의보

거래소 신고만으로 손쉬운 설립…법적 보호없어 투자자 피해 속출

  •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  |   입력 : 2021-05-04 20:02:49
  •  |   본지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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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월 말까지 실명계좌 제휴 필요
- 은행권, 자체 평가지침 마련

가상자산 시장이 하루 거래대금 20조 원을 웃돌 만큼 성장한 가운데 우후죽순 생겨난 미검증 거래소를 통한 피해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이들 거래소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시세와 수수료, 무료 코인 이벤트 등으로 투자자를 유인하고 있지만, 제도적 보호 장치가 없는 상황인 만큼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거래소, 불시 폐쇄에 ‘먹튀’ 우려도

최근 한 가상자산 거래소에선 한동안 코인 매도가 불가능해져 투자자들이 출금을 못 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급등한 코인을 매도해야 현금화가 가능한데, 매도 주문이 먹혀들지 않았던 것이다. 결국 매도 타이밍을 놓치고 손실을 본 피해자 100여 명은 해당 업체의 ‘먹튀’를 의심하고 고소를 진행 중이다.

수년 전 사둔 코인을 매도하려 했으나 거래소가 폐쇄돼 원금조차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거래소가 쉽게 생기고 없어지면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투자자에게 전가되는 것이다. 당국이 미등록 거래소에 대해선 보호하지 않겠다는 방침인 만큼 구제도 쉽지 않다.

거래소를 통한 피해가 잇따르는 배경에는 누구나 간단히 신고만 하면 거래소를 설립할 수 있다는 제도적 허점이 있다. 현재 가상자산 거래소 설립은 당국의 인·허가 없이도 세무서에 사업자 등록만 마치면 가능하다. 최소한의 보안과 인프라도 없는 것은 물론 범죄에도 쉽게 노출되고 있는 셈이다. 거래소가 난립하는 상황이다 보니 홈페이지를 거래소 화면처럼 구성해 눈속임하는 사기사이트도 적발되고 있다.

실명계좌 제휴를 맺지 않은 거래소의 이른바 ‘벌집계좌’도 주의대상이다. 벌집계좌는 투자자의 실명계좌 대신 거래소의 법인 통장 한 개에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보관해 운용하는 것을 말한다. 거래 투명성이 크게 떨어지지만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거래를 맺지 못한 대부분의 거래소가 벌집계좌를 이용한다. 현재 실명계좌를 쓰는 곳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이다.

한 거래소 관계자는 “실명계좌를 통하면 자신의 통장에 투자금이 남아서 최소한 떼먹힐 걱정은 없지만, 벌집계좌는 거래소가 작정하고 빼돌리면 투자금을 찾을 길이 없다”며 “저렴한 곳을 찾지 말고 최소한의 장치가 있는 곳에서 거래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거래소들은 바뀐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에 따라 오는 9월 말까지 시중은행과 실명계좌 제휴를 맺어야 한다.

■검증 책임 떠안은 시중은행, 가이드라인 마련 분주

상황이 이렇다 보니 사실상 가상자산 거래소의 검증 역할을 맡은 시중은행은 대응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거래소를 통해 고객 수와 수수료 이익이 늘어나는 것은 반길 일이지만, 자칫 자금세탁 등 거래소의 사고 위험을 떠안아야 하는 리스크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 업비트와 실명계좌 제휴를 맺은 케이뱅크는 최근 한 달 새 고객이 146만 명 늘어나는 등 코인 투자 열풍 혜택을 톡톡히 봤다.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는 거래소 제휴를 앞두고 은행연합회는 최근 시중은행들에 ‘자금세탁방지(AML) 위험평가 방법론 가이드라인(지침)’ 을 배포했다. 최소한의 지침조차 마련되지 않자 은행연합회와 은행들이 외부 컨설팅 용역을 통해 공통 평가 지침을 마련한 것이다. 지침에는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여부 ▷특금법 의무 이행을 위한 조직 내부 통제 체계·규정·인력의 적정성 ▷가상자산 사업자 대주주 인력 구성 ▷가상자산 사업자가 취급하는 자산의 안전성 ▷가상자산 사업자 재무적 안정성 등을 핵심 점검 사항으로 명시했다. 깐깐한 심사를 앞두고 있어 현재 제휴를 맺은 4대 거래소의 재계약도 불투명하다는 게 업계 내 분위기다.

한편 글로벌 가상자산 분석 사이트 ‘크립토컴페어’가 자산 다양성과 보안 수준 등을 기준으로 세계 거래소를 평가한 결과 국내에서 B등급 이상을 받은 거래소는 6곳(고팍스·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후오비코리아)으로 집계됐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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