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관 공동 경쟁력 확보 … 美中에 대응
- 메모리 초점, 비수도권 지원안은 재탕
- 정부 “10년간 인력 3만6000명 양성”
- 서울·경기권 대학 중심 사업진행 우려
- 與특위, 지난달 시행령 개정 여부 논의
정부가 13일 발표한 ‘K-반도체 전략’에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새 전략 무기로 부상한 반도체와 관련해 세계 1위 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로드맵이 담겼다. 문제는 이 로드맵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인프라가 구축된 ‘메모리 반도체’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점이다. 경기 용인 등 반도체 클러스터가 이미 조성된 수도권에 파격 혜택이 부여된다는 점에서 비수도권 산업계의 반발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 문재인 대통령이 13일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단지 3라인 건설 현장에서 열린 ‘K-반도체 전략 보고대회’에서 손뼉을 치고 있다. 연합뉴스 |
■수급 대란에 대응한다지만
13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반도체는 데이터 저장을 목적으로 컴퓨터 등에 삽입되는 메모리 반도체와 전력의 제어(변환·변압·분배 등) 역할을 수행하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나뉜다. 파워반도체는 비메모리 반도체의 여러 종류 중 하나다.
우리가 흔히 부르거나 일반적으로 인식하는 ‘반도체’는 메모리 반도체다. 서울을 비롯해 경기 용인·평택과 충북 청주 등지를 중심으로 인프라가 형성돼 있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수도권 소재 대기업이 관련 산업을 주도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반도체 수급 부족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국가 간 주도권 경쟁이 격화된 상황이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K-반도체 전략’ 역시 이런 대내외 상황과 무관치 않다. 2030년까지 조성될 ‘K-반도체 벨트’가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충북 청주까지 아우르도록 설계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승욱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과 중국의 공격적인 반도체 경쟁에서 우리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관의 공동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파워반도체를 비롯한 비메모리 반도체 관련 지원 방안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이다. 파워반도체는 부산시와 지역 산업계가 역점을 두고 육성 중인 산업이다. 파워반도체의 기술적인 특성상 조선·해양·기계업종 등 전통 산업에 특화된 반도체이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날 대책 발표를 통해 파워반도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과거 대책을 되풀이하는 수준에 머물렀다. 정부는 ▷부산에 ‘SiC(실리콘 카바이드·탄화규소) 일괄공정 활용 시제품 제작지원 인프라’ 구축 ▷부산 파워반도체 상용화 센터의 생산 능력 확대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 방안은 지난해부터 정부가 이미 내놓은 대책이다. 부산 등 비수도권의 반도체 활성화와 관련한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를 의심케 하는 대목이다.
정부가 코로나19 사태 이후 본격화된 ‘반도체 수급 대란’에 대응하고자 초대형 대책을 내놓았다는 점에서, 지난해 6월 코로나19에 따른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해 수도권 중심의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정책을 추진한 것과 판박이 행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인력 양성도 수도권 중심 우려
정부는 이날 ‘K-반도체 벨트’ 구축 계획을 발표하는 동시에 반도체 인력 양성 방안도 제시했다. 앞으로 10년간 반도체 산업 인력을 3만6000명 양성하는 게 골자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대학의 반도체 전공 정원을 지금보다 1500명 늘리고 ▷학사 인력 1만4400명 ▷석·박사급 전문인력 7000명 ▷실무 인력 1만3400명을 각각 배출하기로 했다.
문제는 반도체 인력 역시 수도권 중심으로 키워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비수도권의 반도체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열악한 현실이 이 같은 우려를 높인다. 실제로 정치권에서는 ‘수도권 중심의 반도체 인력 양성’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반도체기술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9일 회의를 열고 ‘수도권정비계획법’ 시행령의 개정 여부를 논의했다. 서울·경기지역 주요 대학의 반도체 인재 양성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수도권 대학에 대한 반도체 학과 정원 규제가 완화되거나 해제될 가능성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