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가 본격 논의에 들어가며 입법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해당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몇 차례 발의됐지만 의료계 반대 등으로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금융위원회도 청구 간소화를 지지하고 나섰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전재수(더민주), 성일종 윤창현(국민의힘) 의원은 최근 국회에서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 입법 공청회’를 공동으로 주최하고 각계 의견을 수렴했다.
실손의료보험은 가입자만 3900만 명에 달하는 ‘제2의 의료보험’ 기능을 하고 있지만, 보험금 청구를 위해선 가입자가 증빙 서류를 병원이나 약국에서 일일이 발급받아 보험사에 제출해야 하는 불편함 탓에 보험금 포기가 많다는 점이 지적되어 왔다. 10여 년 전인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절차 간소화를 권고했지만, 관련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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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영미 녹색소비자연대 대표는 “실손보험 청구 건수는 연간 1억500만건이며, 보험금 청구 1건당 종이는 평균 4장 정도 발급돼 연간 약 4억장 이상의 종이가 낭비되는 것으로 추산된다”고 밝혔다. 자료사진 국제신문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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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나종연 소비자학과 교수는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보험을 청구할 수 있으나 미청구한 경험률은 47.5%에 달했고, 실손보험 청구에 드는 비용이 많아 소비자들이 마땅히 누려야 할 권리를 포기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며 “이익집단의 이해관계 관점에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해서 간소화는 반드시 성사될 필요가 있다. 디지털 전환의 가속화, 환경 오염을 방지하기 위한 종이서류 축소 차원에서도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지난 2018년 금융위와 복지부가 주관한 한국갤럽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보험을 청구할 수 있으나 미청구한 경험률은 47.5%로 나타났고, 미청구하는 이유로는 ▷금액이 너무 적어서(73.3%)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귀찮고 시간이 없어서(44.0%) ▷증빙서류를 보내는 것이 귀찮아서(30.7%) ▷서류 발급 비용이 부담스러워서(24%) 등으로 조사됐다. 또 응답자의 25%는 증빙서류 발급과정이 불편하다고 했고, 47.9%는 증빙서류 발급비용이 적절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반면 의료계는 의료기관이 서류전송 주체가 되는 것에 대한 부당성, 환자의 민감한 정보 유출 우려 등 기존 입장을 강조하며 개정안 반대 입장을 유지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는 발제를 통해 “보험계약자의 청구는 보험사 가입자의 권리이고, 계약자의 불편으로 청구절차 개선 의무를 지닌 주체는 보험사다. 가입자들의 불편에 대해 보험사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법 개정만 기다리고 있다”며 “청구절차 간소화가 이뤄지면 의료기관에 과도한 책임과 의무를 부과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미 핀테크 시장에 관련 생태계가 구축돼 있고, 실손보험 청구가 많은 의료기관은 법 개정 없이 민간회사와 협의해 자율적으로 시행하고 있다”며 서류전송 청구 강제화를 반대했다. 의료계는 개인의 민감한 건강정보가 전산화되는 과정에서 유출될 수 있는 우려도 함께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금융위는 앞서 지난 6일 ‘2021년 금융위원회 적극행정 실행계획’을 심의·의결하며 실손의료보험 청구 전산화를 중점과제로 선정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이날 공청회에 참석해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전산화를 권고한 지도 10년을 훌쩍 넘겼다. 더 이상 미루기에는 국민들께 송구스럽고, 디지털 혁신의 선두에 있는 우리나라 입장에서도 부끄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3900만 명의 의료소비자 관점에서 접근한다면 반드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