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모습.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음. 출처 : 연합뉴스)

코로나19 3차 확산세가 맹위를 떨쳤던 지난 1월. 부산 중구에서 소규모 한식집을 운영하는 박모 씨는 ‘결단’을 내렸다. 지난해 위기 상황에서도 아르바이트 직원 한 명과 함께 가게 운영을 근근이 이어갔던 그는 올해 손님이 뚝 끊기자 ‘월급을 줄 여력조차 없어’ 눈물을 머금고 알바생을 해고했다. 박 씨는 “‘경영이 좋아지면 다시 부르겠다’는 말을 건넸지만 요식업이 언제 개선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제조업 부진→자영업 확산”

부산을 비롯한 전국의 자영업자가 사업의 존폐 여부를 걱정할 정도로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 따라 정부의 재난지원금이 지급돼 왔지만,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단번에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코로나19는 고용원 유·무에 따른 자영업의 흐름까지 바꿔 놨다. 박 씨의 사례처럼, 예전에는 종업원을 두고 있었지만 ‘나홀로 사장’으로 바뀐 경우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다.

22일 국제신문이 국가통계포털의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부산의 전체 자영업자는 36만9000명으로 지난해 4월(34만7000명)보다 2만2000명 증가했다. 이 증가 폭은 2019년 12월(2만2000명) 이후 최고치다. 아울러 지난해 10월(7000명)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전년 동월 대비)를 기록했다. 계절적 영향을 반영하는 고용 통계는 비교 시점을 ‘1년 전 같은 기간’으로 삼는다.

코로나19 장기화 여파에도 부산 자영업자가 줄지 않는 것은 지역 제조업의 부진이 길어지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통계청 관계자는 “제조업 침체에 따른 고용 쇼크로 일자리를 잃었거나 일을 잠시 그만 둔 사람 중 일부가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부산의 제조업 취업자는 지난해 4월보다 2000명 줄며 2019년 7월 이후 2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해 10월 이후 고용원 유무에 따른 부산 자영업자 증감 추이. (자료 : 국가통계포털)

●고용원 유무에 따라 증감 흐름 반대

특히 부산 자영업자를 고용원 유·무에 따라 보면 엇갈린 흐름이 포착된다. 지난달 부산의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10만1000명으로 지난해 4월(11만2000명)보다 1만1000명 감소했다. 지난해 8월 이후 9개월 연속 감소세다.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규모가 크고 사업의 질도 높은 편이다.

이와 달리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26만8000명으로 지난해 4월(23만5000명)보다 3만3000명 늘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연속 증가세다. 특히 월별 증가 폭은 지난 1월(3만2000명) 이후 4개월 연속으로 3만 명대의 고공행진을 기록 중이다.

부산 나홀로 자영업자의 증가는 코로나19에 따른 경영 악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 여파로 인건비를 줄이려는 사업주가 늘어났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저임금이 얼마나 인상되면 신규 고용을 포기하거나 기존 직원의 해고를 고려할 것이냐’는 질문에 자영업자의 53.9%는 “현재도 고용 여력이 없다”고 응답했다.

일각에서는 전자 결제 시스템 확대와 무인 점포 증가 등 종업원이 필요없는 사업 형태가 속속 등장하면서 ‘나홀로 사장님’이 늘어난 측면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