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교착 상태에 빠진 ‘2030 부산 월드엑스포’ 민간 유치위원장 선임과 관련해 대기업 총수뿐만 아니라 주요 경제단체장에도 의사를 타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정부가 지금까지 접촉한 상당수 후보 중 위원장직 수용 의사를 밝힌 인사는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부산을 전 세계에 알리는 ‘글로벌 홍보’ 활동이 다음 달 본격화되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위원장 선임을 마무리 짓겠다고 밝혔다.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겸 ‘2030 부산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기획단’ 단장은 30일 국제신문이 보낸 엑스포 관련 서면 질의에 이같이 답했다. 난항을 겪는 엑스포 유치 활동과 관련해 정부가 공식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유치기획단은 엑스포 유치에 필요한 마스터플랜과 전략 등을 수립하고자 2019년 12월 출범한 범정부 조직이다. 유 단장을 필두로 산업부·기획재정부·해양수산부·부산시·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 등에서 파견된 공무원 및 직원으로 구성됐다.

유 단장은 민간 유치위원장 선임과 관련해 “대기업뿐만 아니라 경제단체장을 우선 고려해 수락 의사를 타진 중에 있다”며 “현재까지(지난 27일 오후 6시 기준) 수용 의사를 밝힌 후보자는 없지만 기업을 대변하는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와 계속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비롯한 엑스포 유치 경쟁국의 동향을 감안해 조속한 시일 내 위원장을 선임하고 유치위원회 설립도 완료하겠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유치 경쟁국으로 거론되는 국가 중 처음으로 지난달 말 국제박람회기구(BIE)에 엑스포 유치신청서를 제출했다.

유 단장이 경제단체장의 이름을 구체화하지는 않았지만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SK그룹 회장)은 물론,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장(GS그룹 명예회장)과 구자열 한국무역협회장(LS그룹 회장),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장(CJ그룹 회장),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제이에스티나 회장) 등 기업을 이끌면서 경제단체도 함께 맡은 재계 인사 모두가 후보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최태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정도만 공식적인 후보로 거론돼 왔다. 결국 위원장 후보군이 대폭 확대된 것만은 분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유 단장은 “다양한 루트를 통해 여러 후보자들과 접촉하는 중”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유 단장은 “다음 달 중 파리에 있는 BIE를 방문해 우리 정부의 의지가 담긴 유치신청서를 제출하고, 그와 동시에 국내외 홍보 활동을 본격 추진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민간 유치위원장 선임은 그 대상이 누가 됐든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