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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8-하> 경성산업②

부드럽지만 강인함으로 벤처타워 설립…기부로 선한 영향력 전파도

  • 배길남·소설가
  •  |   입력 : 2021-06-08 19:22:57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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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너 마인드 강조한 김경조 대표
- 기업 이윤은 꾸준히 사회에 환원
- ‘아너소사이어티’ 33호 회원가입
- 지인 21명의 ‘억대 기부’ 이끌어

- 부산벤처기업협회장 7년간 맡아
- 열정 쏟아 완공한 부산벤처타워
- ‘서부산 실리콘밸리’ 역할 톡톡
- “시간 없다고? 잘 쪼개면 가능”

   
피아노 연주가 취미인 경성산업 김경조(오른쪽) 대표가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2017 부산 아너 소사이어티 총회에서 아너밴드 회원들과 공연하고 있다.
■내실 다지며 더 먼 곳 바라보다

많은 이의 성공담이나 경험담을 살펴보면 ‘눈앞의 이익을 좇지 말라’는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여기엔 당장의 욕심이 훨씬 더 큰 손해를 부른다는 의미가 숨겨져 있다. 사실 장삼이사들은 이 진리를 너무나 잘 알고 있으면서 실천에 잘 옮기질 못한다. 보통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난주의 경성산업 이야기에서 하나 빠진 게 있다. 경성산업이 어떤 지점을 바라보느냐에 대한 것이었다.

“개인은 이익을 좇을 수밖에 없지요. 하지만 오너의 마인드는 달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업의 오너는 장기적 목표를 설정하고 나아가는 사람이 돼야 해요. 입지 요건 환경 등의 인프라가 아무리 중요하다 해도 그것을 잘 이용하거나 이겨내는 것은 어디를 바라보느냐에 달려 있다고 봅니다.”

   
공공에 이익이 되는 행사라면 기꺼이 연주 자원봉사에 나서는 김경조 대표.
김경조 대표가 말하는 경성산업의 지향점은 바로 숫자 33과의 인연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김 대표는 33에 작은 세계들이 모여 대우주인 삼천대천세계(三千大千世界)를 이루는 의미가 담겨있다고 말한다. 그래서일까. 회사 창립일은 바로 3월 3일. 조세의 날이기도 한 이날은 아름다운 납세자상을 받은 날이기도 하다. 김 대표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1억 원 이상 고액 기부자 클럽인 ‘아너 소사이어티’에도 33번째를 기다려 회원으로 가입했다.

“목표가 뚜렷하면 그때그때의 갑작스런 변화는 얼마든지 잘 대처할 수 있습니다. 기부금 마련도 목표를 두고 꾸준히 준비했죠. 타고 있던 국산 자동차를 바꾸지 않고 10년을 채우기도 했습니다.”

그는 회사 운영도 서두르지 않고 내실을 기하는 편이라 말한다. 공격적인 확장이나 영업을 지양하며 내수와 수출에서 고루 안정적 성장을 도모했다. 그 바탕에서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고 꾸준한 봉사활동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기부와 봉사의 방식은 여러 가지였지만 하나같이 적극적이었다. 김 대표는 주위에 아너 소사이어티를 적극 소개하며 21명의 회원가입을 이끌어내는 데 큰 역할을 했고, 공동모금회 행사에서 피아노 솜씨를 뽐내며 밴드 멤버로 활동하기도 했다. 최근엔 이성희 로망띠끄 대표와 함께 부산대어린이병원 후원회에 각각 1억 원을 기부하며 선한 영향력을 널리 퍼뜨리고 있다.

“계기요? 제가 먼저 나서 기부를 하는 거지요. 선함을 나누면서 자기 스스로 정화되는 걸 느껴요. 살면서 무엇을 중심에 둘 것인가가 중요한 거 같아요. 기업인의 덕목도 있지만 사회인의 덕목이 더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자신을 다스리고 내실을 기하는 모습은 김 대표의 가정사에서도 엿볼 수 있다. 그는 전주 이 씨 효령대군파 종부(宗婦)에 두 아들의 어머니다. 지금도 매일 아침 직접 식사를 준비한다는 말에 놀라 도대체 시간이 되느냐고 하자 도리어 되묻는다.

“일주일에 장을 한 번만 보면 되잖아요. 저희 집은 1년에 4대 봉제사로 13번 제사를 지냈어요. 지금은 좀 줄였는데 3대까지 9번 지내지요. 그 음식도 제가 전부 손수 만들고 챙겨요. 제 음식솜씨가 괜찮은 편입니다. 하하하! 몇 년 전부터는 1년에 한 번씩 직접 고추장을 담가 좋은 인연들에게 보내고 있어요. 맛있다고 소문이 나 여기저기서 때가 되면 러브콜이 와서 걱정이에요.”

이쯤 되면 놀랄 노자를 벗어날 지경이다. 그렇다면 다진 내실을 기반으로 한 대외활동에 대한 이야기는 어떨까.

■1300cc 철의 여인과 바보 사이

   
부산을 넘어 대한민국 ‘2016 올해의 아너 소사이어티 회원’으로 선정된 상패.
여성물류교통포럼(WiLAT) 한국지부 초대 회장, (재)부산동명불원 이사장, 부산벤처기업협회장, 부산울산벤처기업협회장, 제8대 한국여성경제인협회 부산지회장 등등의 굵직한 경력을 소유한 김 대표는 대외활동을 통한 ‘회장님’으로 더 많이 불리는 편이다.

여러 대외 활동 중 어떤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잠시 먼 곳을 바라보는 김 대표, 아니 김 회장. 지난 일들이 마치 사진첩을 넘기듯 스쳐 지나가는 모양이었다.

“지금은 여성 기업인들의 역량 강화와 권익을 위한 활동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많은 일이 있었지만 가장 힘들었고 가장 열정을 쏟았던 일은 부산벤처기업협회장을 하면서 완공까지 이끌어냈던 부산벤처타워 설립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무려 5만5000여㎡ 부지에 지하 2층, 지상 17층. 벤처기업 150여 개사가 입주한 기술 집약형 지식산업센터. 서부산의 실리콘밸리 역할을 하고 있는 부산벤처타워를 수식하는 숫자들이다. 처음 건립을 계획했던 고 박환기(당시 오토닉스 대표) 회장이 불의의 사고를 당하자 수석부회장이었던 김 회장이 3대 회장을 맡아야 했다. 수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지반이 뻘로 이뤄져 건설사가 난색을 표하는가 하면 완공 무렵엔 분양이 이뤄지지 않아 고심해야 했다.

“그런 어려운 순간 회원들이 서로 도왔어요. 우리 회원사들의 분업으로 지었다 고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도저히 안 되겠다고 고개를 숙일라치면 뜻밖의 은인들이 나타났어요. 돌아가신 박 회장님이 도우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겸양의 모습 뒤엔 김 회장의 노력과 의지가 숨어 있었다. 그는 여성 특유의 청렴과 끈끈한 책임감으로 7년간 회장직을 수행했다. 그 자리에 있으면 있을 법한 건설사나 외주에 하나의 이권 개입이 없도록 투명하게 일을 진행한 것은 지금도 인구에 회자될 정도다.

   
김경조 대표가 부산벤처기업협회장 시절 뚝심으로 완공한 부산벤처타워.
“어느 날 공항을 가는데 피곤했는지 잠시 잠들었어요. 창가를 보니 멀리 못 보던 건물이 있는 거예요. 옆자리의 직원한테 저게 언제 생겼느냐 물으니 ‘저거 부산벤처타워입니다. 회장님이 세운 거잖아요 하고 웃더라고요. 하하하!”

김 회장에겐 부산 여성기업인의 맏언니, 철의 여인 등의 별명이 따라다닌다. 하지만 남편은 그를 바보라 부른다. 그 속엔 남다른 사랑과 함께 김 회장의 다른 면모가 숨어있으리라.

“제사상을 마련하다 급한 용무가 생길 때가 있었어요. 그럼 앞치마를 벗어놓고 제사상을 바라보며 ‘아버님, 잠시 다녀오겠습니다’하고는 얼른 다녀오죠.”

그 많은 사업과 대외활동을 하면서 집안일까지 놓치지 않는 깡 속에는 강원도에서 사업을 했다는 아버지의 사업 DNA가 흐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린 시절 그는 아버지가 경영했다는 철공업 공장에서 놀면서 심부름도 했다고 한다.

“아버지 성미가 급하셨어요. 엔진으로 치면 1500cc쯤 될 겁니다. 저는 뭐 1300cc 정도?”

강한 면모 속의 여유와 위트는 어디에서 생길까. 비결을 묻자 단번에 절을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지금도 아침마다 백팔배를 하고 매월 삼천배를 목표로 한다. 한창 때는 십만배를 올린 적도 더러 있다고.

“대단하게 생각할 것 없어요. 시간을 나눠서 하면 되니까. 자기수행이기도 해요. 어려운 시간을 이겨냈던 동기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가 인터뷰 내내 가장 많이 한 말은 “시간이 모자라다면 잘 쪼개면 된다”는 것이었다. ‘보여줄 수 있는 게 너무나 작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이 더 커 보이는 것은 저런 열정 때문이 아닐까. 자기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일할 수 있어서 가장 행복하다는 경성산업 대표. 그를 만나면서 가장 힘든 시절이란 핑계로 우리가 놓치고 있는 시간들이 무엇일까 다시 한 번 생각해본다.

배길남·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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