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금세탁 악용 등 우려로 거절
- 디지털 자산 관련 사업은 박차
- 중소형 코인거래소 줄폐업 위기
BNK부산은행이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를 발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부산은행은 최근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들로부터 실명계좌 발급 제휴 제안을 받고 검토한 결과 하지 않기로 했다고 10일 밝혔다. 부산은행은 ‘코팍스’ 등 국내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 10여 곳으로부터 실명계좌를 발급해줄 수 있느냐는 제안을 받아 검토해왔다.
국내 100여 개에 이르는 가상화폐 거래소는 특정금융정보거래법 개정에 따라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부여받고 은행으로부터 실명을 확인할 수 있는 입출금 계좌를 받아 신고해야만 영업할 수 있다. 현재 국내에서 은행(NH농협 신한은행 케이뱅크)과 실명계좌를 트고 영업하는 곳은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곳뿐이다.
이들은 법 적용 유예기간이 끝나는 9월까지 은행과 제휴해 실명계좌를 확보해야 하나 시중 은행들이 신중한 입장을 보이면서 상대적으로 기준이 덜 까다로운 지방 은행과 인터넷은행으로 눈을 돌렸다. 부산은행은 지방에서 입지가 탄탄한 데다 부산시 블록체인특구 사업자로 선정돼 가상화폐를 발행한 경험이 있어 가상화폐 거래소의 문의가 쇄도했다.
부산은행이 이처럼 결정한 것은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제휴가 득보다는 실이 더 많다는 판단 때문이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제휴할 경우 거래에 따른 수수료 수익과 신규 고객 유입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자금 세탁과 대포통장 등에 악용될 우려도 있다. 특히 최근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 가격이 급락하면서 시장이 소용돌이치고 있어 가상화폐 업무를 맡을 경우 위험 부담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제휴가 득실이 명확하므로 여러 가지를 검토하다 보니 시간이 걸렸다”며 “자금세탁방지 업무 등에 따른 리스크 부담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실명계좌를 발급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하지만 디지털 자산과 관련된 사업은 계속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처럼 은행마다 가상화폐 거래소에 실명계좌 발급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중소형 가상화폐 거래소들은 폐업 위기에 몰렸다. 특히 금융당국이 실명이 확인되는 가상계좌 발급이 가능한 잡금계좌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히면서 편법으로 이를 운영하던 중소형 거래소들의 위기감은 더욱 커지고 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