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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메디클럽

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9-상> 세운철강

발걸음 뗄 때마다 들리는 그 이름…꿈 이룬 어른이 희망 나누다

  • 배길남 소설가
  •  |   입력 : 2021-06-15 19:21:38
  •  |   본지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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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 최고 활동가 신정택 회장
- 공무원 때 양철지붕 개량 담당
- 그 인연으로 철강 사업가 변신

- 공동모금회 회장 지낸 6년간
- 157명 아너스클럽 회원 유치
- “동네할머니도 칼국수 사장님도
- 더 힘든 이웃 있다며 거액 쾌척
- 누군가를 돕는 일에 상하 없어”
   
신정택(앞줄 왼쪽) 세운철강 회장은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시절인 2016년, 자신을 포함한 11명이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에 동시에 가입했다. 당시 아너클럽이 생기고 11명 동시 가입은 처음이라 많은 화제가 됐다.
■부산서 세 걸음만 가면 듣는 이름

예전에 한 지역의 만석꾼을 이를 때 이런 표현이 있었다. “이 근방에서 세 걸음만 걸으면 그 부자 땅을 밟는다.”

한 지역에 끼치는 그의 영향력을 알 수 있는 말이기도 했고, 그 말을 전하는 사람의 표정으로 그 부자가 좋은 사람인지 욕 듣는 사람인지 판단할 수 있는 말이기도 했다.

   
신정택 회장은 평소 사무실에서 꼼꼼하게 메모를 하며 업무를 본다.
최근 부산·울산·경남 지역의 다양한 글을 위해 많은 사람을 취재했던 소설가는 두 사람 세 사람만 거치면 같은 이름을 자꾸 듣게 되는 기현상을 겪었다.

아직도 그 진가를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부산의 보석 영도의 스토리텔링을 취재하다 ‘목장원’에서 이 이름을 들었다가, 부산의 미래 북항 재개발에 관한 이야기를 취재하다 오페라하우스 부분에서 그 이름이 덜컥 튀어나오고, 개항 이래 부산지역 최대 역사(役事)인 가덕신공항 얘기로 한창 뜨거울 때 또 그 이름이 거론됐다.

어디 그뿐인가. 범 내려온다는 부산진구 범천동 얘기를 쓰다 부산철도차량정비단의 이전 얘기를 파고들면 또 한 번 이 이름이 나온다. 심지어 며칠 전 우연히 들렀었던 기장의 한 만물상점이 ‘사랑의 열매 착한가게’에 선정됐다는 뉴스에서조차 그 이름이 등장할 지경이니….

대체 이 인물은 누구일까. 동에 번쩍 서에 번쩍 홍길동은 아닐 터이고 말이다. 여름으로 넘어가려 봄 장마가 한창인 지난 5월의 끝 무렵, 드디어 그 주인공을 만났다. 여러 문장에서 미뤄두었던 그 이름은 바로 신정택. 세운철강 회장의 이름이다.

“아니, 지금 떠오르는 젊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야지, 나이 많은 내가 무슨 할 말이 있다고 이리 오셨습니까?”

인사를 나누고 착석하자마자 첫 마디부터 예사롭지 않다. 연배에 관계없이 사람을 만나면 느껴지는 에너지란 게 있다. 신 회장은 첫인상부터 곁의 사람도 덩달아 춤추게 할 활력이 충만했다. 아우라까지 언급하면 지나친 헌사일까.

■별보다 반짝이는 선행의 아름다움

   
지난달 31일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이임식 날, 신정택 회장은 부산시에 1억 원을 쾌척했다. 오른쪽은 박형준 시장.
물어볼 것이 많았다. 그중 곧 회장 임기가 끝나는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꺼냈다. 그러자 만면에 미소와 아쉬움이 가득하더니 이내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놓는다. 할 말 없다고 한 지 1분이 채 되지 않았을 때였다.

“공동모금회는 며칠만 지나면 제가 회장이 아니에요. 제가 9·10대 회장을 지냈는데 이제 저도 물러나야죠. 차기 회장직을 최금식 선보공업 회장이 맡아주셨어요. 감사한 일입니다.” 인터뷰가 있었던 날로부터 며칠 후인 지난 5월 31일,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이·취임식이 있었다. 이날 신 회장은 코로나19에 힘든 부산시민을 위해 성금 1억 원을 기탁했다.

“2015년 5월 31일 회장 취임하면서 첫 약속을 했지요. 1억 원 이상 고액기부자 모임인 아너 소사이어티(Honor Society) 회원을 많이 유치하고 저도 100번째 회원이 되겠다고 말이지요.”

2, 3년 걸릴 줄 알았던 기획이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목표를 달성하고 말았다. 2016년 여름, 지인 11명이 동시에 가입하며 약속을 지킨 것이다. 아너클럽이 생기고 11명이 동시 가입한 일은 처음이라 당시 많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꿈을 이룬 어른들이 꿈을 가진 아이들에게 희망을 키울 수 있도록 돕자’는 이들의 뜻은 계속 이어졌다. 2019년 1월에는 아너스 회원 부인들을 중심으로 11명이 또 동시 가입하는 기록을 세웠다. 이때의 추억을 회상하는 신 회장의 얼굴에 자부심이 그득하다.

“한 할머니께서 1억 원을 기부하러 오시다 지하철에서 길을 잃었다는 겁니다. 다행히 무사히 오셔서 아너스 회원에 가입하셨어요. 그런데 너무나 감사하게도 그 1억 원이 평생 매월 모았던 저금이었어요. 어디 그뿐일까요. 기부천사가 한두 분이 아니었습니다.”

1t 트럭을 타고 이사를 다니던 세무공무원이 세무사가 되어 기부금 1억 원을 마련했다는 사연, 유산 기부를 하겠다며 찾아온 분이 한 달 만에 돌아가시고 공동모금회가 장례를 치렀던 일, 칼국숫집을 운영하며 어려운 상황에서도 기부에 나섰던 분…. 우리 주변의 평범한 사람들이 막노동 삯바느질 행상 식당일 등 힘든 일을 하며 어렵게 모은 소중한 돈이었다. 자신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선뜻 기부에 나섰던 것이다.

신 회장은 그들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놓치지 않고 다 꺼내 놓았다. 바쁜 일정에 인터뷰 시간이 촉박한 데도 중간에 끊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 모두가 저 하늘의 별보다 더 반짝이는 사람들의 이야기들 아닌가. 신 회장의 눈이 촉촉해졌다.

“지난해 코로나 팬데믹 이후 58억 원의 성금을 모아 부산시에 기부하기도 했지요. 아무리 각박하다 해도 온정은 살아있다는 걸 절실히 느꼈습니다. 힘든 사람을 도우는 데 상하가 없었어요. 다시 한 번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신 회장은 임기 중 아너클럽 회원(63~219번)을 무려 157명 유치했다.

■안심마을 5형제와 철강의 시작

“경상남도 창녕군 성산면 안심리…. 안심마을이라고 불렀어요.”

신 회장은 고향의 주소를 그대로 기억했다. 그는 아버지를 20리 길을 걸어 다니며 일한 근면 성실한 농부로, 어머니를 아들들을 면서기라도 시키기 위해 교육열이 뜨거웠던 여성으로 회상한다. 안심마을의 5형제는 부모님의 뒷바라지에 힘입어 훌륭하게 성장했다.

“맏형은 대구에서 공부해 서울대학교 법대를 갔지요. 고등고시에 합격해 대법관으로 퇴임했어요. 제가 둘째고, 셋째는 행정고시에 붙어 뒤에 여성가족부 초대 차관을 하고 예술의 전당 사장을 했죠. 넷째는 해병대 대위 출신으로 현재 우리 회사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막내 동생은 육군사관학교를 나와 소장으로 예편했어요.”

듣기만 해도 입이 떡 벌어지는 형제들의 성장 모습이다. 신 회장은 대구 대륜고를 졸업하고 경북사대에 합격하나 학비 문제로 군 복무를 먼저 했다.

“결국 진주 진양군청 공무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죠. 당시 새마을 사업으로 지붕개량사업이 한창이었어요. 그때 지붕 관련 부서가 두 종류로 갈렸는데 슬레이트 지붕과 양철 지붕이었죠. 그때 제가 양철 지붕 쪽을 담당했는데 연합철강이란 회사에 물건을 사러 많이 갔어요.”

이 얘기를 듣고 ‘설마?’하는 표정으로 바라보니 껄껄 웃는 신 회장.

“맞습니다. 그때 인연으로 얇은 철강을 다루게 됐고 지금의 세운철강까지 온 겁니다.”

앞으로 3주간 이어질 부산 최고의 활동가 신정택 회장과 세운철강의 이야기가 이제 막 시작된 것이다.

배길남·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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