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5월 31일,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민간 우주 기업 스페이스X는 2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운 우주선 ‘크루 드래곤’ 발사에 성공했다. 세계 최초 민간 유인 우주선의 등장은 정부가 우주개발을 주도하는 ‘올드스페이스’ 시대가 막을 내리고 민간이 이끄는 ‘뉴스페이스’가 개막했음을 선명하게 알리는 장면이었다.
우리나라도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사일 지침을 종료하면서 우주개발을 향한 족쇄가 풀리게 됐다. 정부가 지난 9일 국가우주위원회를 열고 민간이 우주개발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제3차 우주개발진흥 기본계획 수정(안)’을 확정한 것도 미사일지침 종료에 따른 것이다. 다만 지난 30여 년간 국내에서 추진됐던 우주개발 방식의 틀을 깨고 민간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도 요구되고 있다.
■정부, 2024년까지 고체연료 기반 소형발사체 개발 지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정부는 2024년까지 고체연료 기반의 소형 발사체 개발·발사를 추진한다. 고체연료는 액체연료보다 발사장 설비가 상대적으로 간단하고 비용도 10분의 1에 불과하다. 정부는 다양한 민간기업이 발사체 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전남 고흥 나로 우주센터 내 발사장 등 인프라도 구축하기로 했다. 우선 단기발사 수요에 맞추기 위해 고체연료 발사체 기반으로 우선 구축하고 이후 액체연료를 포함한 다양한 발사체에 활용할 수 있는 범용 발사장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발사체 상단에 설치, 우주탐사선의 무게를 증가시킬 수 있는 고체추진단 ‘킥모터(Kick-Motor)’ 개발도 검토하기로 했다.
또 한국형 위성항법시스템 구축과 여러 대의 위성을 군집으로 운용하는 ‘초소형 위성 개발’, 지상과 위성을 연결하는 6G 통합망 구축을 목표로 하는 ‘위성통신 기술 발전전략’도 추진한다.
정부는 아울러 중소·벤처기업의 우주산업 진출을 지원하기 위해 우주상품·서비스 개발을 위한 스페이스 혁신 사업을 진행하기로 했다. 우주인력 수요 증가에 대비해 우주산업 전문인력 양성에도 박차를 가한다.
■민간 경쟁력 강화 위한 조직 개편 등 요구 봇물
통상 4000억 달러 안팎으로 추산되는 글로벌 우주산업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우리나라가 뉴스페이스 시대에 뒤처지지 않으려면 우주개발 전담조직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주요국 우주산업 국제비교 및 시사점’ 보고서를 통해 ▷미 항공우주국(NASA)과 같은 우주개발 전담조직 신설 ▷예산·인력 확충 ▷민간기업 참여 확대 ▷한미 우주협력 강화 노력 등 4대 과제를 제시했다. 전경련은 글로벌 우주산업 규모가 지난해 3850억 달러에서 20년 뒤인 2040년에는 1조1000억 달러 수준으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우리나라 우주개발 예산 규모는 국내총생산(GDP)의 0.04%인 7억2000만 달러로, G5와 중국 러시아와 비교할 때 최저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에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조승래 의원과 국방위원회 기동민(이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최한 ‘뉴스페이스 시대, 국내 우주산업 육성방안’ 토론회에서도 민간의 우주산업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전문가 패널로 참여한 고상휘 ㈜한화/방산 상무는 “우주산업 관련, 국내 R&D 참여 방식을 협약이 아닌 조달 방식으로 추진해 민간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화는 국내 기업 중 우주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정부는 우주산업 육성전략 수립을 위해 최근 태스크포스(TF)를 운영하기 시작했으며, TF 논의 사항을 바탕으로 우주산업 육성 전략 초안을 마련한 뒤 전문가 토론회 등을 통해 확정할 계획이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