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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중심시대 부울경 기업을 응원하다! <9-중> 세운철강②

‘저스트 인 타임’ 원칙과 ‘동반성장’의 실천, 그 뚝심 있는 발걸음

  • 배길남 소설가
  •  |   입력 : 2021-06-22 18:59:18
  •  |   본지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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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79년 판매 루트 뚫으며 순항
- 2차 오일쇼크 때 위기 닥쳤지만
- 굳은 의지와 책임감으로 이겨내

- 포스코 제품 대표 가공센터 굳혀
- 2019년 누적매입 1500만t돌파

- 한때 중국 원자재 수입 확 줄어
- 신 회장, 공급 안정 지키며 극복
- “직원 흘린 땀 덕분에 회사 성장
- 부산 발전에도 한 몸 불태울 터”

   
부산 강서구 세운철강 부산가공센터 브랭킹 라인에서 신정택 회장이 자동차 공장으로 출고될 제품을 점검하고 있다. 세운철강은 거래처의 요구에 맞게 폭과 길이를 맞춰 판금·가공한 제품을 공급한다.
■열정, 책임감 그리고 타고난 친화력

공무원 시절 맺어진 철강과의 인연은 세운철강 신정택 회장에게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그는 과감히 공무원을 그만두고 철강 영업의 세계로 뛰어 들었다.

하지만 아직 세상은 그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영업사원으로 다니던 회사가 부도로 여러 번 바뀌면서 제가 담당하는 제품이 단절됐어요. 그러던 중 당시 포항종합제철주식회사(현 포스코·POSCO)에서 같은 제품을 제조하며 판매점 모집을 한다는 겁니다. 당장 서울로 올라갔어요.”

당시 나이 32살. 청년 신정택은 당당하게 면접을 봤으나 보기 좋게 떨어지고 만다. 나이도 어리고 담보 능력 부족 등 경험이 없다는 게 이유였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보름간 여인숙에서 버티며 매일 제철판매주식회사를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랄까. 지인들의 도움과 그의 열정으로 사장을 만날 수 있었고 결국 판매점 승인을 받아낸다. 신 회장은 1978년 6월 15일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그날이 바로 첫 제품이 출하돼 입고된 날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운철강의 창립기념일도 바로 그날이다.

“지금 본사 사옥도 그 당시 창고로 썼던 곳입니다. 뒤에 건물을 올렸고 현재 네 개 층을 사옥으로 쓰고 있어요.”

1979년부터 세운철강은 정식 대리점으로 등록하고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그는 영업사원의 경험을 바탕으로 판매 루트를 뚫으며 부지런히 뛰고 또 뛰었다. 당시 취사용 풍로인 석유곤로 제조회사와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파도를 타는 듯 했다. 하지만 2차 오일쇼크가 터지며 풍로 수요가 급감했고 세운철강에도 위기가 찾아왔다.

“견디다 못해 술을 마시고 집으로 들어왔어요. 방문을 여니 아이들이 쭈욱 자고 있더라고. 그때 생각했지요. 내가 여기서 무너지면 안 된다. 일어나야 한다.”

수많은 부침을 어찌 모두 표현할 수 있겠는가. 하지만 위기 때마다 신 회장은 굳건한 의지와 책임감으로 다시 일어섰다. 특유의 활달하고 붙임성 있는 성격은 전쟁에 비유되는 영업전선에서 가장 큰 무기가 됐다.

“한 번은 기장 임랑에 낚시를 하러 갔는데, 사람들 얘기로 저기 보이는 미역 코다리 만드는 할머니 집이 당시 포항제철 박태준 회장 집이라는 거예요. 찾아가서 인사도 드리고 밥도 먹고 했지. 그 인연으로 박태준 회장과 만남까지 성사됐어요. 덕분에 포항제철 제품 대리점으로서 위상이 확 달라졌지. 하하하!”

   
1997년 세운철강의 울산 코일센터 준공가동 기념식. 앞줄 왼쪽 여섯 번째가 신정택 회장.
■‘저스트 인 타임’의 원칙

세운철강은 1980년대와 90년대 수많은 위기를 기회로 바꾸며 성장해 나갔다. 89년 김해, 94년 창원, 97년 울산에 코일센터를 지으며 포항제철 제품의 대표적 철강가공센터로 거듭났다. 이러한 성장 요인을 묻자 신 회장은 가장 먼저 직원들이 흘린 땀이라 답했다. 그리고 하나의 원칙으로 ‘저스트 인 타임(Just in Time)’을 꼽았다.

“생산 공장은 제공된 재료로 조립에만 힘을 쏟아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어요. 우린 고객사의 공장 가까이에 가공센터를 세워 유통 시간을 줄였습니다. 또 제품 규격과 사양에 맞춰 가공해 바로바로 쓸 수 있는 철강제품을 공급했죠. 마치 양복에 최적화된 옷감을 재단하듯 말입니다.”

세운철강은 꾸준한 연구와 개발로‘저스트 인 타임’의 원칙을 지키며 한 걸음씩 더 나아갔다.

2011년에는 포항과 부산(김해센터에서 이전)에 코일센터를 각각 지었고, 2012년에는 포스코 누적매입 1000만t, 2019년에는 1500만t을 돌파했다. 승승장구했다. 국내에 포스코와 거래 중인 24개의 열연·냉연 가공센터 중 세운철강은 거래 규모가 가장 큰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공된 철강 소재가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최종 고객사로 직접 납품되고 있어 세운철강의 가공 기술력은 자타공인의 수준으로 인정받는 셈이다.

■‘대리개세’를 통한 동반 성장

‘대리개세(大利蓋世), 큰 이득을 얻어 세상을 덮는다.’

세운철강 10주년에 청남 오제봉 선생이 써준 휘호라고 한다. 현재 세운철강의 나이는 43세다. 32세의 청년 신정택이 풍운의 꿈을 품고 서울로 올라갔을 때보다 무려 11살이 더 많다.

세운철강의 현재 목표는 오는 2025년까지 포스코 누적 매입 2000만 t이다. 연간 120만t의 철강원자재 가공 생산력을 갖춘 세운철강은 명실공히 동종 업계 1위의 기업으로 우뚝 섰다. 하지만 신 회장은 무리한 확장을 지양한다. 그는 포스코와 최종 고객사, 그리고 동종 열연·냉연 가공센터와의 파트너십이 매우 중요하다 말한다. 30, 40년이 넘는 거래사와의 신뢰와 동종 업체와의 건전한 경쟁이 더욱 건강하고 큰 성장을 만든다는 믿음 때문이다.

“최근 6개월간 중국에서의 원자재 수입이 대폭 줄었습니다. 철강 원자재의 t당 가격이 배 가까이 뛰었어요. 수요가 급증하는데도 공급은 대폭 줄고 금액은 올라만 가고 있어요. 거기에다 중국의 증치세(부가가치세) 환급까지 줄었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랄까요.”

말 그대로 위기가 찾아온 지금의 세운철강은 어떤 대처를 하고 있을까.

“혹자는 이걸 기회로 삼아 매점매석의 행태를 보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격을 지키려 최대한 노력 중입니다. 지금 한 순간의 이익보다 공급의 안정을 지키는 게 장래를 위한 더 큰 투자라 믿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득 ‘대리개세’가 다시 떠오르며 신 회장의 사회적 봉사나 기부, 영도 목장원 운영 등 나눔을 실천하는 모습이 겹쳐졌다. 말로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어려운 게 현실 아니던가. 서로를 부축하기는커녕 밟고 올라가려는 오늘의 세태 속에서 세운철강이 보여주는 동반성장의 행보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회장님에게 쏟아진 특별한 박수

신정택이란 이름에는 회장이란 직책이 자연스럽게 붙는다. 그런데 회장이란 명칭에는 세운철강 외에도 여러 단체의 이미지가 함께 오버랩된다. 아마도 그의 왕성한 사회활동이 원인일 것이다. 최근 임기를 마친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을 비롯해 여러 단체의 장을 역임했던 그는 나눔과 지역발전을 위해 진심어린 노력들을 쏟아왔다. 이러한 신 회장의 열정은 임기와 관계없는 ‘회장님’으로서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에 충분했다.

대표적인 예가 가덕신공항이 아닐까. 지난 2월 가덕신공항특별법이 국회본회의를 통과했을 때 많은 사람이 신정택이란 이름을 떠올렸다. ‘신공항 전도사’로 불릴 만큼 동분서주했던 그는 특별법 통과 소식에 정말 ‘특별한’ 박수를 받았다.

“제가 19·20대 부산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았어요. 어쩌다 보니 굵직굵직한 일들이 많았습니다. 2006년 말 부산에 온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게 신공항 건설을 공식 건의했던 것이 저였죠. 2년 뒤 고 신격호 롯데 회장을 만나 북항 오페라하우스 건설비용 1000억 원의 기부 채납 약정을 받았던 일도 크게 기억에 남아요.”

10~15년을 관통하며 부산지역 발전에 지치지 않고 열과 성을 다한 그가 바라보는 곳은 또 어디일까. 다음 회에 남아있는 이야기를 마저 듣기로 하자.

배길남·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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