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의식 안바뀌면 효과 반감
부산항을 비롯한 항만에서 각종 사고가 잇따라 발생함에 따라 정치권이 관련 법 제·개정 등 대책 마련에 들어갔다. 정부 통계를 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 동안 산재로 사망한 항만노동자는 33명, 부상자는 1193명이다. 부산항에서는 지난달 23일 신항 물류센터에서 30대 노동자가 후진하는 지게차 뒷바퀴에 목숨을 잃는 등 최근 3년간 모두 12명이 숨졌다. 노동계에선 법 제정 및 개정이 이 같은 사고 발생 억제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고가 항만 업계의 낮은 안전의식에서 비롯된 만큼 법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해양수산부와 업계 등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최인호(부산 사하갑) 의원이 발의한 ‘항만 안전사고 및 재해예방을 위한 항만안전특별법’이 지난 24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주요 내용은 안전사고 방지를 위해 항만하역사업자의 자체 안전관리계획 수립 의무화와 항만안전감독관(이하 항만감독관) 제도 도입 등이다. 특히 항만감독관은 항만 사업자의 안전관리계획 이행 여부를 점검하는 한편 필요하면 시정조치 지시도 내릴 수 있는 권한을 갖는다.
항만감독관 도입 요구는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항공업계의 경우 1997년 대한항공 여객기의 괌 추락 사고 이후 항공안전감독관 제도가 신설됐다. 육상에서도 2011년 광명역 KTX 탈선 사고 이후 철도안전감독관이 안전업무를 담당하게 됐다. 반면 항만 분야에서는 2019년 12월 부산항에서 20대 검수원이 사망한 뒤 항만감독관을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나 관련 법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무산된 바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수진(비례대표) 의원도 지난 17일 ‘항만산업안전강화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항만 내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해양수산부 장관이 부두운영회사의 안전보건경영 실태를 매년 평가하도록 한 것이 핵심이다. 그 점수를 부두운영회사 운영성과 산정 때 반영하도록 했다. 현행법에도 해수부 장관의 평가를 적시한 항목이 들어 있다. 하지만 권고 성격이 강해 산재예방 효과가 미미했다. 개정안은 이 항목에 강제성을 담보했다.
업계에서는 두 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 항만사고 감소에 일조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 의원은 “항만은 다른 산업 현장보다 재해율도 높고 사망사고 비율도 높은데 주무부처인 해수부는 안전관리 감독 권한조차 없어 법의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법이 시행되면 제2의 이선호(지난 4월 22일 평택항에서 사망) 군과 같은 안타까운 사고가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항만업계의 안전의식이 제고되지 않으면 법 제·개정의 취지가 희석될 것이라는 우려도 여전하다. 따라서 법 위반 업체에 대한 엄격한 형사적 처벌과 과징금 상향 등 더 강력한 조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