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매장 면적 합계 1333㎡ 덕천시장
- 숙등역·젊음의거리 근처 요지 불구
- 2층엔 빈점포 뿐…상인회도 동력 잃어
# 개금 주거지 인근 수양·종합새시장
- 세 안 내는 점포만 근근히 살아남아
- 사실상 전통시장 기능 상실한지 오래
# 코로나 이후 유통환경 온라인 재편
- 새로운 손님 유입 없고 상인까지 떠나
- 정부·지자체 천문학적 지원 백약무효
부산지역 전통시장의 위기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최근에는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을 만큼 심각하다. 특히 매장면적 합계 3000㎡ 미만인 ‘중소’ 전통시장은 더는 ‘시장’으로 불리기 어려울 정도의 상황에 처해 있다. 문을 닫은 점포가 즐비하고 주차장인지, 시장인지 구분하기 어려운 곳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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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부산 북구 덕천시장에서 한 상인이 빈 점포로 가득찬 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매장면적 합계 1333㎡로 ‘중소’ 전통시장에 해당하는 덕천시장은 지하 1층~지상 2층 중 2층 점포가 모두 비어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kookje.co.kr |
■속 빈 강정이 된 시장
15일 부산 북구 덕천동의 덕천시장. 시장의 왕복 1차선 도로변을 따라 치킨가게 커피숍 떡집 등이 영업 중이다. 무더운 날씨지만, 시장을 오가는 손님은 꽤 있었다. 시장 건물 안으로 들어가자 반전이 펼쳐졌다. 영업하는 점포가 한 곳도 없었다. 언제부터 쌓였는지 모를 먼지와 점포 주인이 떠나면서 남긴 간판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겉은 그럴듯하지만, 실속 없는 ‘속 빈 강정’에 가까웠다.
1980년대 문을 연 덕천시장은 매장면적 합계 1333㎡,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의 중소 전통시장이다. 지난 1월 기준 부산시 전통시장 현황에 따르면 덕천시장의 점포는 69개이며, 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33개가 빈 점포다. 대부분의 점포는 도로변의 지상 1층과 지하 1층에 있고, 지상 2층에는 빈 점포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신규 고객 유입은 언감생심이다. 장을 보러 왔던 손님이 빈 점포가 많은 시장이란 것을 알고 다른 시장이나 대형마트로 발길을 돌린다. 이곳에서 방앗간을 운영하는 A(59) 씨는 “시장에 손님이 모이도록 해야 하는데, 빈 점포가 많아 그럴 상황이 아니다”며 “손님들이 시장으로 알고 왔다가 내부에 빈 점포만 있으니 그냥 돌아간다”고 하소연했다.
빈 점포가 속출해 시장을 유지·보수할 주체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권오구(76) 덕천시장 상인회장은 2017년부터 보수도 받지 않고 자원봉사 형태로 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점포가 하나둘 비기 시작했다. 이제는 빈 점포가 많아지고, 남은 상인의 벌이도 변변치 않아 상인 회비조차 제대로 걷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그나마 우리 시장은 하루 3시간 근무하는 경리라도 쓸 수 있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장 위치는 좋은데 빈 점포가 늘고 점차 폐허로 변해가면서 흉물로 남을까 걱정”이라고 덧붙였다.
덕천시장은 부산도시철도 3호선 숙등역에서 불과 50m 떨어져 있고, 덕천동 젊음의 거리에서도 500m 이내에 위치하는 등 지역의 요지에 자리 잡고 있다. 2017년 일부 상인들이 시장을 살리기 위해 인프라 시설 재단장 등 시장정비사업을 추진했지만, 시장이 상업지역에 비해 건폐율이나 용적률이 한참 낮은 준주거지역으로 분류돼 사업성이 떨어져 끝내 무산됐다. 2019년에는 덕천시장 인근 주민과 상인이 참여해 ‘도시재생대학’을 열어 상권 활성화 방안을 모색했지만 그때뿐이었다.
■주차장으로 변한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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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차장으로 바뀐 부산 부산진구 개금동 수양시장. |
부산진구 개금동에는 수양시장(매장면적 합계 1354㎡), 종합새시장(매장면적 합계 697㎡), 개금큰시장(매장면적 합계 450㎡) 등 3곳의 중소 전통시장이 반경 300m 이내에 각각 자리 잡고 있다. 1000세대 이상의 대형 아파트 단지, 인제대 부산백병원 등이 시장들과 인접해 있다. 500m 거리 이내에 동서대와 경남정보대 등도 있고, 부산도시철도 2호선을 낀 가야대로에서도 가깝다.
시장의 입지와 유동 인구 등에서 살펴볼 때 시장 3곳 모두 손님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현실은 다르다. 상황이 제일 나쁜 곳은 가야대로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수양시장이다. 이곳은 시장 건물만 남아 있는데, 현재 건물을 주차장으로 쓰고 있다. 5년 전 마지막 점포가 떠나면서 사실상 시장의 기능을 상실했다. 시장 건물조차 노후화돼 빗물이 새는 등 주차장으로 활용하기에도 좋지 않다. 부산지역 한 건설사가 시장정비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좁은 면적에 수익성이 떨어져 이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종합새시장의 상황도 좋지 않다. 지난 1월 기준 시의 현황에 따르면 종합새시장의 점포는 70개지만, 빈 점포가 무려 61개에 달한다. 이곳도 덕천시장처럼 ‘속 빈 강정’. 도로변을 끼고 몇몇 점포가 영업하고 있지만, 내부는 대부분 빈 점포다. 이곳에서 40년 정도 떡집을 운영한 상인 B 씨는 “점포는 많은데 5~10평 정도로 좁아 새로운 상인이 유입되지 않는다. 내가 소유한 점포라 소일거리 삼아 버티고 있을 뿐”이라며 “손님이 근처의 대형마트로 가지, 이곳에 왜 오겠느냐”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개금큰시장은 그나마 두 시장보다 사정이 낫다. 빈 점포를 거의 찾아볼 수 없고, 인근을 오가는 인파도 몰린다. 그러나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변하는 유통 환경과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이곳을 찾은 손님 C(45) 씨는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시장에 오는 대신 온라인 쇼핑몰에서 물건을 사는 경우가 더 많다. 그나마 시장에 사람이 덜 붐빌 때 장을 보러 나오는 정도”라고 말했다.
■급격한 유통 환경 변화
온라인에서 물건을 구매해 택배로 받는 등의 소비 행위는 이전에도 있었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코로나19로 유통 환경의 변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통계청의 ‘2020년 12월 및 연간 온라인쇼핑 동향’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쇼핑 거래액은 161조1234억 원으로 2019년보다 19.1% 증가했다. 관련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01년 이후 최대치다. 지난해 전체 소매판매액(475조2195억 원) 가운데 온라인쇼핑 상품(여행·교통·문화·레저·음식 서비스 등 제외) 거래액의 비중은 27.2%로 역시 통계 작성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유통 질서가 온라인으로 급격하게 재편되자,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마저 지역 오프라인 매장을 줄이고 있다. 지난해 롯데마트가 금정점을 철수했고, 홈플러스는 내년 가야점을 폐점한다. 이마트도 신규 출점보다 기존 점포를 리모델링하는 전략으로 유통 환경 변화에 대비하고 있다. 대형 유통사는 이제 오프라인 매장 대신 온라인 쇼핑몰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중소 전통시장은 어느 장단에도 맞추지 못하고 외로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2000년대부터 천문학적인 액수의 정부와 지자체 예산이 전통시장 살리기에 투입됐지만 역부족이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편의시설과 주차장 등을 완비한 대형마트에 밀리고, 온라인 진출은 꿈도 꾸기 힘든 실정이다. 시장 인프라 개선을 위해 일부 중소 전통시장이 시장정비사업을 시도하지만, 점포 주인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상업지역이 아닌 주거·공업지역인 부지 용도로 수익성마저 불투명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새로운 손님이 유입되지 않고, 상인까지 시장을 떠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할 상인은 고령화 되고 있다.
전국상인연합회 감사를 맡은 부산귀금속유통업협동조합(골드테마거리상인회) 이상수 이사장은 “전국의 전통시장마다 뾰족한 답을 찾지 못해 답답해하는 실정”이라며 “이런 상황에 법망을 피해 전통시장 인근에서 손님을 빼앗아 가는 식자재 마트 등이 우후죽순 생기면서 다방면에 걸쳐 전통시장이 압박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