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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중소' 전통시장 <하> 전통시장 체질 개선 절실

젊은 상인 유입과 온라인 단골 유치… 방앗간 변신에 답 있다

  •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  |   입력 : 2021-07-29 19:19:23
  •  |   본지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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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점포주들 평균 연령 60세 육박
- 인터넷몰 등 영역 확장에 한계

- 망미중앙시장 폐업 위기 방앗간
- 정명선 씨가 인수해 명맥 유지
- 40대 두 딸 대기업 관두고 합류
- 참기름 브랜드화로 연매출 15억

- 괴정골목시장은 밀키트 상품화
- 인근 주민 배달서비스로 매출↑
- 라이브커머스 행사도 반응 좋아

부산지역 ‘중소’ 전통시장(매장면적 합계 3000㎡ 미만)이 고사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판로 개척, 자체 콘텐츠 발굴 등 상인 주도의 체질 개선이 꼭 필요하다. 중소 전통시장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전통시장이 당면한 과제지만, 상인의 고령화 등으로 쉽게 풀기 어려운 상황이다. 부모의 점포를 자식 세대가 물려받거나 청년 상인의 유입, 상인회 자구적인 노력 등이 동반돼야 한다. 부산지역 일부 전통시장이나 점포는 일찌감치 온라인 시장 공략에 나서 온라인 판로 개척이 필수임을 입증하고 있다.
   
29일 부산 수영구 망미중앙시장 대현상회에서 어머니인 정명선(가운데) 대표와 함께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한숙자(오른쪽), 한아름 씨가 참기름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곽재훈기자
■상인의 고령화

시간이 흐르면서 전통시장 시설뿐만 아니라 상인도 함께 늙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이 지난 4월 발표한 ‘2019년 전통시장·상점가 및 점포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국 전통시장(1413곳) 점포 점주(2만4900여 명)의 평균 연령은 58.8세로 집계됐다. 2017년 57.2세, 2018년 58세로 매년 높아온 추세다. 2019년 기준 전통시장 점포 주인의 연령대를 살펴보면 ▷29세 이하 0.8% ▷30~39세 5.3% ▷40~49세 12.9% ▷50~59세 30.7% ▷60~69세 33.8% ▷70세 이상 16.4%로 나타났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연령대는 60~69세였고, 60세 이상 비율이 50.2%로 절반을 넘었다.

상인의 고령화는 전통시장의 온라인 판로 개척 등을 어렵게 하는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고령의 상인이 온라인 시장 진출과 관련된 교육을 받더라도, 젊은 층에 비해 온라인 활용도가 떨어지는 게 현실이다. 전통시장에서 만난 대부분의 고령 상인은 집에서 쉬자니 답답한 마음에 소일거리 삼아 용돈을 벌기 위해 출근하거나, 점포를 임대해 실질적으로 장사를 하지 않고 임대료를 받는 등의 사례가 많았다. 전통시장 변화의 주체가 돼야 할 상인이 온라인 시장에 활발하게 진출하기 위해서는 온라인 활용 지원과 함께 점진적인 세대교체가 진행돼야 한다.
   
■방앗간의 부활

젊은 상인이 전통시장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다. 부모의 점포를 자식 세대가 함께 운영하면서 온라인 판로를 성공적으로 개척한 부산 수영구 망미중앙시장의 ‘대현상회’가 대표적 사례다. 대현상회는 50년 넘게 시장을 지키고 있는 방앗간이다. 방앗간은 고객이 깨를 가져오면 참기름을 짜주고 다른 곡식을 들고 오면 빻아주는 등의 대가로 삯을 받아왔다. 대현상회도 이런 방식으로 대를 이어 운영됐지만, 주인은 물론 주요 고객층이 나이가 들면서 2017년 폐업의 위기에 몰렸다. 대현상회의 방앗간 기계를 이용해 옆 점포에서 ‘한아름선식’을 운영하던 정명선(64) 대표가 인수하면서 다행히 명맥을 이을 수 있었다.

그러나 정 대표의 나이도 적지 않았다. 이를 안타깝게 지켜보던 정 대표의 두 자매 한숙자(43), 한아름(40) 씨가 서울에서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틈틈이 일을 도왔다. 어머니의 가게 운영을 지켜보던 자매는 전통적인 방앗간의 역할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고, 온라인으로 판로를 넓히면 조금이나마 더 매출을 일으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기존 방앗간 일을 하면서 참기름 등 완제품을 생산해 온라인 시장과 젊은 감각에 맞게 상품을 재단장했다. 2018년 11월부터 온라인 쇼핑몰에 해당 상품을 출시했더니, 소비자는 ‘예쁜 참기름’이란 별칭으로 화답했다.

대기업에 다니던 두 자매는 전통시장 제품이 온라인 시장에서도 통한다는 가능성을 엿봤고, 이제는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으로 내려와 본격적으로 부모님 일을 돕고 있다. 온라인 판로 개척의 효과는 대단했다. 몇천만 원 수준의 연매출은 지난해 15억 원으로 성장했고, 이 가운데 80% 이상이 온라인 시장에서 발생했다. 대현상회의 경영·기획 파트를 맡은 한아름 씨는 “방앗간은 어르신들에게 익숙한 공간이지만, 20·30세대에게는 한 번도 못 본 곳일 수도 있다. 뉴트로가 대세인 것처럼 오히려 오래된 것이 젊은 세대에게는 더 새로운 것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온라인이 효자네

   
부산 사하구 괴정골목시장의 라이브커머스 행사 모습. 괴정골목시장 제공
젊은 상인의 유입이 어렵다면 기존 전통시장의 상인이라도 나서야 한다. 부산 사하구에 위치한 ‘괴정골목시장’은 정부의 시장 활성화 공모 사업에 선정돼 지난해 6월부터 본격적으로 온라인 스토어 ‘괴정골목배달’을 운영하면서 상인의 체질 개선에 나섰다. 괴정골목시장은 부산도시철도 1호선 괴정역은 물론 대형 유통 시설과 인접하면서 수많은 유동인구를 보유해, 상인들은 온라인 진출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10년 전부터 하루가 다르게 상권이 쇠퇴해갔다. 상인들은 위기의식을 느꼈고, 온라인 판로 개척에 도전했다.

온라인 판로를 마련하기 위한 주요 마케팅 대상은 전국 소비자가 아닌 시장 인근 주민들이었다. 지역 맘카페나 아파트 단지를 집중적으로 공략했다. 전통시장마다 비슷한 제품은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맞춤형 밀키트로 제작해 내놓았다. 이렇게 시작한 온라인 진출은 성공적이었다. 온라인 스토어의 첫 달 매출은 50만 원이었지만, 이제는 매월 평균 400만~500만 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입점 점포도 10개에서 현재 38개로 늘었다. 지난 5월 처음 시도한 자체 라이브커머스의 반응도 뜨거웠다. 육류, 어묵탕, 디저트 등을 전통시장에 맞는 밀키트로 내놨는데 하루 만에 85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조영미 괴정골목시장 문화관광형시장 육성사업단장은 “정부 공모 사업이 끝나 사업단이 해체되더라도 상인들이 협동조합을 구축해 업무를 이어가도록 후속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진룡 기자 jryong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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