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15개월 만에 기준금리 0.25% 인상(0.5%→0.75%)을 단행했다.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인한 가계대출 폭증, 부동산 가격 상승에 과도한 레버리지(차입 투자)가 촉발한 금융불균형이 심각하다는 판단에서다. 초저금리 시대가 끝나면서 가계대출 전체 잔액 가운데 70%가 넘는 변동금리 대출 이자 규모는 3조 원가량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6일 금통위는 “코로나19 관련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으나 국내경제가 양호한 성장세를 지속하고 물가가 당분간 2%를 상회하는 오름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므로 앞으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기준금리 인상 배경을 밝혔다. 코로나19 재유행이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이전보다 제한적인 가운데 물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에 나선 가운데 기준금리도 오르면서 이자부담 또한 커질 전망이다. 한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1705조 원이다. 변동금리 대출은 이 가운데 72.7%를 차지하는데, 대출금리가 0.25%포인트 상승한다고 가정하면 이자 규모는 3조988억 원 늘어난다. 앞서 한은은 지난 4분기 말 기준, 금리가 1% 포인트 오를 때 전체 가계대출 이자는 11조8000억 원 커지는 것으로 추정한 바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분석 결과 대출금리가 1%포인트 높아지면 가계대출 연체율은 0.32%포인트 높아졌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코로나19의 4차 대유행에도 기존 전망치 4.0%를 유지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빠르게 늘면서 4분기 이후 경제활동 제한이 점차 완화될 것을 전제로 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원유·원자재 가격 상승, 소비 회복 등을 반영해 기존 1.8%에서 2.1%로 0.3%포인트 올려 잡았다. 지난 4월부터 4개월 연속 월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연속 2%를 웃도는 만큼 향후 인플레이션 압력이 크다는 판단이다. 8월 소비자동향조사에서 기대인플레이션율(2.4%)은 2018년 12월(2.4%) 후 2년 8개월 내 가장 높았다.
한은의 금리인상에 이어 27일 미국 잭슨홀 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나타낼 지도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주 공개된 미 연준의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대부분의 연준 의원들이 연내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등으로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18.28포인트(0.58%) 내린 3128.53에 장을 마쳤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