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부터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발효됨에 따라 건설업을 비롯한 각 업계가 서둘러 안전관리체계 보강에 나서고 있다. 상시근로자 5인 이상인 사업장에서 중대 재해로 사상자가 발생하면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 법인에는 50억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산업재해율이 상당히 높은 어업계에서는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수협중앙회 등에 따르면 수산업 분야에서 내년부터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이 되는 업종은 평균 선원수가 약 70명인 대형선망 사업장이다. 또 전면 시행 3년 후부터는 5인 이상 50인 이하의 중·소형 어업도 대상에 포함된다. 업계에서는 어업 분야의 높은 산업재해율을 고려할 때 적절한 대응이 없으면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해수부 자료를 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간 연평균 어선원 사망자는 125명이다. 연도별 사망자는 2016년 123명, 2017년 137명, 2018년 136명, 2019년 103명, 2020년 128명으로 집계됐다. 상해를 입은 사람은 연 평균 3853명에 이른다. 이 때문에 어업분야 재해율은 5.86%로 산업계 전체 재해율(1.08%)은 물론 개별 업계(건설업 2.08%, 운수창고업 1.68%, 제조업 1.22%, 농업 1.13%) 평균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아무런 준비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면 어업계가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상황이 이런 데도 어업계에서는 아직 사업장 안전관리 방안 등 기초적인 지침마저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에서는 법의 정확한 성격은 물론 구체적인 시행 시기조차 모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협 역시 지난해 말 중대재해처벌법이 통과된 이후 1년이 되도록 조합원을 대상으로 사전예방교육 등을 한 번도 실시하지 않았다.
이 사안은 최근 열린 수협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도 거론됐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윤재갑(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수협이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윤 의원은 “이 법에 대한 사전 준비가 없다면 많은 어업인이 강한 처벌과 과다한 벌금으로 재기 불능의 상태가 될 수 있다”며 수협이 어업계와 협력해 특단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염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