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쉬는 차량 평소보다 3배나 많아
- “오후 물량 안 받아… 장거리 포기”
- 평택 주유소에 입고 소식 들리자
- 전국서 기사 몰리며 긴 대기줄도
- 소방차·구급차 재고 3.7개월분
- 사태 장기화 대비 관리에 촉각
“물류대란 오는 것도 한순간입니다.” “휴게소 주유소에 요소수가 있다니까 화물차가 입구까지 줄을 서 있더라고요.”
| |  |
| 요소수 품귀 현상이 빚어지면서 물류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4일 부산 강서구 부산물류터미널 앞 대형차량차고지에 화물차들이 주차돼 있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화물 트럭 멈춰섰다
전국적으로 요소수 품귀 현상이 벌어지면서 부산신항을 오가는 화물 기사들이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4일 오전 부산 강서구 송정동의 부산물류터미널에는 평소보다 많은 30대 이상의 트레일러 차량이 대기했다. 많아야 10대 남짓 남아있을 시간임에도 움직이지 않는 차량이 많은 건 요소수 부족 현상 때문이다. 요소수를 구하기 어려워지면서 화물기사들이 장거리 운행을 피하거나 구할 때까지 운행을 자제하고 있다.
터미널에 차를 세운 한석도(58) 씨는 “오늘 새벽에 서울에서 조금 전에 부산에 도착했는데 당장 요소수가 없어서 오후에는 물량을 안 받았다. 정말 조만간 차를 세워야 할 판”이라고 토로했다.
요소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건 화물 기사뿐 아니라 주유소도 마찬가지다. 이날 부산신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만난 주유소 6곳 모두 요소수 주입 기계를 갖추고 있었지만, 물량이 없어 방문하는 화물차를 돌려보내고 있었다. 강서구의 한 주유소 관계자는 “최근 기름을 넣으려는 화물차보다 요소수를 찾는 운전자가 더 많다. 우리도 물량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애써 찾은 고객을 돌려보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요소수가 입고된다는 주유소나 이동식 충전소에 대한 정보를 미리 입수해 인근에서 대기하는 차량이 북새통을 이룰 정도다. 김호민(48) 씨는 “오늘 평택휴게소 주유소에 요소수가 들어왔는데 소문을 들은 기사들이 몰려서 휴게소 입구까지 긴 대기 줄을 만들었다고 들었다. 요즘은 기사들이 일감 받는 것보다 요소수가 어디 있는지를 찾는 정보를 알아내는 게 더 중요해졌을 정도”라고 말했다.
상황이 악화되면서 마땅한 대책을 세우지 못한 정부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유광수(61) 씨는 “중국과 호주의 갈등으로 석탄 부족 문제가 생겼다고 했을 때부터 분위기를 감지하고 살펴봤어야 하는 문제다. 현장 기사들도 아는 걸 담당 부처에서 모르고 이제야 나서면 당장 해결할 수 있는 게 있나”고 비판했다.
일시적으로 차량 시스템을 해제하면 요소수 없이도 운행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정부 차원에서 고려해 달라는 의견도 나온다. 서성훈(55) 씨는 “일괄적으로 차량 시스템을 손보면 요소수 없이도 운행할 수 있다. 당장 차에 무리가 갈 수는 있겠지만, 먹고 사는 문제가 달려있는데 이렇게라도 해줘야 숨통이 트일 것”이라고 말했다.
■소방·구급차에도 불똥
소방 당국은 당장은 소방차와 구급차 운영에 지장이 없을 것으로 파악하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를 대비해 재고 관리에 힘을 쏟고 있다.
소방청은 이날 전국 소방본부에 공문을 보내 요소수 수급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을 주문하고 요소수의 비축량이 얼마나 되며, 어느 정도 사용하고 있는지 현황을 1주일 단위로 공유할 것을 지시했다.
소방당국이 전국에서 운영하고 있는 6748대 소방차 중 80.5%가, 1675대 구급차량 중 90%가 요소수를 사용하고 있는 차량이다. 소방청은 전국적으로 소방 관련 차량에 사용할 요소수를 3.7개월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소방청은 특히 코로나19 유행이 확산할 경우, 구급차 수요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방청 관계자는 “요소수 사태로 인해 소방 관련 차량의 운행에 지장이 생길 만한 상황은 전국적으로 없다”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수급관리를 철저히 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지열 기자